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의 특종기자 “보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 한국의 전문기자들 ④ ]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유용원. 회사눈치 안 보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할 수 있는 유일한 조선일보 기자다.

그는 사내에서 대체불가능 한 ‘군사전문기자’다. 1993년 1월부터 22년째 국방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사내 특종 상을 41번 받았다. 사내 특종상이 생긴 1970년대 이래 최다수상이다. 국방부 출입기간 역시 모든 출입처를 통틀어 최장수 기록이다. 국방부장관, 육군참모총장 등 내로라하는 인사도 유용원 기자의 전화는 한 번에 받는다. 이쯤 되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해도 부담 없는 위치다.

1일 페이지뷰 100만, 누적 방문자 2억 7200만 명(2014년 6월 26일 기준)을 자랑하는 군사전문 웹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도 그의 작품이다. 그의 활동은 기자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 기획조정실장을 맡는가하면, 공군사관학교에 순직한 조종사를 위한 추모비를 짓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유용원 조선일보 기자’가 아닌,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를 만났다. 10월 31일 국방부 근처에서 만난 유 기자는 “전문기자로 살기위해 보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며 악수를 청했다.

유용원 기자는 전문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충고한다. “출입처를 오래 나갔다고 무조건 전문기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내가 20년 동안 국방부에 출근도장만 찍은 게 아닙니다. 노력해야 됩니다 … 기자는 기사로 승부합니다. 특종이나 기획기사라든지, 다른 신문에 비해 차별화된 기사를 써야 합니다. 기사 외적인 부분에서도 출입처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하죠.” 해당 출입처 이슈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끝없는 취재열정이 전문기자 타이틀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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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기자실을 22년째 출입하는 유용원 기자. ⓒ 유용원의 군사세계

“철들면 잊어버리는데, 취미가 직업이 됐어요.” 그는 처음부터 밀리터리 마니아였다. 40㎜포를 35㎜포로 소개한 국방부 관계자의 잘못된 설명을 고쳐줄 정도로 꼼꼼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무기에 대한 관심은 중학교 시절부터였다. 군사전문 주간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ce Weekly)’를 정기 구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기자가 된 이후에도 관심분야에 대한 취재로 두각을 드러냈다. 결국 입사 3년차 만에 10년차 이상 선배들이 가득한 국방부를 출입하게 됐다.

“기자들은 다 희망하는 분야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반영이 안돼요. 저는 초년병시절부터 국방부를 출입했어요. 회사 입장에선 파격적으로 두 명을 출입시켰죠. 월간조선 특종(하나회 220명 명단공개)이 영향을 줬어요. 저도 초반에는 물을 많이 먹어서 바뀔 위험도 있었는데, 회사에서 계속 내보내줬어요. 배려를 해준 거죠.” 이후 ‘군수본부 53억 포탄 사기사건’(1993), ‘KF-16 추락사고 원인은 엔진결함’(1998) 등을 단독 보도했다. 그는 전문기자 최고의 덕목은 ‘열정’과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사 국방부 기자들이 바뀔 때마다 자신은 군사전문기자를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군인들 앞에서 무기에 대한 지식을 늘어놨다. 시간이 흐르자 신뢰를 다진 취재원들은 장군이 됐다. 자연스레 군 핵심정보를 얻게 됐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다. “한 분야를 오래 담당하면 극복해야 하는 게 인간적 고민이에요. 저도 사람이니까 사감이 기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쓰면 그 기자는 오래 갈 수 없어요. 비판해야 한다면 제일 먼저 비판해야 합니다.”

그는 기자를 전문기자로 키우기 위해선 회사의 인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라는 게 특종과 낙종에 민감하지만 낙종할 때마다 빼라고 하면 성장할 기회가 사라져요. 인내심을 갖고 출입시키면 더 큰 특종을 할 수도 있어요. 이 친구를 이 분야 전문가로 키우고 싶다면 회사에서 인내심을 갖고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재교육 기회도 중요하구요.” 조선일보는 ‘유용원 이후’를 대비해 국방부 인재풀을 5~6명가량 구성한 상태라고 했다.

“끝까지 군사전문기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의 은퇴 후 노후설계는 ‘유용원의 군사세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가 유행이던 2001년 어느 해군장교의 제안으로 만든 사이트는 오늘날 밀리터리 분야의 독보적 공간으로 성장했다. “이 정도는 예상 못했는데, 행복한 족쇄죠. 휴가 가서도 관리했으니까. … 많은 시간을 사이트에 투자하다보니 딴 생각할 게 없어요. 군에 있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주목하고 있어서 제 입장에선 보람을 느끼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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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국산 경공격기 KA-1 탑승취재 당시 유용원 기자. ⓒ 유용원의 군사세계

그는 ‘유용원의 군사세계’가 군인과 시민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멍석과 교량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무기분석이 군 당국의 무기담당자에게 자극제가 되어 좋은 방향으로 반영되는 식이다. “사람들이 이제 종이신문을 안 봅니다. 결국은 온라인, 인터넷과 모바일이에요. 콘텐츠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웹 공간이에요. 이쪽을 활용하지 않으면 생명력 있는 기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를 늘리는데 열심이라고 했다.

“하나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요. 요즘은 멀티 플레이어를 필요로 하죠. 방송 경험도 중요합니다. 신문기자이지만 방송에도 도전하고, 웹사이트도 만들고 SNS도 활용해야 합니다. …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기자에게 부담되는 게 많습니다. 지금은 잘못 쓰면 바로 공격받습니다. 점점 기자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런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정보 접근수단이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해졌어요. 콘텐츠 하나로 1타 5피할 수 있는 기회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전문기자로서 삶의 어려움은 곳곳에 존재한다. “한국적인 특징이 연공서열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기자들이 극복해야 되는 과제에요. 후배가 부장이나 국장이 될 경우 처신 문제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몇 년 뒤면 경험하게 될 텐데 극복해야 합니다.” 보직은 포기했다. 대신 이번 학기부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남북한의 군사통합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통일 과정에서 남북한 군사통합이 제일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며 “무력 충돌은 민족적인 비극”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기자로서 뗄 수 없는 관심사는 북한이다. “탱크 몇 대, 장갑차 몇 대로 북한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TV조선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낀 게 북한도 사람 사는 사회라는 점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핵무장이다.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대항해야 합니다. 그러나 핵무장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핵무장을 바로 하는 건 반댑니다. 하지만 한국은 핵무장 잠재력을 키워야 합니다. 미국은 그런 잠재력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그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2010년,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피격으로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군사전문기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유용원 기자는 “(천안함사건) 전체를 보면 10~20%는 국방부 설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와서 어뢰 공격을 했다는데 경로는 추정이 안 된다”며 “(합조단 발표에) 정확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과 입증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북한의 어뢰공격’이라고 했다.

“그 큰 쇳덩어리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어뢰공격이 아니라면, 그렇게 좌초할 수 있을까요. 국방부 발표를 믿지 않는 분들이 그러면 이거다, 라고 결정적으로 제시하는 게 있습니까. 없습니다. 어뢰가 아닌 이거다, 할 만한 주장은 없습니다. … 북한군이 한국군보다 뛰어난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중심의 첨단무기가 있지만 나름대로의 전략전술이 부족합니다. 반면 북한은 나름의 전략전술을 발전시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합니다. 소형 무인기를 만들어 우리를 괴롭히는 식이죠. 우리보다 북한이 앞선 분야 중 하나가 소형 잠수정 전략입니다. 북한의 500톤 이하 잠수정은 비대칭 위협 중 하나입니다.” 51살의 취재기자는 어느덧 마감시간이라며 그의 보금자리인 국방부 기자실을 향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한국의 전문기자들’ 기획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저널리즘의 가치가 추락하고 선정적인 이슈 경쟁과 가십성 낚시 기사가 범람하는 시대, 격동의 취재 현장에서 전문 영역을 개척하면서 뉴스의 사각지대와 이면을 파고들고 저널리즘의 본질을 추구하는 ‘진짜 기자’들을 찾아 나서는 기획입니다.

< 연재 순서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01) 곽정수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

(02) 안윤석 CBS 통일전문기자

(03)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

(04)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05) 박강섭 국민일보 관광전문기자

(06)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

(07) 심재억 서울신문 의학전문기자

(08) 남문희 시사IN 한반도 전문기자

(09) 강진구 경향신문 노동전문기자

(10) 김광현 한국경제 IT전문기자

(11)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12)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13) 최재봉 한겨레 문학담당기자

(14)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

(15)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

(16)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

(17)  주성하 김일성대 출신 탈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