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10) 뉴스구독행태 변화 이후 의제설정 기능 상실한 지상파, 뉴스 넘치지만 가십성 연예기사 넘치는 포털…뉴스 넘치지만 뉴스없는 시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오늘날 뉴스 이용방식처럼 세대 간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도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4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에서 60대 이상으로부터 72%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압도적이다. 고무적인 건 2013년 61.4%에 비해 10%가량 증가한 수치란 점이다. 반면 20대의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에서 TV는 27.4%로, 60대에 비해 3분의 1수준이었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확산된 이동형 인터넷의 영향력 점유율은 37.4%로, 2013년 30.8%에 비해 7%가량 증가했다. 60대 이상의 이동형 인터넷 점유율은 4.9%에 불과했다.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은 스마트미디어 플랫폼의 성장과 세대별 뉴스이용 습관을 드러낸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60대 이상 뉴스수용자는 TV와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데 여전히 불편함이 없다. 더욱이 2012년부터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며 채널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40대는 TV를 놓지 않으면서도 스마트폰과 데스크톱(고정형 인터넷)을 일정수준 활용하고 있다. 20대는 TV보다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높은 유일한 세대다. 이들이 앞으로 미래의 미디어 소비를 주도하게 된다.

종이신문은 젊은 세대에게 이미 삭제된 플랫폼이다. 종이신문에 대한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의 경우 50대는 15.4%였지만, 20대는 3.9%에 불과했다. TV의 9분의 1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20대의 소셜미디어 영향력은 6%로, 종이신문을 앞섰다. 온라인에서의 구독을 합친 결합열독률로 따지면 여전히 종이신문 콘텐츠가 위력 있다고 하지만, 이는 업계의 자기만족을 위한 수치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온라인에서 뉴스를 구독하며 바이라인(출처)을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122291_144523_910

▲ 2014년 미디어 매일 이용률. ⓒ한국언론진흥재단

122291_144522_45

▲ 미디어별 뉴스이용추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젊은 세대의 뉴스미디어 이용>(한국언론진흥재단, 2013)에 따르면 2013년 11월 기준 13~34세까지의 1일 평균 TV체류시간은 3.5시간이다. 스마트폰 평균 체류시간은 13~18세의 경우 5.3시간, 19~24세의 경우 5.8시간으로 나타났다. TV를 압도하는 수치다. 연구진이 닐슨코리안클릭에 의뢰해 2013년 11월 젊은 세대의 뉴스·미디어 섹션 이용을 트래픽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에서의 포털사이트 뉴스·미디어 섹션 이용의 경우 19~24세는 평균 255.8페이지, 체류시간은 181.9분을 기록했다. 25~29세의 경우 평균 페이지뷰 276.9페이지, 체류시간 213.4분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20대라면 하루 평균 약 7분 동안 네이버·네이트·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약 9건의 뉴스 페이지를 보는 셈이다. 어쩌면 이게 젊은 세대 뉴스 소비의 전부일수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 2014년 11월 현재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4천만 명을 넘겼다. 지금 20대는 성장기부터 PC와 스마트폰을 접해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뉴스 이용습관을 갖고 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스 구독은 하나의 의례적 습관이다. 당장 뉴스가 유용해서가 아니라 그냥 보는 것이다”라고 지적한 뒤 “노년 세대는 방송과 신문,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이 미디어 이용 습관”이라고 전했다. 당연하게도 젊은 세대에게 종이신문과 방송뉴스를 챙겨보는 습관은 없다.

핵심은 세대별로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20대는 포털사이트의 모바일 화면에 눈을 집중한다. 이것 역시 뉴스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휘발성 강한 가십성 연예기사나 생활정보 따위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개편하며 트래픽 중심의 수익기반을 유지하던 언론사는 생존을 위해 연예·스포츠 뉴스 상품에 더욱 몰두하고, 가십성 내용을 쪼갤 수 있을 만큼 쪼개며 네이버 클러스터링의 허점을 찾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언론사에 사실상의 ‘트래픽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122291_144525_1229

▲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뉴스 범람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뉴스 없음’ 시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김세은 교수는 “젊은 세대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뉴스와 재미로 읽는 뉴스와의 구별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뉴스를 보더라도 조선일보인지 한겨레인지, 어떤 방향성을 가진 매체인지 인식하는 사람조차도 극소수”라고 전했다. 포털사이트 뉴스 이용률은 상승세다. 2011년 55.4%에서 2014년 65.9%까지 올랐다. 하지만 메인페이지 제목을 보고 뉴스를 클릭한다는 응답이 88.5%,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한다는 응답이 75.3%였다.

모바일 뉴스소비가 늘어날수록 단편적 소비(훑기, 건너뛰기, 제목 등)가 늘어나며 완성도가 떨어지는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 소비 총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분석은 부족하다. 스마트폰을 켜고 네이버로 들어가 기사를 본다. 이들이 다른 미디어 플랫폼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습관 때문이다. 마트에 가면 물건의 질에 대해 불평하더라도 있는 물건 중 고르게 된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볼 게 별로 없다”고 말은 하지만 적극적으로 좋은 뉴스를 찾아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을 표준으로 봐선 안 된다.

전통 매체를 소비하는 세대도 문제다. 50대 이상 시청자는 종합편성채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뉴스가 아니라 시청률을 노린 극우편향 토크쇼가 대부분이다. 검증 안 된 패널이 등장해 사실을 호도하고 사회주요 의제를 ‘종북’으로 치환하고, 박정희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한국식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프레임 왜곡이자 편파적인 선동이다. 언론의 정파성은 더욱 첨예해졌다. 정파적인 뉴스의 강화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해당 언론사의 생존을 위해 뉴스가 상품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파 뉴스는 갈등이 첨예한 사회이슈를 아예 다루지 않거나 축소보도하고 있다. 또는 5대5 기계적 중립에 만족하고 있다. 그 결과 의제설정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런 사이 지상파 뉴스 이용률은 2012년 94.2%에서 2014년 84.7%까지 하락했으나, 종합편성채널 뉴스 이용률은 2012년 28.1%에서 2014년 54.2%까지 올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18 광주민중항쟁을 두고 “대규모의 북한 인민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던 종편은 여전히 자극적이고 편향적 프레임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122291_144524_1136

▲ 미디어는 진화한다. 뉴스를 접하는 공간은 점점 다양해진다. 하지만 정작 ‘뉴스’는 멀어지고 있다.

PC통신 시대와 함께 기자생활을 시작한 유력 중앙일간지의 한 기자는 “입사 때만해도 TV와 종이 신문중심의 뉴스 유통이 깨질 거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 보급 이후 누구나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며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허탈함보다 우려가 커보였다. 이 기자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보고 싶은 기사만 골라서 본다. 인터넷 보급 이후 정파적 보도가 늘어난 이유가 여기 있다”며 “10년 전만 해도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논조나 격차가 오늘처럼 심하진 않았다. 인터넷 중심의 뉴스소비는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찾는 소통의 지점을 잃어버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매우 편향된 뉴스를 빙자한 주의 주장을 듣는 세대, 포털에서 트래픽 목적으로 양산된 텍스트를 읽는 세대 모두 사회문제의 맥락을 짚어낼 수 있는 ‘진짜 뉴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더욱이 본방사수가 사라지고, 출근길 종이신문이 사라지고,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사라지며 규칙적으로 뉴스에 노출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연예정보를 제외하면, 뉴스를 아예 안 보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에 TV도, 신문도 없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인터넷은 파편화된 뉴스를 소비하게끔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포털 다음이 ‘미디어 다음’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포털 뉴스서비스 이용자 규모가 기존 언론사닷컴을 압도했다. 포털사이트는 트래픽 유입량을 높이는 것이 상업적 성공과 직결되어 있었다. 연예뉴스는 이런 맥락에서 양적 팽창을 맞았다. 연예전문매체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우리는 미디어역사상 가장 많은 연예 기사를 가장 적극적이고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두고 중앙일간지의 한 중견 기자는 “인터넷 환경에서 언론사가 난립하며 자격 없는 사람들이 포털에 기대 디포메이션을 양산했다. 포털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들을 활용한다”며 “언론의 영향력이 높은 만큼 자격이 있는 사람이 언론사를 만들 수 있게끔 적절한 진입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2291_144526_1640

▲ 지하철 역 신문판매기 옆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남성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책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원칙>(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은 “21세기 미디어 수용자는 뉴스를 보기 위해 단일창구에 의존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많은 선택지와 다양성을 제공한다. 뉴스 소비자가 다양한 견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고 지적했으나 “이는 적극적인 뉴스 수용층에게만 의미 있는 말이다”라고 전제한다. 작가 알랭드 보통은 그의 책 <뉴스의 시대>에서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무작위의, 쓸모없는, 짧은 뉴스들의 홍수다. 그것은 점차 사람들이 이슈에 대한 본질을 파고들고 싶지 않게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뉴스시대가 갖는 문제는 전 세계적이다.

파편화되고 편향적인 뉴스의 홍수시대, ‘업자’가 아니고선 뉴스의 맥락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별 하루 평균 뉴스 이용시간은 모바일을 제외하곤 감소세다. TV의 경우 2013년 56.5분에서 2014년 46.2분으로 1년 사이 10.3분이나 감소했다. 2014년 10개국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영국 로이터 디지털 뉴스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사용자 절반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밝혔다. 뉴스가 너무 많은데 무얼 봐야할지 판단하기 어려워, 친구의 안목을 믿는 셈이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변화되고 SNS가 확산되면서 과거의 지배적인 플랫폼은 큰 의미가 없는 시대다. 어딘가에 접속하지 않아도 뉴스는 다양한 경로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뉴스의 질(Quality)이다. 김세은 교수는 “뉴스의 구독 행태가 다양해질수록 뉴스의 역할이 무엇인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기자 스스로 ‘나는 누구를 위해서 이 기사를 쓰고 있나’라는 물음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랭 드 보통은 “언론이 칭찬받아야 하는 부분은,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지적 편향을 통해 사실의 타당성을 가려내는 기술이다”라고 지적했다. 뉴스구독행태가 진화하며 등장한 다양한 미디어플랫폼이 역설적으로 빚어낸 ‘뉴스 없음’의 시대에서, 저널리스트가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2015년 BBC가 내놓은 <뉴스의 미래> 보고서의 주요 의제는 ‘뉴스 대 소음’(News vs Noise)이다.

< 관련기사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저널리즘의 미래 (10)
○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언론을 갖는다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연재 순서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19) 에버그린 콘텐츠를 찾아라
(20) 저널리즘의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