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 ‘기레기’ 수명연장, 사회적 합의 얻을 수 있을까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1963년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처음 나왔을 때 삼양라면 한 봉지 가격이 10원이었다. 그 무렵 조선일보 구독료는 월 100원이었다. 50여년이 지난 2015년 1월, 삼양라면은 한 봉지에 750원까지 올랐고 조선일보 구독료는 1만5000원으로 올랐다. 라면 값이 75배 오르는 동안 신문 구독료는 150배 올랐는데 지면이 4면에서 48면 이상으로 늘어났으니 지면 기준으로는 겨우 12배 오르는 데 그친 셈이다. 그야말로 라면 냄비 받침 만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라면 판매는 계속 늘어 2013년 기준으로 연간 36억3000만개, 한 사람이 74.1개 꼴로 먹는다. 신문 구독은 계속 줄어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구독률이 2002년 52.9%에서 2013년 20.4%까지 떨어졌다. 열독률도 같은 기간 82.1%에서 33.8%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로 가면 2022년이면 구독률이 0%가 될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컨설팅 업체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는 한국에서 2026년에 종이신문이 사라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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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은 사실상 가격 없는 상품으로 전락했다. 라면 값이 75배 오르는 동안 신문 값은 12배 오르는 데 그쳤다.
사진은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의 초기 신문 광고.

 

방송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이 가구 기준으로 2002년 535시간에서 2012년에는 501시간으로 줄었다. 개인 기준으로는 223시간에서 190시간으로 줄었다. 그나마 유료방송 채널 비중이 늘어나면서 개인 기준으로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프로그램 사업자) 채널의 시청시간을 더해도 점유율이 77.1%에서 64.7%까지 줄어든 상태다. 가까운 시일 안에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오히려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은 7% 미만으로 떨어졌고 통신사들이 IPTV 결합상품에 마케팅을 집중하면서 방송의 통신 종속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는 중복 가입을 포함, 침투율이 이미 140%를 넘어선 상황이고 본방 사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VOD(주문형 비디오)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공짜 콘텐츠+광고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콘텐츠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이야기고 뉴스 콘텐츠는 갈수록 밀려나고 있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부터 앞장서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줄이고 있고 종합편성채널의 선정적인 대담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이 주류 콘텐츠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포털 사이트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뉴스가 파편화되고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향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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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신문 열독률 및 구독률 추이.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모든 통계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언론은 이미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 10여년 동안 모든 지표가 반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문 닫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콘텐츠를 공짜로 뿌리면서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왔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는 세계적으로 언론 산업이 겪는 공통의 화두지만 한국 언론은 특히 변화에 둔감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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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방송 시청률 추이. ⓒ AGB닐슨미디어

한때 신문사들은 서비스 구독을 남발하면서 구독자를 늘려왔다. 자전거를 나눠주기도 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까지 뿌려가면서 독자 확장에 나섰는데 그것도 이제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됐다. 더 이상 발행부수가 광고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고 조중동부터 앞장서서 지국에 내려 보내는 무가부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발행부수 1만부를 줄이면 인쇄비와 지대를 월 7억원 가까이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2012년에 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중이 71.0%였는데 2013년에는 78.0%로 늘어났다. 유료부수가 줄어드는 이상으로 무가부수를 줄였다는 이야기다. 급기야 일부 신문사들은 일부 인쇄 공장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11월 대구 인쇄 공장을 내다 팔았고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지난 2012년 서울 오금동 공장을 폐쇄했다. 한국일보도 경기도 성남과 경남 창원의 인쇄소와 계약을 해지할 계획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몇 년째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재송신 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콘텐츠 경쟁력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때 막강한 슈퍼갑의 권력을 휘둘렀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수많은 PP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사업자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입지가 더욱 비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를 팔지 못하고 광고를 파는 기형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필연적으로 광고주와의 유착을 부르고 콘텐츠의 왜곡을 불러온다. 방송 뉴스에서는 이미 경제 기사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얄팍한 재테크와 가십성 생활 정보가 넘쳐날 뿐이다. 신문 보도에서도 기업 소식은 많지만 자본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권력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직접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광고주를 비판하기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문제는 이제는 그나마 광고주와의 유착도 올드 미디어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데 있다. 방송광고와 신문광고는 모두 급감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방송광고는 2012년 4조1940억원에서 2013년에는 4조2273억원, 지난해는 4조2281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신문광고는 2012년 1조7178억원에서 2013년에는 1조6227억원으로, 지난해에는 1조4468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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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를 공짜로 뿌리고 광고로 돈을 버는 전통적인 미디어 비즈니스의 수익모델이 무너지면서 저널리즘의 물적 토대가 붕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 이치열 기자 truth710@ 

광고가 줄어들었지만 드러나지 않는 협찬이나 후원은 늘어나고 있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 임원은 “광고 집행 금액 대비 협찬과 후원 비중이 60% 수준까지 늘어났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협찬과 후원 지출이 일반 광고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성적이고 변칙적인 광고가 늘어나면서 언론과 광고주의 유착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언론과 광고주가 길항관계에서 공생관계로, 그리고 그 무게중심이 광고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광고·홍보 전문 잡지 더피알 강미혜 기자는 “기업 홍보실에서 집행하는 광고는 광고 효과는 보지 않고 언론사와 관계 유지 차원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최근 추세를 보면 홍보실에서 집행하는 광고가 줄어들고 마케팅 파트에서 집행하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보험성으로 광고를 배정하곤 했지만 이제는 두들겨 맞을 건 맞더라도 철저하게 광고 효과 중심으로 집행한다”는 이야기다.

YTN 생생경제를 진행하는 김윤경 이투데이 기획취재팀장은 “뉴스 소비자들이 쉽고 자극적이고 생활에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정보만을 원할 것이란 편견도 있지만 광고주를 신경 쓰면서 아예 광고주를 자극하지 않을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니 스스로 비판을 거세하고 연성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재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삼성 광고를 게재하는 모순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가면 상황은 더욱 끔찍하다. 여전히 상당수 언론사들이 뉴스 트래픽의 3분의 2 이상을 네이버에 의존하면서 비뇨기과나 성형외과 등의 온갖 지저분한 배너광고로 수익을 낸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 중심의 가십성 어뷰징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정작 중요한 기사를 가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신뢰를 떨어뜨리는 극단적인 포털 저널리즘의 늪에서 어느 언론사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윤승일 한겨레 출판기획담당 부국장은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붕괴하면서 언론사들은 눈앞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타협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부국장은 “콘텐츠 산업도 소품종 대량 생산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로 가고 있는데 주류 언론은 여전히 과거의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저널리즘의 후퇴를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익현 지디넷 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대형 광고주들은 이제 조지는 걸 별로 안 두려워한다”면서 “언론이 알아서 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있는데 급한 일에 쫓겨 중요한 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디지털 혁신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가능성을 찾는 움직임도 있지만 좋은 콘텐츠가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콘텐츠 생태계의 전면적인 개편 없이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뉴스 산업의 수익 모델은 이미 작동 불능의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막연하지만 결국 해법은 저널리즘 고유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결국 저널리즘의 복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독자들을 내쫓았던 구태의연한 뉴스 관행을 극복하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언론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저널리즘의 붕괴를 언론사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시장 논리에 맡겨두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쏟아내는 언론사들만 살아남게 된다”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에 기레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혐오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몰락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프랑스나 독일처럼 공영성이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언론사들을 공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정치권력에서 완벽하게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게 뉴스 콘텐츠를 평가하고 적절하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언론사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요하다면 기업 후원을 독려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연재 순서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19) 에버그린 콘텐츠를 찾아라
(20) 저널리즘의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