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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어뢰’ 백색물질, 외부흡착 아니라 내부부식 가능성

천안함 현장검증 결과, 페인트층 안쪽에서만 발견… 푹 파인 자국, “원점에서 재조사해야”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의 폭발로 나왔다는 흡착물질이 어뢰추진체의 알루미늄을 덮고 있던 페인트층 안쪽에서만 발견됐다고 천안함 재판 현장검증 참석자가 밝혔다. 어뢰의 철 재질 부위엔 이 같은 백색물질이 전혀 없었다. 이에 따라 어뢰에 붙은 백색물질(흡착물질)이 알루미늄에서 자라난 물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이흥권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재판장(부장판사)을 비롯한 판사진과 재판관계자, 공판 검사 2인,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와 변호사 3인(이강훈, 김남주, 김종보),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오전 국방부 조사본부 다목적홀에서 이른바 천안함 1번어뢰에 대한 비공개 증거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엔 평택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에 대해 현장검증을 벌였다.

29일 신상철 대표가 촬영한 다수의 어뢰 사진을 보면, 어뢰추진체의 프로펠러와 추진후부 덮개 쪽에 붙어 있는 이른바 백색 흡착물질은 검은 폐인트층 안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검은 페인트층 바깥에 들러붙은 것으로 보이는 백색물질은 찾기 어렵다. 또한 백색물질은 모두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된 부품에서만 발견된다.

어뢰추진체 등 1번어뢰 잔해를 상세히 둘러보고 촬영한 신 대표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흡착물질이라는 백색물질은 모두 알루미늄 재질의 부품 위에 칠해진 검은 페인트 층 아래(속)에서만 나타났으며, 검은 페인트 위에 존재하는 백색물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백색물질의 높이가 검은 페인트보다 낮다. 만져보면 흡착물질이라던 백색물질은 푹 파여있다. 검은 페인트 층 안쪽에 있는 부분은 짙은 회색빛의 물질로 채워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외부에서 날아와서 흡착된 것이 아니라 페인트 하부로부터 알루미늄 성분이 부식돼 자라난 알루미늄의 녹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동안 캐나다 양판석 박사, 미국의 이승헌 박사 그리고 안동대 정기영 박사가 분석한 ‘백색물질은 수산화알루미늄’이라는 분석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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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국방부 조사본부 다목적홀에서 열린 천안함 재판 증거조사에서 촬영된 어뢰추진체. 사진=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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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국방부 조사본부 다목적홀에서 열린 천안함 재판 증거조사에서 촬영된 어뢰추진체. 사진=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

 

이밖에도 어뢰 사진을 보면, 백색물질이 붙어있는 곳은 모두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된 부품이며, 철 재질로 된 부품에는 백색물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어뢰 추진체의 프로펠러의 경우 날개의 끝부분이 모두 닳아있거나 날이 부서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검사들은 흡착물질이 어뢰추진체 표면(페인트층 외부)에 많이 붙어 있었는데, 다 떨어져 나갔다는 설명을 했다고 신상철 대표는 29일 전했다.

한편, 어뢰 검증을 마친 뒤 천안함 재판 현장조사팀은 이날 오후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영구전시중인 천안함 선체검증을 벌인 결과, 천안함 함미 우현의 프로펠러 손상이 급정거에 의한 축밀림 현상이라는 정부 발표와 관련해 우현 프로펠러 축이 벌어진 간격(10cm)과 좌현의 간격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다.

천안함 함미 우현 프로펠러의 케이싱과 프로펠러의 간격 그리고 좌현 프로펠러 케이싱과 프로펠러의 간격을 비교한 결과,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한 뒤 “프로펠러 축밀림 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변호인의 견해에 재판부 역시 “프로펠러 축밀림 현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되네요”라고 밝혔다고 신상철 대표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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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국방부 조사본부 다목적홀에서 열린 천안함 재판 증거조사에서 촬영된 어뢰추진체. 사진=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

 

여러차례 번복했던 우현 프로펠러 손상 원인 분석이 또다시 부정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함미가 해저지반과 충돌하면서 발생’→‘급정지에 의한 관성으로 휘어짐’→‘급정지에 의한 축밀림 현상에 의해 휘어짐’(정부의 최종 입장) 등으로 스크루 손상원인을 설명해왔다.

이날 현장검증 결과와 관련해 피고인인 신상철 대표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고의 가장 과학적 쟁점이었던 흡착물질과 관련해 어뢰에 붙어있는 흡착물질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었으며, 그 결과 검은 페인트 층이 벗겨진 부위에 부식된 백색 물질이 여러 군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흡착물질이 어뢰 위에 붙은 것이 아니라 어뢰의 페인트 층 아래에서 자라난 부식의 결과물임을 추론할 수 있으며 이는 천안함과 1번 어뢰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알루미늄의 부식된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부식전문가들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구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흡착물질 역시 원점에서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 선체의 우현 프로펠러 손상 형태 역시 축밀림 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맞지 않다는 것을 재판부와 함께 확인한 의미가 크다”며 “스크루 손상 원인 역시 재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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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천안함 재판 증거조사팀이 평택 해군2함대에서 실시한 현장검증. 천안함 함미 프로펠러. 사진=신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