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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흡착 유사한 물질, 실험실에서 생성 가능”

[천안함 공판] 정기영 안동대 교수 “바닷물에 넣어 생성, 황 검출됐는데 알루미늄 산화물로 결론 낸 것 의아”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 등에서 채취한 이른바 ‘흡착물질’에 대해 정기영 안동대 교수가 알루미늄 클로라이드 성분으로 구성된 물질을 바닷물에 넣어도 비슷한 물질이 생성됐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5년 전 천안함에 붙은 이 물질이 폭발로 발생한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민군합동 조사단의 결론과 달리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는 연구결과로 반박한 것과 관련해 다시 조사를 하더라도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신상철 전 합조단 민간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해 이같이 밝힌 뒤 재현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이 물질이 강산성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냐는 검찰 신문에 지난 2010년 KBS 추적60분 팀과 조사할 때 산(성물질)이 아닌 ‘알루미늄 클로라이드’(AlCl3ㆍ6H2O)라는 시약을 통해 비슷한 결과를 냈다는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시약 성분은 알루미늄 클로라이드(알루미늄과 염소 세 개를 결합시킨 것)로, 바닷물을 떠와서 시약을 넣었다”며 “물 속에서 염소와 알루미늄이 잘 분리된다. 농도를 조절해서 넣어 하니 하얀 침전물이 가라앉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그 물질이 분리해서 몇가지 분석해보니 비정형(비결정질) 알루미늄 수산화수화물과 같은 물질이 생성됐다”며 “강산성의 환경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 알루미늄이 공급되면 유사한 비정질 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비결정질 황산화 알루미늄 수화물’의 생성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냐는 검찰 신문에 정 교수는 “바닷물 떠와서 집어넣으니 금방 생겼다”며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라면 이 환경이 특이한 환경이기 때문에 시기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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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천안함 재판부에 제출한 천안함 흡착물질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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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천안함 재판부에 제출한 천안함 흡착물질 분석 결과.

 

흡착물질의 채취과정에 대해 정 교수는 “과거 분석했던 시료는 다 제가 가서 채취해왔다. 채취한 환경을 봐야 한다. 그런 자료가 다 있어야 ‘제네시스’(기원)를 얘기하는데 필요하다”며 “이렇게 떼어낸 물질에 대한 결과만 갖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이 시료가 천안함 함체의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 흡착물질이 합체 프로펠러에 어떤 방식으로 붙어 있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흡착물질이 부식일 가능성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부식이냐 아니냐 등은 흡착물질이 함체 붙어 있는 전체를 떼어내 벽체와 흡착물질 단면을 잘라내야 관찰해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 단면을 보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선체에 붙어있던 흡착물질은 이미 다 닦이고 매끈하게 칠해져있는 것과 관련해 정 교수는 “선체를 닦아낸 것은 아쉽다”며 “어뢰추진체에 붙어있으면 추가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이날 신문과정에서 지난 2011년 자신이 재판부(신상철 재판)에 제출한 천안함 흡착물질 분석결과를 통해 물질의 성분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1만5000배 확대한 고성능주사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동글동글한 비정형(비결정질) 물질’이 나타났으며, 이에 대한 미세한 조직을 보기 위해 이 물질을 절단한 뒤 조사해보니 ‘다공성’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EPMA(전자빔미세분석법)으로 정량분석을 한 결과 산소와 같은 수분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십만배에서 백만배까지 확대한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도 동그랗고 균질한 비정질 물질이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황’에 대해 정 교수는 동위원소 분석과 열분석을 통해 함량과 수분의 양이 EPMA 분석결과와 일치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같이 흡착물질에 대한 다면적 분석방법 적용해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 황산화 수산화 수화물이라는 결론을 냈으며, 자연계에서 인간의 컨트롤을 벗어나 만들어진 물질이었다고 밝혔다. 이 물질의 화학식은 Al4(SO4)(OH)10 또는 금속산화물식으로는 2Al2O3SO3·5H2O으로, 광물질 ‘바스알루미나이트’의 조성식과 비슷하지만 이는 ‘결정질’이라는 점에서 흡착물질과 다르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당시 이 물질의 실체(캐릭터라이즈)에 대한 연구를 했으나 이 물질이 어디서왔는지(기원·제네시스)는 각종 현장조사와 추가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물질을 구성하는 작은 구형 입자들이 연속적으로 자란 것으로 관측한 것과 관련해 정 교수는 “이런 물질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바다와 같은 환경이므로, 생긴다면 뭔가 어느 한 지점부터 생기기 시작해 사방으로 커지면서 자란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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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천안함 재판부에 제출한 천안함 흡착물질 분석 결과.

 

이 물질이 자연환경에서 생겨났다는 본인의 말에 대해 정 교수는 “공학자와 화학자는 실험실에서 물질을 만들어서 분석하는 반면, 이 물질은 백령도 앞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것(생성된 것)은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졌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인위적 폭발이 아니라는 것이냐’는 검찰 신문에 정 교수는 “검사가 오해한 것 같은데, 백령도 앞바다에서의 해도의 흐름, 당시 함체의 위치 등은 우리가 실험 조건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이 물질이 폭발로 바닷물 속에서 식어서 나타난 것인지, 저절로 생겼는지 단정하기엔 무리라며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합조단 분석의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합조단이 XRD 등 분석 조건을 자세히 작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 교수는 “과학실험에서는 분석 조건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해석할 수 있다”며 “과학논문 쓸 때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해볼 수 있도록 분석조건을 자세히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합조단 분석을 두고 “에너지분광기(EDS) 분석의 경우 알루미늄 피크와 함께 황도 크게 나왔는데도 알루미늄과 황의 관련성을 배제하고 마치 ‘이물질’인 것처럼 넘어가고 알루미늄만 언급하면서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결론을 낸 것은 의아했다”며 “황이 적은 양도 아닌데 어떻게 간과할 수 있느냐. 또한 정량분석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시료가 조성에 따라 불균일하기 때문에 EPMA 분석으로도 정량분석이 불가능하고 그 정확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합조단의 이근득 ADD 연구원의 법정 주장에 대해 정 교수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보고서엔 정량분석 자체가 없다. EPMA 분석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는 지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또한 ‘물과 황이 증발해 물과 황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았다’는 이근득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정 교수는 “내가 보기에 (실험할 때) 소금(NaCl)이 있다. 이는 전형적인 광물로, 소금 입자를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보면 금방 날아가거나 증발한다”며 “소금이 대표적인 이온결합 광물질이며, 이런 광물이 대부분 이온 결정이 되는데, 이 물질은 전자현미경에 약하다. 전자가 이 이온 결정에 쏘이면 광물질 전하의 균형이 깨져 파괴된다. 그래서 다 날아가는 것으로 흔히 관찰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전자현미경의 전자빔의 강도를 약하게 한다든지 분석시간을 줄인다든지 하는 조건에서 해야 분석이 가능하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합조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결과를 얻었다는 지적이다.

흡착물질 분석에 합조단이 6가지 방법, 정 교수는 12가지 방법으로 분석했으나 한쪽은 산화알루미늄, 다른 한 쪽은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라는 대립적인 결론이 나온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정기영 교수는 “우리는 검증하기 위해 여러 모든 방법 동원한 결과 정합적으로 아귀가 맞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며 “이후 비슷한 연구를 해도 다른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구수준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합조단의 ADD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이런 분석법을 쓰는 것은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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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영 안동대 교수.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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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천안함 재판부에 제출한 천안함 흡착물질 분석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