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18) 1세대 대안언론의 ‘정파적 한계’, 2세대 ‘다양하긴 한데 답 될까’ 의문

김유리 기자 | yu100@mediatoday.co.kr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대안 언론의 장을 넓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기업형 온라인 미디어가 대안 언론으로 등장했고 SNS를 기반으로 한 또 다른 대안언론이 틈새를 파고들며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대안 언론 활성화의 전제는 사실상 기존 저널리즘의 붕괴다. 기성 언론의 보도는 독자층의 현실과 괴리돼 있었다. 양비론식의 정치 기사, 기업 홍보가 다분한 경제 기사 등이 단적인 예다. 대안 언론은 한국의 이런 언론 환경 속에서 기존에 없던 관점과 가려졌던 사건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 급속한 성장을 이룬 온라인 환경은 대안 언론의 언론계 진입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1999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2000년대 들면서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참세상’, ‘레디앙’, ‘일다’, ‘데일리 서프라이즈’, ‘비마이너’ 등이 대안 언론으로 등장했다. 편의상 이들을 1세대 대안 언론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았거나 기성 언론과 다른 시각을 제시하면서 자생력을 키워나갔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유일한 매체비평 전문지였고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으로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내세우며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에 도전했다. 이한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은 “언론사 소속 전업 기자만 인정했던 관행과 달리 우리는 교사·교수·학생·주부 등을 시민기자로 칭하면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했다”며 “기성 언론에 가장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민기자가 쓴 ‘사는 이야기’ 기사가 톱으로 배치되는 것에도 기성 언론은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초창기 분석형 기사로 주목을 받았다. 임경구 프레시안 협동조합팀장은 “황우석 사태나 한미FTA 등 사건에서 현상 밑에 숨은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려는 노력을 독자들이 잘 알아봐줬다”며 “인터넷 매체라는 신선함과 함께 내용적으로는 오피니언 리더 층에 소구하는 전문적인 매체를 표방했던 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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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참세상, 레디앙은 진보정당과 노동계 이슈에 천착했다. 일다는 여성, 비마이너는 장애 분야를 깊이 있게 다뤘다.

형식면에서도 새로웠다. 대부분 온라인 사이트에 기반을 둔 이들은 온라인의 신속성과 기사 분량상 지면 제약이 없다는 장점을 한껏 누렸다. 오마이뉴스는 2000년 등장과 동시에 1신, 2신별로 현장 기사를 온라인에 전송했다.

이런 형식은 2006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에서 현장성을 살리며 각광을 받았다. 당일 뉴스를 저녁 9시 방송사 메인 뉴스나 조간신문으로 보던 소비자는 물론 기존 언론도 인터넷 매체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현장이 곧 기사가 되자 기동력이 빠른 1인 미디어도 등장하며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가 제공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기성 언론에서는 외면한 현장을 동영상·사진 등으로 전했다. 2005년 등장한 미디어몽구(김정환)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시각과 풍부한 자료 분석 등을 바탕으로 한 블로거도 속속 등장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저널리즘의 토대가 약한 한국 언론계의 특징이 1세대 대안 언론 형성에 주요한 배경이 됐다”며 “대안 언론이 내세운 새로운 관점과 취재 방식이 독자층을 충족시킬 부분이 상당히 넓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렀다. 1세대 대안 언론은 대부분 포털을 통해 언론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는 대안 언론의 성장에 발목을 잡거나 안주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사실상 “뉴스 생산보다 유통에 방점이 찍히면서 포털은 대안 언론에 독이 됐다”는 게 언론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웹 기반 1세대 대안언론 모바일 적응도는 느려

뉴스 소비 환경의 변화에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자층의 뉴스 소비 행태는 PC기반의 웹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1세대 대안 언론은 “투자 여력 부족” 등으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

1세대 대안 언론의 열악한 재정 구조를 감안하면 어플 개발 등 기반 조성에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 소구력이 높은 콘텐츠나 기사 형식 등 개발에 미흡했다는 점 때문에 ‘미래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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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대안 언론은 PC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발달했다. 온라인 기반 대안 언론은 경제적으로는 진입 장벽이 낮았고 지면이나 방송에 비해 제약이 적었다.

 

또 1세대 대안 언론의 ‘새로운 관점’은 기성 언론을 일부 대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독자층 확대에는 악조건인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초창기 대안 언론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충성 독자층을 형성했지만 현재 2030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세계관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의 새로운 대안언론은 정확히 1세대 대안 언론의 한계를 파고들며 등장해 SNS라는 새로운 유통망의 날개를 달고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다. 2세대 대안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이들은 초점을 세분화했고 다양한 기사 형식을 앞세우며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한 ‘ㅍㅍㅅㅅ’, ‘슬로우뉴스’와 2030세대 청년의 다양한 고민을 직접 풀어낸 ‘미스핏츠’, ‘고함20’이 이런 예다. 또 외신 번역을 맡는 ‘뉴스페퍼민트’도 새로운 영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나는 꼼수다’ 이후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한 ‘이이제이’, ‘새가 날아든다’와 함께 라디오 형식을 띈 ‘동작FM’, ‘용산FM’, ‘가재울라듸오’, ‘성북 마을방송 와보숑’ 등 공동체 미디어도 지역 특화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영상에 중점을 둔 ‘국민TV’, ‘뉴스타파’, ‘팩트TV’, ‘고발뉴스’ 등도 포털보다는 주로 SNS를 기반으로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초창기 대안언론의 경우 매체가 보도하고자 하는 뉴스를 생산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2010년 이후 캐주얼한 뉴스나 심층적 뉴스에 집중하는 매체가 생겨났고 텍스트뿐만 아니라 동영상·사진 등을 이용하며 SNS 활용도 적극적이다”며 “한마디로 현재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대안 언론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SNS 중심 2세대 대안 언론…가능성은?

이들은 내용과 형식 두 가지 측면에서 틈새를 찾았다. 미스핏츠가 오마이뉴스에 등록한 “어뷰징 기성 언론들은 ‘노답’, 그래서 만들었다” 기사에서 말했듯 이들은 청년이 말하는 청년의 이야기와 함께 카드뉴스 등으로 SNS를 공략했다.

이들은 광고 없는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어뷰징 등으로 광고주에게만 기대서 생존하고 있는 기성 미디어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미디어 시장에선 미스핏츠와 같이 디지털과 독자에게만 특화된 미디어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를 내세운 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 병폐인 정파성과 상업주의를 배격하겠다”며 심층적인 탐사보도를 지향한다. 고발뉴스는 후속보도 강화와 팟캐스트 미디어 지원 등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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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2세대 대안 언론은 세분화한 주제, SNS 친화적 유통망 구축 등을 무기로 등장했다.

 

초창기 대안 언론 중에서는 오마이뉴스가 SNS 등 모바일 환경에서 영향력을 유지해가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이한기 본부장은 “종이와 모바일 플랫폼은 사돈의 팔촌 지간이라면 PC와 모바일 플랫폼은 사촌 지간 정도 될 것”이라며 “PC 기반의 온라인 뉴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활약했던 오마이뉴스가 기성 언론보다 모바일 플랫폼에 적응하기 쉬웠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카드뉴스와 함께 PT뉴스라는 새로운 뉴스 형식을 만들면서 모바일 맞춤 콘텐츠 분야에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초창기 대안 언론이 부상할 때는 온라인의 진보적 성향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포털 영향력과 보수적 성향이 강해졌고 관계망을 통한 정보 유통 경향도 급증했다”며 “기존 언론의 입지는 과거보다 축소됐고 그 틈새를 SNS에서 기민하게 연동될 수 있는 콘텐츠로 채운 새로운 대안 언론이 치고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SN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안 언론의 생명력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강정수 연구원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은 청원성 비판을 제기할 뿐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며 “‘이명박근혜’ 시대 이후 다시 ‘김대중·노무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해답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형 교수는 “SNS 이용자가 개인의 정치·사회적 의견을 드러내는 데 굉장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소위 말하는 공론장의 건강성이 퇴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 누구도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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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미래 (18)
○ ‘광고’ 없이 살아남겠다던 대안언론, 안 풀리는 이유는?

<편집자주>

미 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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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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