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07) 종이를 버려야 신문이 산다
무가지 남발, 부풀려진 발행부수와 광고효과… 생존 위한 단계적 철수 고민해야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페이스북·트위터·네이버·다음…. 엄지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미디어콘텐츠의 과잉공급 시대다.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모든 뉴스를 검색할 수 있다. 오늘자 조선일보 종이신문 1면 톱기사가 궁금하면 조선일보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지면보기를 누르면 된다. 로그인만 하면 무료다. 출근길에서 더 이상 월 1만5000원의 종이신문이 설 자리는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에 따르면 종이신문 구독률은 2002년 52.9%에서 2013년 20.4%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면 2022년 경 구독률이 0%에 수렴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실제로 해외컨설팅업체인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는 2026년 한국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질 거라고 전망했다.

언론재단이 실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1주일 간 종이신문 및 PC·모바일을 통해 신문 콘텐츠를 이용한 결합 열독률은 78%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결합열독률은 94.3%로 높게 나타났다. 신문콘텐츠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종이신문 열독률은 2013년 33.8%에 그쳤다. 2002년 82.1%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한국신문협회는 이런 수치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신문협회보는 최근 “언론재단이 발표한 종이신문 구독률은 영업장, 사업체, 공공기관, 도서관 등의 구독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신문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며 정확성도 떨어지는 조사방식으로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종이신문의 쇠퇴라는 대세를 부정할 순 없다.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2014년 신문부수 공사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29만부, 중앙일보는 81만부, 동아일보는 71만부의 유료부수를 기록했다. 2002년 ABC협회 부수공사 당시 조선일보는 175만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153만부의 유료부수를 나타냈다. 12년이 지난 현재 조선일보는 26%, 중앙일보는 47%, 동아일보는 54%나 유료부수가 감소했다. 2002년 조중동 유료부수는 모두 481만부였으나, 2014년엔 281만부로 무려 200만부가 감소했다. 부실부수까지 고려하면 실제 유료부수는 더 떨어진다. 조선일보의 한 신문지국장은 “새벽마다 인쇄소에서 나온 종이신문이 트럭에 실려 곧바로 폐지공장으로 분주히 이동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6 서울 사당역에 위치한 신문자판기 옆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이치열 기자

▲ 서울 사당역에 위치한 신문자판기 옆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한국의 신문산업은 기사의 품질보다 경품과 무가지에 기대어 양적으로 성장했다. 신문사는 구독료를 올리는 대신 기업의 광고와 협찬에 의존했다. 구독료를 올리면 충성도 낮은 독자가 빠져나가고, 이 경우 광고단가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주요 종합일간지는 무가지를 찍어내며 부풀린 부수를 근거로 광고단가를 올렸다. 그 결과 광고의존도가 증가했다. 독일 신문의 경우 신문판매로 얻는 수입이 전체의 60% 수준이지만 한국은 20%대에 불과하다.

신문수익에서 광고비중이 높은 캐나다와 미국의 경우 지역단위 소매광고나 생활정보 광고가 많다. 하지만 한국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광고비중이 높다. 그만큼 대자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0년대 언론개혁운동이 ‘보수VS진보’라는 이데올로기 전선을 형성하며 대기업 광고 의존도가 높은 신문산업구조 개혁운동은 크게 힘을 얻지 못했다.

종이신문의 ‘수익사업’은 진화해 독자를 속이는 광고기사까지 등장하게 됐다. 일례로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조선일보 건강섹션 ‘헬스조선’측이 모 대학병원에 ‘협찬금을 주면 홍보성 기사를 써주겠다’는 공문을 입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면전략은 언론이 언론의 자산인 신뢰도를 스스로 낮춰 종이신문의 영향력을 더욱 떨어트리고 있다. 지역신문의 경우 출입처를 중심으로 홍보성 기사를 써주고 자사 종이신문 구독을 요구하기도 한다. 종이신문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디지털미디어시대가 도래하며 광고주는 종이신문을 떠났다. 경제가 어려워서 신문광고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신문이라서 광고를 하지 않는 시대다. 종이신문 광고도 광고효과 때문이 아니라 비판기사를 우려한 보험성 집행 성격 또는 홍보성 기사에 대한 보답 성격이 크다는 게 광고주들 설명이다. 정치적 힘을 통해 종이신문은 계속 광고와 협찬을 받을 수 있지만, 하락세는 피하기 어렵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박사는 “미디어 소비자가 디지털로 이동하고 광고주도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 음반시장이 디지털로 완전히 이전했지만 CD가 계속 생산되는 것처럼 최소치의 종이신문은 생산될 수 있지만 종이신문의 경제성은 이미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선일보의 한 신문지국장은 “조선일보가 신문 한 부를 발행하는 비용이 7000원이다. 10만부만 줄여도 경비절감이 연간 84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문사들 입장에선 발행부수를 일괄적으로 줄여 광고단가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부수를 줄일 판이다.

이치열 기자

▲ 한국일보 성남공장 미디어프린팅 윤전기가 멈춰있다. 성남공장은 올해 2월 1일자로 폐쇄됐다. 사진=이치열 기자

전세계 스마트폰을 파괴하고 인터넷망을 없앨 수 없다면, 종이신문 구독률 급감의 근본대책은 종이신문에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강정수 박사는 신문사 경영진들이 ‘단계적 철수전략’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훌륭한 기업은 앞으로의 요충지에 전략적인 힘을 실어야 한다. 전략적 무게중심은 디지털이고, 종이신문은 단계적 철수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에게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종이신문에 익숙했던 업무 마인드를 디지털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예가 2011년 ‘디지털퍼스트’ 전략을 발표한 가디언이다. 디지털 저널리즘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온라인신문을 플랫폼의 중심에 두면서도 당장 종이신문 수익구조를 폐기하지는 않았다. 가디언은 종이신문 발행과 배포 비용을 줄이고, 광고수입은 최대한 유지하는 대신 디지털 플랫폼 기여도를 넓혀갔다. ‘웹에 올리는 기사’를 넘어 ‘웹에 어울리는 기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강정수 박사는 “정부는 종이신문 생산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신문 산업에 과잉투자하고 있는데, 사라질 것은 사라지게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종이신문 쇠퇴 이후 발생할 실업에 대한 사회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종이신문 편집기자들을 상대로 직업 재교육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어버린 편집기자에게 연금정책을 내놓는 식으로 시장충격을 완화시킬만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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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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