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기반 붕괴, 콘텐츠 가격협상에 ‘올인’…
“공공성 외면, 스스로 몰락 자초” 지적도

금준경 기자 | teenkjk@mediatoday.co.kr

지상파 방송은 한때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한 콘텐츠 사업자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독점적 우위의 플랫폼이었던 지상파 방송이 언젠가부터 일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전락한 모양새다.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은 광고시장의 침체와 함께 경영난의 원인이 됐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재정 안정성 확보와 플랫폼 재건이 시급한 과제다. 내부에서는 생존이 걸려있다는 급박한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상파가 먼저 공영방송에 걸맞는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지상파 방송사는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규제완화를 통해 경영난을 돌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영이 안정화되면 플랫폼으로서 기반을 다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구상이겠지만 추진하는 사안마다 난관에 부닥쳐 있다.

먼저 중간광고 허용을 골자로 하는 광고총량제는 조중동 등 종합편성채널을 보유한 신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진짜 목표는 광고총량제가 아니라 중간광고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현재에도 완판되는 광고가 채널당 2~3개 뿐이기 때문에 중간광고 없는 광고총량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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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동 등 종편을 소유한 신문과 한국신문협회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반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 3월 2일자 사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간광고 도입은 쉽지 않은 과제다. 유료방송업계와 신문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효과가 크지 않은 광고총량제를 두고도 한국신문협회와 유료방송업계가 ‘지상파 몰아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광고규제완화가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NCCK언론위원회 등 언론시민단체가 염려하고 있기도 하다.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수신료는 1981년 책정된 2500원에서 30년 간 동결됐지만 최근 담뱃값 인상 등 우회증세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국회가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합시청점유율 도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통합시청점유율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오형일 KBS편성본부 편성전문 PD는 “지상파 사업자들은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KBS드라마 <힐러>를 통합시청점유율로 조사할 경우 9% 시청률이 4%대로 낮아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상파는 유료방송업계와 채널 및 콘텐츠 가격 협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벌어졌던 EBS2채널의 의무재송신 논란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상파는 재송신 수수료와 VOD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런 전략은 지상파의 플랫폼으로서 기반을 스스로 붕괴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직접 수신율을 올리기 위해 추진하는 게 MMS라고 주장하면서 의무재송신을 요구하고 재송신수수료와 콘텐츠 협상, 소송에 ‘올인’하는 모습은 이중적”이라고 비판했다.

돌파구는 있을까? UHD와 MMS(지상파다채널서비스)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 UHD도입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에서 여야가 지상파UHD를 전면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용으로도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진 SBS 뉴미디어전략팀 차장은 “유료방송이 UHD를 도입해도 지상파가 주파수 탓에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서 “지상파로서 UHD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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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 끝에 상업광고 없는 조건 하에 MMS채널이 출범했다. 왼쪽 모니터가 EBS, 오른쪽 모니터가 EBS2. 사진=금준경 기자.

지상파는 MMS 도입을 통해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 플랫폼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차장은 “MMS가 전면 도입되면 10여개 채널이 확보된다”면서 “무료서비스에 채널경쟁력이 생겨 직접수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 실장 역시 “영국의 경우 MMS 도입 이후 직접수신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접 수신율을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보편적인 공적 서비스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역할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실제로 직접수신 비율이 7% 미만으로 떨어진 게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가 공적책무를 수행하도록 재정적 지원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펼쳐야한다”고 밝혔다. 박성규 미래방송연구회 수석부회장 역시 “대립과 견제가 있을 수 있지만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이 돼선 안 된다”면서 “UHD방송과 MMS도입은 현재 기술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며 지상파는 무료보편적인 서비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지상파방송사들이 HD전환과정에서 전파를 건물 근처에 쏴주는 데 그치는 등 옥내수신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 유료방송들은 정교하게 망을 구축하고 공청시설을 확보해 차별성을 보였다”면서 “결과적으로 직접수신율이 떨어진 책임은 근시안적인 지상파의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지상파가 공공재로서 존재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지상파 보도의 공정성은 차치하고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상파가 공적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재정적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지상파 위기 극복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D 도입 과정에서 직접 수신율이 떨어졌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현재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8K UHD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먹구구로 정책을 추진하거나 당장 이익이 되는 특혜를 요구하기보다 이용자 환경과 차세대 기술을 고려한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지상파가 플랫폼으로서 기반을 재구축 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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