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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이 총 겨눴을 때 엄청난 위협 느꼈다”

실종자 가족·취재진 “군이 적으로 간주했다”며 분개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돼 40여 명의 사병 등이 실종되자 침몰 원인 및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항의하던 실종자 가족들에게 해군 헌병대에서 무장한 채 총을 겨눈 사건이 발생해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장에 있던 가족들과 취재진은 28일 “위협을 느꼈으며 군인이 가족과 취재진을 적으로 간주한 것 같은 위협을 느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현장을 촬영했던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촬영기자에 따르면 실종자 가족 200여 명과 취재진 50여 명은 지난 27일 오후 4시37분께 사고 책임자의 해명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출입문을 뚫고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가족들과 취재진들이 설명회장으로 가기위해 200여 미터를 가고 있을 때쯤 돌연 군용 트럭이 가족들 앞에 나타나 군인 15명 안팎이 중무장한 채 내려 가족들과 취재진을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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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한 촬영기자는 “실종자 가족들이 전국에서 부대 제공 버스를 타고 오는 등 삼삼오오 부대 주변으로 몰려들어 자세한 설명을 촉구하고 있었으나 군의 설명이 매우 부실하자 부대 정문의 바리케이트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한 200여 미터 정도 들어가니 처음엔 초소 근무자들이 저지하다 빠진 상태에서 갑자기 헌병 트럭 한 대가 가족들과 취재진 앞에 섰고, 15명 안팎이 중무장을 하고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총구를 겨눈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이들은 트럭 주위에 대열을 짜고 앉아 가족들과 취재진에게 총구를 겨눴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더 흥분했다. ‘어떻게 가족들에게 총구를 겨눌 수가 있느냐’며 항의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일부 사병은) 가족 인솔자를 포위하기도 했다. 총구를 겨눈 자체는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졌다. 나이드신 부모님들은 ‘다 너희같은 자식이 있는데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있느냐’며 원망하기도 했다. 가족 대표가 헌병 지휘관에게 강하게 항의해 결국 다시 차에 타고 돌아갔다. 이는 단 5분 안팎으로 벌어진 상황이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누구에 의해 벌어진 일인지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모든 이들은 다 현장을 목격했다”고 비판했다.

이 촬영기자는 “무장한 군인이 출동해서 가족들과 취재진에 총을 겨눈 것은 우리를 침입자로 간주한 것 아니냐, 군 당국과 정부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가족들 뿐 아니라 우리 취재진도 위협을 느꼈을 정도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 외에도 한 가지 상황을 더 설명했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이날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가진 사건 설명을 한 뒤 가족들로부터 부실한 설명이라며 항의를 받자 부리나케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지만 차 주변을 가족들에게 둘러싸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 중령은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 차를 전진 후진했고 이 때문에 에워싸던 가족들이 차에 부딪혀 적잖이 다쳤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유가족들은 군 당국의 대처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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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저녁 방송된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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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밤 방송된 YTN 뉴스

 

한편, 이날 발생한 사건에 대해 KBS는 <뉴스9> 16번째 리포트 ‘실종자 가족 백령도로 출발’ 리포트에서 해군 헌병대 소속 군인 한 명이 가족들과 취재진을 겨눈 장면을 정확하게 포착해 방송했다. YTN은 별도의 리포트(‘실종자 가족·군 갈등)로 가족들과 군의 충돌 사태 및 헌병들이 총을 겨눈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SBS도 이날 <8뉴스> 17번째 리포트 ‘부실한 브리핑에 분노’에서 헌병이 가족들을 향해 총을 겨눈 뒤 해명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은 뒤 “군당국의 성의없는 대응에 실종자 가족들은 또 한 번 울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MBC는 <뉴스데스크> 6번째 리포트 ‘실종자 가족 사고현장으로’에서 “함장이 책임을 지고 사고 원인을 설명하라고 강하게 요구해 충돌을 빚기도 했다”는 짧은 문장과 군과 가족들이 뒤엉킨 장면 3초 가량만 방송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