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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좌초 후 충돌로 침몰, 생각에 변함 없다”

5년 끌었던 신상철 전 합조단 위원 명예훼손 재판 결심… “좌현 하부로부터 잠수함 충돌 의심”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이 5년 넘게 재판을 받았지만 북한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정부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으며, 여전히 좌초 후 충돌에 의해 침몰했다는 자신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신상철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천안함 관련 자신의 명예훼손 재판 피고인신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신 대표는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정부 주장을 반박하면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가 검찰에 기소돼 그해 8월부터 지금까지 1심 재판을 받아왔다. 신 대표는 5년3개월 만인 이날(23일) 1심 재판의 마무리 절차인 피고인신문에서 검사 등을 상대로 진실공방을 벌였다. 애초 이흥권 재판장은 지난 13일 재판에서 23일 재판을 결심공판으로 결정했으나 5년넘게 진행한 재판의 최후진술 및 최후변론 작성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한 기일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 대표에 대한 검찰구형과 최후진술 및 변론을 하는 결심공판은 12월 7일 열린다.

신 대표는 ‘기소이후 5년 간 재판을 진행하면서 침몰원인과 관련해 지금까지 생각의 변화가 있느냐’는 이흥권 재판장의 신문에 “법정에서 일부 세부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된 경우를 제외하고 큰 틀에서 ‘좌초후 충돌’이라는 애초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좌초충돌론’의 견해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합조단 조사결과가 과학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조사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본 이유에 대해 “초기부터 함미의 ‘스크래치’가 폭발로 나타나기 힘든데도 합조단은 ‘좌초’에 대해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한 반면, 자신들은 과학적 데이터를 만들지도 못하면서 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면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처럼 덧씌우는 것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좌초후 충돌론에 대해 신 대표는 “제 주장은 합리적 의문을 통해 추정한 것”이라며 “제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고하다는 믿음을 (통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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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직접 제공.

 

그는 “흡착물질을 두고 폭발후 흡착된 것이라는 주장과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라는 상반된 분석결과가 대립돼 있는 것 자체가 바로 제가 합리적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한다”며 “이 둘 중에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으나 국과수 등에조차 의뢰도 않고, 결론을 내리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좌초를 언급한 과정에 대해 신 대표는 천안함 함미를 인양한 4월 15일 이전까지는 ‘좌초’라는 언급을 단정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선체 상태를 목격하고 여러 자료와 정황이 제시된 뒤 입장을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초보고도 좌초였으며, 구조 해경의 최초보고서도 좌초로 기재됐을 뿐 아니라 해경이 기자회견했을 때도 좌초로 통보받았고, 최원일 천안함장도 맨 처음엔 충돌음을 들었다고 주장한 사실을 들었다. 또한 2011년부터 시작된 재판의 증인신문과정에서 유종철 당시 해경501함 부함장이 ‘좌초로 전문을 통보받았다’고 증언한 것, 심승섭 당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이 최초보고는 좌초였으며 9시15분이었다고 증언한 것도 제시했다.

더구나 ‘소나돔이 멀쩡하기 때문에 좌초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신 대표는 “궁핍한 논리”라며 “(고속항해중) 뒷부분이 가라앉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의 흘수선은 3m, 작전상황도 상 ‘최초좌초’가 기재된 곳의 최저 수심은 4m로 기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박형준 전 실종자가족협의회장이 2010년 추적60분 방송 뿐 아니라 2012년 법정에 출석해서도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말을 해군이 해줬다’고 증언한 것, 천안함 바닥 곳곳에 그물이 걸려있다는 것은 해저 바닥을 긁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천안함 함수의 함안정기의 디싱 현상(움푹패인 모습)을 좌초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재판장의 신문에 신 대표는 “좌초한 뒤 후진하면서 생긴 것이며, 폭발로는 저런 현상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함안정기 프레임 부분에 녹이 펴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멀쩡하다”며 “또한 가스터빈 외판 녹의 경우 해저지면과 닿은 부분이 스크래치가 생겨 녹이 폈다. 폭발에 의한 디싱이라면 모든 압력이 동일하게 미쳐서 녹도 동일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프레임있는 곳만 나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재판장은 피고인만 함안정기 손상이 좌초라고 주장하는 것 아니냐고 신문하기도 했으나 지난 5월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도 이 같은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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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함수 함안정기. 사진=조현호 기자.

 

좌초 후 충돌이라고 언급한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좌초는 분명한데, 사고를 유발한 곳을 찾을 수 없었으나 유일하게 작전상황도에 나타나 있었다”며 “침수-표류 후 침몰된 것으로 판단하는데, 침수사고가 다른 사고인지, 두 개의 사고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폭발 흔적은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하나씩 배제하면서 충돌 가능성까지 추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의 물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신 대표는 “단정하지는 못했으나 (잠수함으로) 추정은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좌초가 됐는데 왜 반토막났느냐. 기동성을 상실한 상태에서 기관실에 물이 차고 표류한 것 외엔 (침몰할) 방법이 없다”며 “이렇게 표류하고 있는 천안함 자체가 하나의 장애물이며, 그 근처를 잠망경 하나만 달고 지나가던 잠수함과 충돌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잠수함과 충돌한 방향과 힘이 작용한 방향이 어디로 보느냐는 재판장 신문에 신 대표는 “좌현 하부로부터 충돌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며 “뭔가 둥근물체인 R(레디우스)이 잡혀 있다. 이를 석고로 찍어서 빼면 (충돌한 물체의) 앞주둥이가 나올 것이라 단언한다”고 주장했다.

폭발이 아닌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화약냄새와 부유물, 죽은 물고기떼, 화염, 물기둥, 그을음, 인체손상 등이 발견되거나 나타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신 대표가 조사에 참여했을 때 과정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조사할 때는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아야 하며, 어떤 결론에 반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 합의해가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좌초는 처음부터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폭발로 몰아갔다. 이는 합리적 접근방법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내가 영국과 미국 조사팀이 프로펠러 손상의 원인을 묻자 그들은 해저에 떨어지면서 휘어진 것이라며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의 조롱섞인 주장을 폈으나 그후 내 주장이 틀리지 않았으며,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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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미 선저 가운데 긁힌 흔적. 사진=조현호 기자

 

또한 신 대표가 4월 30일 조사에 참가했을 때 “브리핑을 하는데, 날 상석에 앉혀놓고 자료는 하나도 주지 않고는 영국팀, 미국팀, 한국팀 이 돌아가면서 비접촉 폭발이라고 주장했다”며 “토마스 에클스 미국조사단장은 함미가 올라오는 날 비접촉 폭발로 결론을 정해놓고 주입하려는 것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저도 영어로 ‘해군장교 출신으로서 좌초 증거가 이렇게 명확한데 왜 한마디도 없느냐’고 반박했더니 박아무개 중장은 ‘좌초는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큰소리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피고인 신문에서 천안함 함수 구조에 있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천안함 함수가 3월 26일 밤 침몰한지 16시간 넘게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떠있었으며, 그 안에 구조되지 못한 승조원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구조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해 4월 24일 함수에서 박성균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함미쪽 인원은 거의 다 사망했으며, 함수쪽 인원은 대부분 생존했다. 그러나 함수에 1명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채 16시간 동안 함수가 떠있는데도 왜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검찰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의혹을 제기한 이들 가운데 유독 신상철 대표만 기소당한 뒤 5년 넘게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신 대표는 “조사위원으로 위촉되기 전에도 많은 글을 쓴데다 해군으로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입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왜 적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한다고 보느냐는 신문에 신 대표는 “그것이야말로 미스터리”라며 “왜 군이 스스로 외부 공격을 받아 당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패전한 일이 없는 이순신의 후예인 해군 스스로를 명예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크귀순 사건 때 육군에서 9명이 줄줄이 옷벗은 사건을 들어 “천안함의 경우 고물딱지 잠수정한테서 나온 어뢰 한 방에 당했다고 떠들면서도 어느 한 사람 징계를 받은 일이 없다. 이게 군대인가”라고 말했다.

한편, 신 대표는 검찰의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민호 검사와 최행관 검사는 ‘정확한 조사결과가 확인되기 전에 미리 단정하고 근거도 없이 주장한것이냐’, ‘비접촉폭발이 확인됐는데도 왜 좌초 후 충돌이라는 주장을 계속 게시하느냐’는 등의 유사한 신문을 반복했다.

이에 신 대표는 “그 정도도 발언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냐”며 “모든 것을 근거로 했을 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는 나의 과학적 견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고 당사자인 군이 독자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도 그렇고, (폭발)사고지점에 가장 가까운 가스터빈을 인양하고도 이를 덮어놓고 발표한  것을 믿으라는 것은 어불 성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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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7월 로버트 윌러드 당시 미국 태평양군사령관이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봤다. ⓒ 연합뉴스

 

검사들은 ‘국방부에서 합조단이 꾸려져 과학적 지식과 전문지식이 있는 분들이 검토와 협의 끝에 내린 것인데 못믿겠다는 것이냐’, ‘외국에서도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이 합의 토론해 내린 결론도 믿기 어렵다는 얘기냐. 믿냐 안믿냐’, ‘피고인이 얘기한 좌초 충돌 주장이 허위라고 생각되는데 지금도 같은 의견인가’라고 몰아붙였다.

신 대표는 “정기영 박사가 스스로의 연구를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듯이 나 역시 선박에 관한한 항해, 해군, 군함, 수송선 승선, 조선소 감독 등의 일에 종사한 데 대해 자부심이 있다”며 “내가 이의제기한 부분에 대해 군이 신중하게 대응했어야지 고소하고 반대하고 몰아붙일 것이 아니었다. 그저 소수의견이 있다고 기록했으면 그만이었다. 합리적 주장에 대해 검찰에서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보 변호사는 “합조단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답변했는데 왜 믿냐 안믿냐를 강요하느냐”고 반박했다. 최행관 검사는 “답변을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이밖에도 검사들이 어뢰 폭발시 부유물과 물고기떼, 기름이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이냐고 따지자 신 대표는 “상식적인 일로, 초기에도 저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많이 지적됐다”고 전했다. 검사들은 호주 토렌스함 폭발 때에도 죽은 물고기떼가 나왔느냐, 예 아니오라고 답하라고 재차 따지는 등 말꼬리잡기식 신문을 이어갔다. 이를 듣던 심재환 변호사는 “왜 피고인 신문을 그런 식으로 하면서 압박을 하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