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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유실무기 공개한다더니 피폭처리한 까닭은

증거 훼손 논란 “석연치 않아, 오발설 의심도” … “피폭했는지 몰랐다, 해군이 관리 책임”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천안함 침몰 의혹을 제기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이 5년 넘게 받아온 1심재판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오는 7일 검찰 구형과 최후변론 및 최후진술 절차를 하게 되는 결심공판이 끝나면 이르면 2016년 1월초에 선고가 나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5년 여에 걸쳐 50차례 가까운 재판과정에서 검증하지 못한 주요 쟁점과 증인, 증거조사 등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 그해 11월까지 활발하게 이뤄지던 의혹에 대한 검증 가운데 유실무기의 처리의 경우 석연치 않은 상태로 남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천안함 재판 5년 동안에도 이 문제는 거론된 적이 없다.

천안함 유실무기는 이른바 폭발원점에서 수거됐다는 ‘하푼 유도탄(미사일)’이다. 합조단은 수거한 이 무기를 공개하겠다고 국회에서 밝힌데 이어 언론인터뷰에도 약속했으나 돌연 피폭처리했다고 말을 바꿨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2010년 4월 14일 오후 2시30분 하푼미사일을 식별한 뒤 같은달 30일 밤 10시36분에 인양했다고 기록했다. 천안함 폭발원점으로부터 약 100야드(91m) 남쪽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고서엔 그려져있다. 국방부가 내놓은 ‘천안함피격사건백서’는 수거 및 인양절차에 대해 “① 소해함 음탐탐색 ② 탐지된 잔해물에 부표설치 ③ 구조함에 의한 식별 ④ 잠수사에 의한 수거 등 4단계로 수행했다”며 “그에 따라 4월 25일부터 5월 16일까지 총 51개조 101명의 잠수로 유도탄·마스트·발전기·가스터빈 보호격실 덮개·5m 지주·계단손잡이 등을 수거 및 인양했다”고 썼다.

하푼 유도탄은 가로 2.2m에 직경 0.8m짜리의 폭발력도 큰 무기이므로 실제로 수거했는지, 폭발이 됐는지 안됐는지 등 그 행방에 많은 의문을 낳았다. 당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그해 10월 21일)에 출석한 윤종성 전 군측단장은 ‘전량을 회수했다는 천안함 유실 무기를 공개해야 할 것 아니냐’는 유원일 당시 창조한국당 의원의 요구에 “그 현황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앞에 그 같은 약속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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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거했다가 돌연 피폭처리했다는 천안함 하푼유도탄미사일. 사진=천안함피격사건백서

 

또한 그 다음달인 11월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유실무기를 보여달라고 했을 때 윤 전 단장은 보여주겠다고 했으나 막상 카메라를 가져갔을 때에는 “수중에 잠겼던 각종 무기들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해군에서 다 피폭처리를 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어떻게 처리됐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는 상태이다. 이를 두고 당시 추적60분 제작진이었던 강윤기 KBS <명견만리> PD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선체의 일부는 작은 것이라도 모두 중요한 증거인데, 수거한 하푼 미사일은 더욱 말할 것도 없이 주요 증거의 하나”라며 “국감에서도 그렇고 우리 인터뷰할 때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갔을 때는 ‘(윤종성) 단장도 모르는 사이에 직원이 피폭처리했다고 한다’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강 PD는 “주요 증거물을 지휘체계 상 단장도 모르는 상태에서 피폭처리할 수 있느냐”며 “국감에서 위증한 것 아니냐, 작은 의혹이라도 있으면 투명하게 다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당시 같은 제작진으로 함께 취재했던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화학물질이 흘러나와서 흡착물질이 생겼다는 얘기들이 있어서 그것을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공개됐다면 논의가 진전됐을텐데, 없다고 하니 너무나 황당해하고 멈췄던 것”이라고 전했다. 심 기자는 “당시에도 이런 주요 증거를 임의로 폐기한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며 “증거물을 훼손한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수록된 하푼유도탄(미사일) 발사관을 인양했을 때 사진이 나온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발사관 안에 미사일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한 쪽은 발사관 뒷부분이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다른 한 쪽은 뚫려있는 듯하다.

김황수 경성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백서에 있는 하푼유도탄을 보면, 통(발사관)의 뒷부분에 가림막이 2개가 있어야 하는데, 한 쪽이 텅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며 “혹시 하푼유도탄 1기가 유실되고 없었기 때문에 서둘러 피폭처리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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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성 전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 겸 군측조사단장. 사진=조현호 기자

 

그러나 사진상에서 한 쪽 발사관이 비어있는 것처럼 보일 뿐 하푼 유도탄 미사일 자체가 없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김황수 교수는 “하푼 유도탄이 천안함 사건과 연루돼 있는 것인지, 공개하기로 한 장군도 모르게 왜 없앤 것인지, 법정에 관련자를 증인으로 소환해 규명해야 한다”며 “이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군측 합조단장이었던 윤종성 성신여대 교수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것은 (합조단이 아닌) 해군에서 한 것으로, 우리도 피폭처리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공개하겠다고 답변한 것은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 것인데 피폭했는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윤 전 단장은 “합조단인 우리는 주요 증거위주로 했으며 나머지 수거물은 해군이 관리하고 있었다”며 “하푼유도탄 관리는 해군에서 관리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푼미사일 2점이 모두 발견된 것은 맞는지, 천안함 백서에 2개 중 1개만 보이는 이유에 대해 윤 전 단장은 “내가 그것까지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하푼미사일이 천안함 사건과 관계가 있는지 검토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윤 전 단장은 “추측이거나 시나리오에 불과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함수절단면과 연돌 등지에서 검출한 폭약에 대해서도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합조단은 폭발의 증거로 이 같은 HMX와 RDX, TNT 극미량이 천안함 함수 절단면, 연돌, 가스터빈, 해저수거물 등지에서 검출된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김황수 교수는 폭발에 의한 것이라면 왜 폭약이 함수 절단면에만 나타나고 함미 절단면에는 검출되지 않았는지, 정작 폭약이 폭발한 1번어뢰에서는 왜 일절 검출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 폭약의 근원을 두고 대체로 천안함의 모든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량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반론과 함께, 하푼미사일과의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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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수 절단면에서 검출됐다는 폭약. 사진=천안함 합조단 보고서

 

이에 대해 윤종성 전 단장은 “함미 절단면도 다 닦았냈으나 폭약이 함미에서는 채취가 되지 않았다”며 “절단면은 다 닦았다. 폭발이라고 가정하고, 침몰원점 중심을 닦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단장은 “다른 곳도 묻을 수 있다는 반론을 고려해 다 확인한 결과 함포사격을 하는 곳에서는 주로 RDX와 TNT가 나왔고, 절단면에서는 HMX가 나왔다”고 말했다. 1번 어뢰에 화약검출이 안된 것에 대해 윤 전 단장은 “(자연이) 얼마나 복잡한 현상이 생기겠느냐”며 “그 복잡한 현상을 우리가 다 어떻게 아느냐. 폭약이 (어뢰에) 묻어있으면 좋겠지만 확인해보니 없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답했다.

한편, 신상철 대표의 천안함 재판에서는 신 대표를 고소고발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고소인)과 박정이 합조단장,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겸 군측 단장·이상 고발인) 등 주요 장성 및 책임자들은 한 명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초기부터 어뢰 폭발 가능성을 결론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 토머스 에클스 미군측 조사단장 역시 출석은커녕 재판부에 어떠한 입장이나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밖에도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이자 미군 상대 소송에서 승소해 미 해군자료를 확보한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박사), 아군 기뢰 폭발 가능성을 제기한 김동형 전 합조단 민간위원, 지진파 전문가인 김소구 지진연구소장 및 홍태경 연세대 교수,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 지진파의 파형이 충돌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진동수(조화주파수)라는 연구논문을 내놓은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 등도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사고 직후 상황과 관련해 최초 ‘좌초·파공’의 보고를 받은 뒤 상부에 보고한 책임자이면서도 어뢰피격 보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유일하게 징계를 받은 김동식 전 해군 2함대사령관(해군중장), 천안함에서 좌초라는 보고를 처음 한 포술장 김광보 대위, 후타실 CCTV에 나오는 유일한 생존자 김용현 병장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을 벌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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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기 전 KBS <추적60분> PD(현 <명견만리> PD)

 

또한 2함대에서 유가족이 보고 ‘최초좌초’ 논란을 알린 이른바 ‘작전상황도’를 작성한 장교와 당일 설명을 한 책임자 등도 초기 상황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법정에서 증인으로 채택되거나 출석하지 않았다.

또한 수조폭발 실험을 통한 흡착물질 정밀 조사 및 재실험의 필요성, 어뢰에 붙은 흡착물질의 실체를 조사하기 위한 어뢰 부품 감정 등 정밀한 조사도 지난 5년 간의 재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