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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존확률 없다는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환풍기로 물 유입…장관 “천안함은 잠수함 아니다”

김상만 기자 | hermes@mediatoday.co.kr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직후 함미에 있던 실종장병들의 생존확률이 거의 없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밀폐 가능한 침실에 머물러 있던 승조원은 21명 정도”라며 “최대 69시간가량 생존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나 천안함에는 격실마다 환풍기가 달려 있어 침몰 직후 바로 물이 찼을 것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5일 천안함 침몰 직후 격실에 물이 유입됐을 것이라며 환풍기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CBS노컷뉴스에 이어 8일 동아일보도 환풍기를 통한 바닷물 유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69시간 생존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충무공이순신함, 세종대왕함 등 최근 건조된 KDX-II급 이상의 함정에 설치된 환풍기는 화생방 공격 등에 대비해 위험상황이 발생할 경우 방수기능을 포함해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천안함에는 그런 설비가 없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69시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 아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천안함은 1989년 취역해 20년이 넘은 함선으로 공책만한 크기의 환풍기가 격실마다 천장에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풍기들은 전기 스위치로 닫을 수는 있지만 방수 기능은 별도로 갖추지 않아 침수되면 물이 새어 들어올 수밖에 없다. 또, 충격 이후 전원이 모두 나갔다는 증언에 비춰 환풍기 개폐 스위치는 아예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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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치열 기자.

침몰 직후 물이 유입됐다면 실종 장병들이 1~3시간 넘게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환풍기를 통해 물이 유입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69시간 생존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예 군이 천안함에 대한 정확한 제원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군 당국이 천안함 실종자의 생존 가능 시간을 허위 보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군이 잘못된 분석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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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4월8일자 1면

첫 보도를 했던 CBS노컷뉴스도 “군의 이 같은 언급들은 실종자 가족들 뿐 아니라 온 국민에게 69시간의 생존 드라마를 꿈꾸도록 허황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고 한주호 준위의 사망과 금양호 침몰이라는 또 다른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천안함의 환풍기 유무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장관은 8일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천안함 환풍기로 인한 바닷물 유입 가능성’에 대한 민주당 박선숙 의원의 질의에 대해 “천안함이 잠수함은 아니다…완벽한 방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구조작전을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