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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함 침몰, 풀리지 않는 의문 6가지

의혹, 불안 해소 위해 신속하게 정보공개 해야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해군 사상 최대 규모의 참사로 기록될 천안함 침몰은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긴다.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종 장병 가족들의 불만도 높은 상태다.

첫 번째 의문은 천안함이 왜 그렇게 육지에 가깝게 접근했느냐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역은 백령도 서남쪽 1.6km 해상이다. 1200톤급 대형 초계함이 이렇게 수심이 25m 밖에 안 되는 근해로 그것도 야간에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정도면 암초에 걸릴 위험 때문에 고속정도 들어가지 못하는 낮은 수심이다. 해군은 정밀해도를 갖고 있어 암초충돌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도 통상적인 작전 수행 범위라고 밝혔을 뿐 천안함이 어떤 작전수행을 위해 그곳에서 운항중이었는지 아직까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두 번째 의문은 인근에 있던 또 다른 초계함인 속초함이 왜 북쪽을 향해 경고사격을 했느냐다. 합참은 사고 직후 “속초함이 북쪽의 미상 타깃을 향해 76mm 함포로 밤9시57분부터 5분 동안 경고사격을 했는데 레이더로 볼 때 새 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새 떼를 미확인 물체로 오인한 경위와 당시 교신 내용 등이 밝혀져야 한다. 첨단장비를 갖춘 속초함이 사고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개연성이 충분한 만큼 경고사격의 이유와 과정은 다시 점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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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는 비상대책회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의혹에는 아무런 해명이 없다. 사진=청와대

 

세번째 의문은 함정이 완전히 가라 앉을 때까지 3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인명 구조 작업이 전혀 불가능 했는지다.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설명회에서 “폭발 후 1초 안에 배가 두 동강 나면서 직각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답했다가 실종 장병 가족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하자 “1초라는 부분은 잘못 말했다”면서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은 확실하다,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답했다.

생존 장교들도 사고가 나자마자 2분만에 선미가 가라 앉은데다 정전으로 칠흙같이 어두워 생존작업이 불가능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함장이 퇴함 명령을 내린 9시30분부터 해경에 구조된 10시40분까지 70분동안의 구조작업에 대해선 이렇다 할 증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70분 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실종된 장병들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분명히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하라”고 추궁하기도 했다.

네번째 의문은 초계함이 왜 그렇게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느냐다. 합참은 천안함의 선미 부분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발생한 뒤 20분 만에 함정의 60%가 침수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계함이 100여개의 격실로 이뤄져 있어 사고가 나면 일정 구역을 차단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는다고 지적한다. 합참은 “강력한 폭발로 인해 선체에 구멍이 나고 바닥이 갈라지면 바닷물이 급격히 유입돼 격실을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섯째, 폭발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생존자들은 화약냄새는 없었으나 기름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다. 최 중령은 설명회에서 “폭발로 인해 유류탱크에서 기름이 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의 기뢰나 어뢰 공격이 아니라면 내부 폭발 가능성 밖에 없는데 일부 생존자들은 “내부 폭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외부공격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오다 사고발생 이틀만인 28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뒤늦게 외부 공격 가능성을 다시 시사하고 나온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1989년 취역한 천안함의 선미 아랫부분 탄약고에 있던 76㎜ 함포탄과 어뢰가 노후화로 인해 폭발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실종 장병 가족들은 “이번 사고 전에도 3차례 바닥에 물이 스며들어 수리했다고 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최 중령은 “그런 적 없다. 이번 작전에 나갈때 모든 장비와 선체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확한 폭발 원인은 선체를 인양한 뒤에나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합참 발표는 “북한의 개입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정도가 전부다. 청와대도 지하 벙커에서 회의만 계속하고 있을 뿐 아무런 속 시원한 상황 정리가 없다. 미국 국무부가 사고 직후 “북한에 의한 공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과도 대조된다.

급박하게 발생한 사안이어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더라도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는 신속하고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정부가 정확히 선을 긋지 않아 언론보도가 춤을 추고 있고 그에 따라 국민들의 의혹과 불안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