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조사, 광고주·신문사 모두 불만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신문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판매(유료)부수는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 : 직역하면 발행부수 감사 기관)협회를 통해 측정된다. ABC협회는 분기별로 신문사가 내놓는 부수결과를 보고받는다. 이와 별개로 30여 곳 신문지국을 표본 조사해 구독자와의 거래내역 기록 등을 직접 검증한 뒤, 신문사가 내놓은 부수결과와의 성실률(격차) 또는 감사 리스크를 반영해 실제 판매부수를 추정한다.

부수를 추정하는 과정은 이렇다. 예로 조선일보 신문지국을 1000곳으로 잡으면 부수 실적이 좋은 1등급 200곳, 2등급 300곳, 3등급 500곳을 나눈 뒤 ABC협회가 각각 등급에서 10곳의 표본 지국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해 최대 30곳에서 평균을 낸다. 여기에 조선일보가 ABC협회에 보고한 부수와 비교해 성실률을 측정한다. 신문사 입장에선 성실률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성실률이 낮으면 그만큼 신문부수가 떨어진다. 성실률이 심하게 차이 나는 신문지국의 경우 아예 표본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ABC협회 전문공사원들이 방문하는 신문지국은 판매부수를 최대한 높게 부풀린다. 때론 조작의 냄새도 난다. 예컨대 아파트 밀집지역의 경우 영수증이 지로 80%, 방문 20%비율이 보통인데 지로 50%, 방문 50%인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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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ABC협회 홈페이지

ABC협회는 인력·재원 부족과 신문사들의 ‘입김’ 탓에 정확한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150여 곳의 일간신문 공사를 위해 20여명의 전문공사원이 8개월 간 공사를 진행한다.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조사 과정에서 특정신문사 판매국장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불리해질 것 같으면 신문지국 관계자들이 공사원들을 막아서기도 한다.

한겨레의 한 신문지국장은 “조중동과 매경·한경의 경우 3일전 ABC협회에서 방문 사실을 알리면 전산팀이 내려와 다른 지국의 독자관리프로그램을 열어주거나 아예 가상의 지국을 만들어 수금액을 몰아주기도 한다. ABC협회 조사는 엉터리다”라고 주장했다. ABC협회 쪽 또한 신문지국의 부실부수를 100% 정확히 확인할 여력은 안 되는 상황이다.

신문지국장들도 할 말은 있다. 조선일보의 한 신문지국장은 “지난해 조선일보 판매국장이 교체된 후 부실부수를 털었는데 이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실부수가 나오면서 사측이 부실부수신고를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구조적으로 부실부수를 안고 갈 수밖에 없어 ABC협회 공사원에게 ‘사기’를 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ABC협회는 1988년 6월 13일 한국광고협의회가 만든 ABC소위원회가 모태로, 1987년 언론민주화 이후 매체가 늘어나자 한정된 광고예산으로 효과적 광고를 위한 데이터의 필요성에 의해 탄생했다. ABC협회 인증부수는 현재 광고주와 신문사 양쪽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지표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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