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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두 건의 재판, 앞뒤가 안 맞는다

추적60분 대법확정 판단, 신상철 재판부가 뒤집어… “사고위치-초병 목격위치 크게 안 달라, 물기둥 봤을 가능성”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천안함 사고위치(폭발원점)와 백령도 초병들이 백색섬광을 목격한 위치가 다르다는 대법원(서울고법 판결 확정)의 사실판단에 대해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의 1심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다른 재판부(서울고법-대법원)가 이미 판단한 것에 대해 이를 전면적으로 수정할만한 뚜렷한 근거나 사정의 변경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유환우·정용석)가 지난달 25일 내놓은 판결문을 보면, 백령도 초병 2인이 목격한 백색섬광의 위치가 각각 차이가 나는데도 한 초병이 진술한 위치가 합조단 발표 사고위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는 “초소 경비병들이 순간적으로 방위각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그들 사이에서도 섬광 방향에 관한 진술이 각 방위각 280도(상황일지는 270도), 정서(正西)를 12시 기준으로 하여 2~3시 방향 등 차이가 난다”며 “그 중 방위각 270~280도 방향에서 목격하였다는 초소 경비병의 진술은 합조단의 천안함 사고위치 방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들이 본 것은 섬광만이 아니라 이어지는 물기둥도 일부 목격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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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가 선고한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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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가 선고한 판결문.

 

문제는 이 재판부의 판단이전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KBS 추적60분 ‘천안함편’ 징계취소 행정소송의 서울고법 판결문의 판단과 완전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당시 재판부는 합조단 발표위치와 초병의 위치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가 지난해 2월10일 방통위의 추적60분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한 판결문을 보면, 당시 재판부는 초병의 섬광위치 진술과 합조단 발표 사고위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두무진 돌출부 쪽 2~3시 방향에서(방위각으로 330도 이상에 해당한다) 빛이 퍼졌다가 소멸하는 것을 봤다’는 백령도 초병 김승창 일병의 진술과 ‘초소를 기준으로 280도에서 불빛을 봤다’는 박일석 상병의 진술이 방위각까지 일치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초소를 기준으로 우측(270도 이상 지점)에 있는 두무진 돌출부 방향이라는 부분은 최소한 일치하고, 초소를 기준으로 좌측(방위각 270도 이하 지점)에 폭발원점(초소 기준 220도 지점)이 있다는 합동조사단 발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밖에도 이 재판부는 “이들 초병 외에 남쪽의 다른 초소에서도 관측이 가능한데도 섬광이나 물기둥을 봤다는 보고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추적60분 제작진이) 폭발원점에 관한 의문의 근거로 제시했다”며 “또한 국방부 관계자 역시 ‘남쪽 초소에서 아무도 섬광이나 소리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합동조사단으로서도 의문’이라고 밝혀 충분히 (제작진이)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는 점을 시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초병의 진술과 합조단의 발표 위치가 다르다는 제작진의 의문 제기에 대해 “이에 비춰보면 합조단이 제시한 폭발원점과 초병들의 섬광을 목격한 지점이 불일치하다는 사실을 기초로 합조단이 발표한 폭발원점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는 충분한 노력을 투입해 확인된 사실에 기초해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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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KBS 추적60분의 징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서울고법 행정1부가 내놓은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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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KBS 추적60분의 징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서울고법 행정1부가 내놓은 판결문.

 

KBS 추적60분팀의 ‘천안함 편’ 징계 취소 행정소송도 4년이 넘게 걸렸다. 서울고법의 판결 이후 방통위가 상고해 결국 대법원이 지난해 7월8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고등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확정한 판결에서 판단한 사실관계를 다른 1심 재판부가 뒤집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0년 11월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 제작과 관련해 초병이 있었던 247초소와 그 남쪽 초소 등을 직접 현장취재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당시 KBS 추적60분 제작진)는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장에 가봤다면 저런 판단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기자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며 “법원 판단과 달리, 초병이 진술한 방위각 270-280도는 합조단의 천안한 사고 위치와 크게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심 기자는 “초병들이 진술한 섬광과 버블 제트 현상에서 나타나는 물기둥 역시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추적60분 제재 취소 처분 판결에서 법원이 이미 했던 판단과도 배치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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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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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5년 전 KBS 추적60분 제작진). 사진=이치열 기자

 

심 기자는 ‘초병진술 위치와 합조단발표 사고위치의 차이’에 대해 “이 부분은 천안함 사건의 큰 미스터리이며 합조단의 설명은 그야말로 아전 인수에 불과한데, 법원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합조단의 아전 인수식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재판부가 현장에 가봤으면 그런 소리 못한다”며 “초소에 가보면 완전히 방향이 다르다. 착각할 수가 없다. 누가 가서 봐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심 기자는 북한 어뢰 폭발로 천안함이 절단됐다는 재판부 결론에 대해서는 “합조단의 결론을 그대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번 재판은 기대와 달리 천안함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 수준을 진전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