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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보고서 부식물질, 천안함 백색물질과 유사”

40년 전 ‘심해 금속 부식’ 기술보고서, 블로거 박중성씨 발견 “미군자료도 ‘부식물질=알루미늄산화물’”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천안함 1번 어뢰에 붙은 백색물질(흡착물질)과 관련해 40년 전 미 해군 보고서가 분석한 알루미늄의 수중(바닷속) 부식물질에서 검출된 성분이 천안함 백색물질 성분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정부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보고서에서 흡착물질 성분이 비결정성(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폭발에 의해 생성된 것인 반면, 수중 부식물질의 경우 ‘비결정성이 아니라 결정성을 나타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수십년 전 미군의 실험에서 이미 알루미늄이 바닷속에서 부식될 때 생긴 물질에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4일 미해군 용역(Sponsored by NAVAL FACILITIES ENGINEERING COMMAND)으로 1976년에 라인하르트(F. M. Reinhart)씨가 작성한 기술보고서 ‘심해에서 금속과 합금의 부식(CORROSION OF METALS AND ALLOYS IN THE DEEP OCEAN)’를 보면 알루미늄 합금에서 생긴 부식물질을 분석한 결과가 나와있다.

이 보고서 187~189쪽에는 “알루미늄 합금 ‘3003-H14’(알루미늄 합금의 한 종류)로부터 나온 부식 생성물들은 X선회절 분석과 분광기분석, 화학적 정량분석, 적외선 분광법 등으로 분석이 이뤄졌다”며 “그 정성적 결과들은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수화물(Al₂O₃·XH₂O), 염화나트륨, 이산화규소, 알루미늄, 나트륨, 규소, 마그네슘, 철, 구리, 칼슘, 망간, 3.5%의 클로라이드(염소) 이온, 18.77%의 황산염 이온, 상당량의 인산염 이온 등(으로 구성돼있었다)”고 기록했다.

알루미늄 합금 ‘5086’에서 나온 부식생성물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결과물에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수화물(Al₂O₃·XH₂O)’, 알루미늄, 나트륨, 망간, 구리, 철, 규소, 티타늄, 5.8%의 염소(클로라이드 이온), 26.2%의 황산염 이온, 상당량의 인산염 이온으로 구성돼 있다고 이 보고서는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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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작성된 미해군용역 기술보고서 ‘심해에서 금속과 합금의 부식’.

 

이 같은 물질은 합조단이 보고서에서 천안함 선체와 어뢰, 수조폭발 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 성분에 있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 분자식(AlₓOy)’과 유사하며, 정기영 안동대 교수가 분석한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 분자식(2Al₂O₃SO₃·5H₂O)’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알루미늄이 부식됐을 때 생성된 물질에서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수화물’이 생성됐다는 것이다. 이는 합조단이 알루미늄의 부식물질 설명과 배치되는 결과이다. 합조단은 보고서(260쪽)에서 “(알루미늄이) 오랫동안 수분, 염기, 산 등에 노출되면 산화반응이 진행돼 백화현상을 보이게 되는데, 이 부식물의 주성분은 수산화알루미늄(Al(OH)₃, Bayerite)을 비롯해 보에마이트(AlO(OH), Boehmite), 산화알루미늄(Al₂O₃)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비결정성이기 보다 결정성을 나타낸다”며 “실제로 해수 또는 바닷가의 염분 등에 의해 알루미늄이 부식되는 경우에도 상기의 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성되는 것으로 많은 문헌에 보고돼 있다”고 썼다.

다만 보고서에는 이 같은 분석결과를 낳은 알루미늄 합금이 어느 정도의 수심에서 얼마나 바닷속에서 노출돼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특정돼 있지 않다. 대신 조사대상에 사용된 알루미늄 합금 3003-H14 전체의 노출기간은 181일부터 1064일까지이며, 수심은 5피트~5640피트(1.5m~1719m)의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나와있다. 다른 알루미늄 합금 5086의 경우 노출기간 181일~402일, 수심 5피트~2370피트(1.5m~722.4m)에 있었다.

이 같은 분석과 관련해 실제로 2010년 천안함 국제조사단의 미군측 조사단장인 토머스 에클스도 유사한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에클스는 그해 7월13일 한국 국방부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에서 실시한 테스트를 믿지 않는 우리쪽의 부식관련 전문가들은 의심을 제거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평상시 바닷속 부식이 이뤄지는 환경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한국조사결과에) 반하는 증거들이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이 같은 미 해군 보고서는 1번어뢰의 ‘가리비’를 발견했던 블로거 박중성(닉네임 가을밤)이 지난해 구글 검색을 통해 발견했다고 3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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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작성된 미해군용역 기술보고서 ‘심해에서 금속과 합금의 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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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작성된 미해군용역 기술보고서 ‘심해에서 금속과 합금의 부식’.

 

박중성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스크루 파손상태가 합조단 설명과 다르다는 점과 함께 흡착물질 정체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보고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해군 기술보고서의 부식 실험 데이터를 보면, 해수중의 알루미늄 합금을 수거했을 때 표면에 생긴 물질이 비결정질이었으며, 분자식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수화물(amorphous Al₂O₃·XH₂O)’이 등장한다”며 “이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의 흡착물질이 폭발재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미 해군 보고서가 증명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합조단이 어뢰에 붙어있는 것으로 내세운 흡착물질로는 폭발을 입증할 수 없는 근거”라며 “1번 어뢰의 정체에 더 큰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1번어뢰의 1번글씨가 지워졌다고 해서 녹을 제거하거나 백색물질에 손대서는 안된다”며 “현재까지 1번어뢰에를 조사한 것은 흡착물질에 대한 화학적 분석이 전부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지난 2000년 7~11월, 1번어뢰 구멍에 붙어있는 가리비와 붉은 물체 등을 촬영하면서 천안함 진실규명을 위해 틈날때마다 1번어뢰와 천안함 선체를 개별적으로 조사했다. 또한 브릭(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사이트의 천안함 커뮤니티와 서프라이즈 토론방, 자신의 블로그 ‘어느 포토구라퍼의 사진첩’ 등지에서 조사한 내용을 꾸준히 공개해왔다.

박씨는 이 같은 작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5년 여 전 전쟁기념관에 있던 1번어뢰를 가까이서 촬영한 순간 가짜라고 판단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어뢰추진체의 상태가 50일 정도로는 도저히 이 정도의 부식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그는 1번어뢰에 대해 “배터리로 이동하는 일종의 전기어뢰인데도 절반을 차지하는 납과 같은 배터리 파편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기계설계사이자 의료기기 제작업체에서 기구설계를 맡고 있는 박씨는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수중폭발이라고 본다면서도 1번어뢰는 가짜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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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번어뢰 속 가리비. 사진=박중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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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블로거 박중성씨.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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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을 두동강 냈다는 1번 어뢰추진체가 최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