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14) 사명감으로 버티기엔 저녁 없는 삶에 낮은 연봉, 정년은 언감생심… 학업도 정치권도 기업 홍보실도 만만치 않아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기자들은 불안하다. 신문·방송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기자들의 미래도 막막해졌다. 기성언론의 무기였던 ‘정보통제권’은 인터넷이 등장하며 약화됐고, ‘단독보도’는 포털사이트에 기생하는 수많은 ‘유사언론’에 의해 1분 안에 복제되며 힘을 잃었다. 한국의 기자들은 2만7398명(2014년 언론연감 기준)이다. 기자와 언론사 숫자가 늘어난 만큼 광고주의 광고집행권은 강해졌고, 광고를 염두에 두고 기사 쓰는 기자도 늘었다. 기자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기자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3년 6월 전국의 기자 15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2회 기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언론보도가 공정하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은 54.2%를 차지했다.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노동자들의 답변이 이 정도다.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은 ‘광고주’가 64.8%로 1위였다. 기자 10명 중 7명은 ‘기자가 샐러리맨이 됐다’는 지적에 ‘그렇다’고 동의했다. 기자들의 광고영업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언론사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 탓이다.

기자가 ‘샐러리맨’이라면, 샐러리맨의 관건은 ‘돈’이다. 기자들이 밝힌 평균연봉은 4540만원이다. 2008년 평균연봉 4718만원보다 오히려 178만원 감소한 수치다. 방송기자는 6386만원, 신문기자는 3981만원, 인터넷매체기자는 3141만원을 기록했다. 기자의 30.5%는 타 언론사로의 이직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2009년 18.8%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기자들은 종합일간지(42.2%)와 지상파방송(30.3%)으로 옮기길 희망했다. 높은 연봉을 받고 안전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작 종합일간지 기자들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대기업에 다니는 비슷한 연차의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연봉이 정말 차이가 많이 나서 박탈감이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지난해 6월 노보에서 “차장대우 조합원의 임금상승률은 2010년 이후 5.9%였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9%였다. 실질임금이 5%나 깎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14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이 동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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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최근 1~2년 간 사기가 저하됐다(58.5%)고 답했다. 언론사 경영위기(26.1%)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언론인으로서 비전 부재(22.5%), 성취감 만족감 부재(15.6%)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취재를 통해 사회에 의미 있는 보도를 하는 것이 기자가 느껴야 할 성취감이자 비전일 텐데,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회사 경영까지 어렵게 되자 기자들은 본능적으로 복지수준이 좋은 언론사나 다른 직업을 찾아 잦은 이직에 나서고 있다. 언론 산업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빈번해질 미래다.

언론사가 아닌 다른 업종으로의 전직 의향에 대해서도 기자들의 29.9%가 ‘있다’고 답했다. 전직 의향은 2007년 26.5%, 2009년 28.4%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 경제지 기자는 “잦은 술자리에 홍보성 기사를 쓸 때가 많아 기자질을 관두고 싶다. 어딜 가든 비슷할 것 같아서 로스쿨을 가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단순히 돈 문제 때문에 전직을 희망하지는 않는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에 회의적인 현직기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탈출할 수 있으면 언론계를 탈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일까.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신문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수십 년 뒤 회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부장 세대만해도 이런 걱정 없이 지냈지만 우리는 다르다. 10년 뒤 내가 이 회사에 남아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년전 공정방송을 위한 장기파업에 나섰던 MBC 기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지만 파업이력 때문에 비제작부서에 배치되거나 또는 정부·여당에 치우친 보도방향으로 아이템을 자체검열하며 언론인으로서의 자괴감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노동강도도 기자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기자의식조사에 따르면 기자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 38분이다. 이는 법정근로시간(8시간)을 2시간 38분 초과한다. 주당 기사작성건수는 31.3건이다. 기사 작성건수가 절대적인 노동량을 드러내는 수치는 아니지만, 빈번한 마감으로 노동강도가 증가함을 추론할 수는 있다. 인터넷의 등장에 따른 온라인판 마감 탓이다. 1993년 같은 조사에선 주당 기사작성건수는 11.7건이었다.

여기에 더해 평기자가 국장급이 되기까지는 평균 21.7년이 걸린다. 승진은 더디고, 주말에도 일거리는 쌓인다. 기자들은 24시간 뉴스에 얽매여 있다. ‘엄마’로서도, ‘아빠’로서도 기자들은 낙제점이다.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장기육아휴직을 쓴 여기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1993년의 기자들은 직업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75.4%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2013년 기자들은 만족한다는 응답이 45.1%에 그쳤다. 요즘 기자들이 유독 현실에 부정적인 걸까. 20여 년 전 기자들이 누렸던 ‘특권’은 많이 사라졌다. 출입기자실에서 날아다니던 촌지봉투도 사라졌고, 김영란법도 등장했다. 시대가 변해 종합일간지 산업부 기자들마저 광고실적 눈치를 봐야 한다. 신문산업이 어려워지며 기자들은 부수확장실적도 올려야 한다. 여유와 특권이 줄어드는 만큼 만족도도 줄었다.

기자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출입처에서 떠먹여주는 보도자료 중심의 취재관행에 익숙한 기자일수록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고 뉴스의 맥락을 짚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자는 점점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직접 말하고 쓰는 시대에 기자들의 역할이 출입처 중심의 단순 전달 보도로 축소될 경우 기자의 미래는 없다. “기자들은 세계의 유일한 전문가들이 아니다”라는 앨런 러스브리저 전 가디언 편집장의 선언은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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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이런 가운데 해외에선 로봇기자가 등장하며 금융·날씨·스포츠 분야의 기사를 엄청난 생산성으로 써내고 있다. 인간기자들은 단순보도나 속보분야마저도 위협받을 처지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미국 버즈피드의 사례를 들며 “미래의 기자는 전공분야를 살리면서도 작가적 역량을 갖추고 아젠다를 세우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까지 함께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딱딱한 정치·경제·사회뉴스를 대중적 콘텐츠로 만드는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 선구자인 폴 브래드 쇼 버밍엄시티대학교 교수는 2013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은 독자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미래의 기자들은 기사를 쓰는 행위나 취재가 기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기자들은 그래서 출입처 이슈도 챙기며 전통적인 취재영역을 커버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을 통해 늘 대중과 호흡하며 주류문화를 성찰해야 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쌓아가야 한다. 또 학위도 받아야 한다. 온라인 속보도 놓치면 안 되지만 역피라미드형 기사쓰기에서 벗어나  내러티브 기사쓰기와 같은 기법도 고민해야 하고 데이터저널리즘도 구현해야 한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갈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기자들이 기자를 관두는 이유다.

물론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미래를 설계하는 기자들도 있다. 기자들은 다가올 미래의 불안에 대비하며 학위 취득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2013년 기준 기자의 26.6%가 석사학위를 갖고 있었으며, 이 중 3.2%는 박사학위도 있었다. 학업을 병행중이라는 응답도 9.8%나 됐다. 전공은 신문방송학(석사 39.2%)이 제일 많았다. 중앙일간지의 한 기자는 “요즘 주변을 보면 다들 대학원에 다닌다.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학위만으로 노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지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생각들이 공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언론계에서의 직업적 장래가 명확치 않은 상황이 학위취득의 동기부여가 된다”고 지적했다. 제정임 교수는 “기자들은 자신의 지적 역량으로 사회 전체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이 기자라는 직업에서 본분을 다 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몇몇 기자들은 과거 선배들의 길을 따라 정치권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진출이 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진동 조선일보 기자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섰다 낙선한 뒤 다시 언론계로 돌아오며 기자로서 불명예스러운 경력을 갖게 됐다. 중앙일보에서 후배기자들에게 평이 좋았던 문창극 전 주필은 총리 후보자가 되었다가 낙마하며 박근혜정부 인사 참극의 표본이 됐다. 이동관·진성호 씨 등 이명박정부 시절 정치권 인사들처럼 종편에서 재기를 노리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후배들이 닮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학위를 취득해 학계로 갈 여지를 남겨두고 40대 중후반 쯤 다른 전문 직업군을 두드리는 것이다. 삼성그룹을 출입했던 이형섭 한겨레 기자가 지난해 삼성그룹으로 이직한 사건은 언론계 화제였다. 당시 한겨레의 한 기자는 “나이가 40대 중반인 이 기자가 조직 내 자기발전 가능성을 고민하던 중 삼성으로부터 이직제안을 받았고, 이를 거절하다가 받아들인 상황을 고려하면 기자윤리의 문제로 이 기자를 탓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기업 홍보담당자 가운데 언론인 출신은 흔하다. 하지만 대기업 홍보담당자 자리도 원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순식간에 ‘갑’에서 ‘을’로 바뀌는 홍보팀 업무 탓에 얼마 버티지 못하는 기자들도 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이 악화되며 기자 또한 퇴사 이후의 새 인생을 위한 도전이 쉽지 않다. 언론재단이 기자의식조사를 시작한 첫 해인 1989년, 기자들이 전직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놀랍게도 ‘개인사업’이었다. 언젠가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회사 그만두고 온라인 매체 하나 만들어서 알바 두 명 정도 쓰고 어뷰징만 돌려도 먹고는 살 텐데….”

언론은 혁신을 요구받는다. 기자는 혁신의 주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많고, 몸과 마음은 지친다. 기사로 세상을 바꾼다는 청춘의 꿈은 잊은 지 오래다. 남은 건 생존욕구다. 그래서 기자는 다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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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미래 (14)
기자들, 점점 보수화된다?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연재 순서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19) 에버그린 콘텐츠를 찾아라
(20) 저널리즘의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