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버즈미디어의 콘텐츠 생산 방식 배워야, 적극적인 제휴도 하나의 방법

금준경 기자 | teenkjk@mediatoday.co.kr

‘콘텐츠 도둑질’이라고 비판 받던 매체들의 도약이 매섭다. 피키캐스트의 누적 앱 다운로드 횟수는 710만 건을 돌파했다. 코리안 클릭 조사에 따르면 피키캐스트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12.1분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다음이다. 위키트리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위키트리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연간 순 방문자수는 5700만 명이다. 페이지뷰는 연간 2억6700회가 넘는다.

페이스북 상에서 이들 매체는 기성언론보다 구독자수가 많기도 하다. 지난 5일 기준 피키캐스트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구독자수)’는 113만5929명에 달한다. 위키트리는 54만5836명, 인사이트는 90만5143명이다. SBS 49만5565명, 경향신문 23만8109명, 조선일보 15만8314명 보다 많다.

이들 매체를 바라보는 기성 언론의 마음은 복잡하다. 뉴스를 읽지 않는 젊은 세대가 이들 매체에 몰린다는 점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동시에 자체 콘텐츠가 아닌 인터넷상의 자료를 ‘불펌’한다는 점, 연성 콘텐츠 위주라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는 위키트리 5주년 행사에서 “저작권 개념은 앞으로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현재 SNS 공유를 통해 수 많은 콘텐츠들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 매체의 저작권 관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이다. 피키캐스트의 경우 저작권 전문가를 채용했지만, 아직까지도 ‘불펌’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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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피키캐스트, 위키트리, 인사이트 로고.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위치는 애매하다. 불펌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유를 최우선 가치로 하는 연성기사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 매체와 같이 분류되기도 한다.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뉴스 팀장은 “취재를 주로 하지 않고 큐레이션을 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버즈미디어지만 저작권 관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자질 있는 기자들이 검증된 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치, 사회, 국제 기사에 비중을 두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들 매체의 콘텐츠 생산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의 ‘내용’과 ‘형식’면에서 말이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기자들이 피키캐스트와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전통 저널리즘이 아니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왜 독자들이 그들의 콘텐츠를 더 많이 읽는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디언의 ‘푸드 섹션’에 ‘레시피 콘텐츠’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마 우리나라 기자들이 봤으면 ‘이게 무슨 기사야’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형식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부장은 “매체를 소비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가 클립 바이 클립의 간결한 콘텐츠 위주로 소비하다보니 피키캐스트 같은 매체가 약진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강병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에디터는 “‘~하는 몇가지’식의 리스티클 기사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리스티클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형식의 콘텐츠다. 우리의 경우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리스티클 기사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형식을 갖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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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메인화면.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한겨레나 연합뉴스의 기사를 쓰더라도 기사 이미지와 제목 편집을 달리해 더 많은 PV를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고양이 사진 10가지’기사를 양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진순 교수는 “버즈형 매체에서 본받을 점이 있지만 동시에 전통뉴스가 지닌 강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용자 중심의 콘텐츠 생산의 시사점이 사실확인을 통한 취재,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심층 보도 등 전통매체의 역할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적극적인 제휴를 하는 방법도 있다. 최진순 교수는 “자사 플랫폼만 갖고는 영향력을 넓힐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인수합병 전략도 유효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다양한 매체, 플랫폼과 제휴를 맺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황용석 교수는 “기성 언론이 자체의 콘텐츠를 유지하되 서브브랜드를 만들어 전통적 뉴스와 가벼운 연성뉴스 사이의 ‘다리’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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