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04) ‘말년병장’ 선배는 많고, 현장엔 기자가 없다… 평균 연령 높아졌지만 취재 역량 후퇴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기자들은 빨리 늙는다. 40대 중반이면 대부분 현장을 떠난다. 관리직으로 가거나 논설위원이 된다. 사내의 따가운 시선이나 ‘퇴물’ 취급이 싫은 기자는 기업 홍보직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일찌감치 학교로 간다.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선배들은 하나 둘 늘어, 언론사의 평균 연령도 높아졌다. 있는 듯 없는 듯 편집국과 보도국에서 자리를 지키는 ‘말년병장’같은 선배는 많은데, 정작 현장에서 뛰는 기자는 부족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05년 오프라인매체 기자들의 연령별 구성은 20대가 14.8%, 30대가 49.5%, 40대가 32.1%, 50대 이상은 4.3%로 나타났다. 반면 2014년 신문산업실태조사에선 20대가 12.3%, 30대가 33.1%, 40대가 31.6%, 50대 이상은 23%로 나타났다. 30대가 크게 줄고 50대가 여섯 배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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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연령별 분포. 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사 내 직위를 살펴보면 간부의 비율도 높아졌다. 언론재단 자료에 따르면 20년 전인 1995년에는 평기자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당시 오프라인 매체의 직위별 분포를 보면 평기자는 79%, 차장급은 12.4%, 부장급 이상이 8.6%였다. 반면 2005년에는 평기자 63%, 차장급 21%, 부장급 이상이 16%였다. 부장급이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고, 평기자는 16% 가량 감소했다.

보도전문채널에서 부장급 보직을 맡고 있는 배인규(가명) 기자는 “정년은 연장되고, 산업의 위기 탓에 진입하는 젊은 기자 수는 줄고 있다. 광고시장이 치열해지니 기존 언론사는 더욱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언론사 연령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2007년에는 평기자 55%, 차장급 20.5%, 부장급 이상은 무려 24.5%로 증가했다가 2013년 조사에서 신문사 직위별 분포는 평기자 61.9%, 차장급 20.6%, 부장급 이상은 17.6%로 나타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신생 언론사가 등장하고 증면 경쟁을 하며 평기자의 비중이 높아졌다가 IMF금융위기 등을 거치고 언론사 간의 무한경쟁이 도래하며 여기까지 왔다.

2013년 방송사의 평기자 비율은 58%로 신문(61.9%)보다 낮았다. 방송문화진흥회의 MBC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MBC 정직원 1425명 중 국장‧부국장‧부장‧차장‧차장대우 등 인력은 987명으로 전체 직원의 69.3%를 차지했다. 평사원은 438명이었다. 2009년 18명이었던 국장 직급자는 2013년 83명으로 늘었다. ‘역 피라미드형’ 인력구조가 신문사보다 방송사에서 심화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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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신문사 직급별 분포. 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감사원이 2013년 KBS 경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1급 이상 최고위 직원 382명 가운데 보직이 없는 직원은 59.7%였다. KBS의 경우 2급 이상 간부 비중도 57.1%였다. 조선일보는 이런 KBS를 두고 “평직원보다 간부가 많은 역 피라미드 인력구조가 심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친 조선일보의 경우도 1990년대만 해도 40대 초반에 부장을 달았지만, 지금은 50대가 되어도 부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늙어가기는 서로가 마찬가지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언론학 박사)은 “현 상황은 단순히 데스크를 지키는 간부급 기자가 많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장 기자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언론산업의 위기로 인해 신입기자의 수가 줄었다. 전통 언론사의 조로화는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터넷언론사의 경우 2013년 기준 평기자 비율이 75.6%로 신문사·방송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오래된 언론사일수록 현장에 있는 후배기자들과 ‘유휴인력’이 되어버린 선배기자들 간의 세대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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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현장 내려와도 통제 어려워” “50대 이상 선배는 빨리빨리 나가야” 

CBS는 보도국 소속 기자 약 80여명 가운데 부장대우 이상 기자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젊은 기자 축에 속하는 고길동(가명)기자는 “동기가 국장을 하면 보통 다른 회사는 나가기 마련인데, 우리 회사는 대부분 남아있다. 국장이 15기인데 10기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부장이 일을 지시하고 싶어도 기수가 높은 대기자들이 많아서 힘들다. 그 분들이 현장으로 내려와도 통제하기 어렵다. 출입처 안 나가고 정보보고 안 해도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선배들 또한 후배들 눈치를 본다”고 전했다.

고길동 기자는 “우리 회사는 대기자가 15명이 넘어간다. 필드에 있는 기자들은 도대체 안에서 선배들이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있다. 회사는 (선배들 때문에) 인건비가 높아 젊은 기자를 못 뽑는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연스럽게 젊은 기자들이 격무에 시달린다. 고 기자는 “선배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걸 회사가 던져줘야 한다. 선배들도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회사는 재교육은 안 해주고 노노갈등만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는 비단 CBS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아일보 김재오(가명)기자도 “위에 있는 선배들이 회사를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와 달리 차장급이 현장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차장급은 연차로 15년 이상이다. 김재오 기자는 “회사에 관리직이 너무 많아졌다. 간부들이 누적되고 있다. 나가는 것보다 승진자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든 선배들을 현장에 보내려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나마 동아일보는 채널A가 개국하며 신문사 간부들이 채널A로 분산됐다.

김재오 기자는 “40대 중반까지 관리자로 승진 못하면 회사에서 배제된 사람으로 평가받는 게 신경 쓰인다”며 “그것만 아니면 늙어서도 현장에서 기사를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콘텐츠기획본부를 신설해 부장급 이상 기자들을 보내고 있다. 백발의 기자가 현장기사를 쓰고 전문분야를 키워 전문기자로 활동하게끔 하는 게 본부의 목적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는 부장급 기자들을 몰아넣고 공기업이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홍보성 인터뷰를 시킨 뒤 협찬을 받는 식의 섹션기획을 시키는 곳이다. 당사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것이다. 자괴감 느끼는 기자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일보 홍건우(가명)기자는 선임기자를 두고서 “선배들이 현장을 기웃거리면서 이상한 지시를 내리고 민폐를 끼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를 먹어서도 현장에서 기사를 써야 할 것 같은데 나도 자신이 없다. 젊은 기자들이 더 잘 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젊은 연차의 기자들도 언제까지 현장에 있을 수 있는지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

그나마 과거에 비해 역 피라미드 구조는 나아졌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평기자 120여명에 차장대우 이상이 80여명이고, 간부들은 40여명 수준으로 전해졌다. JTBC가 개국하면서 중앙일보에 모여있던 간부진이 분산됐다고 했다. 경력기자가 많이 들어오면서 연령도 전보다 낮아졌다.

조선일보 방일용(가명)기자는 “부장급 이상 선배들이 연봉도 많이 받고 연차도 높은데 기사도 많이 써주면 좋겠지만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선배들도 후배 부장에게 아이템을 들고 가는 게 자존심 상하는 부분이 있다. 몇 십 년 동안 고생한 사람들인데 후배들 입장에서도 선배에게 기사를 많이 쓰라고 하기도 뭐하다. 애매하다”고 말했다.

방일용 기자는 “보수와 진보 모두 기자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이념과 취재원에 고착화돼 신문의 유연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 기자는 “신문의 유연성을 위해서라도 50대 이상 선배는 빨리빨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륜 많은 선배들이 세월호 현장에 있었다면…”

하지만 중년에 접어든 선배들에게 무작정 회사를 떠나라고 외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현장을 떠났지만 언론사를 떠나지 못한 기자들을 둘러싼 문제는 복합적이다. 언론재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기자들이 생각하는 체감정년은 53.5세로 나타났다. 일반 직장인의 체감 정년 52세보다 길었다. 2016년부터 300명 이상 언론사는 60세 정년이 의무화된다. 40대 중반에 현장을 떠나면 10년 넘게 편집국 또는 보도국을 떠돌게 된다. 누구의 잘못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보도전문채널 보직간부를 맞고 있는 배인규(가명)기자는 “老기자 재교육이나 老기자를 전문기자로 활용하는 형태로 가야 하는데 지금 환경은 나이를 먹으면 뒷방에 앉아야 한다. 동기부여가 있어야 일을 하는데 회사가 동기를 부여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업체 홍보직이나 정치권을 기웃거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기자의 소명의식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결 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전국종합일간지에서 보직간부를 맡고 있는 민봉기(가명)기자는 “이제 60살까지는 일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나이든 기자들이 현장에 다시 돌아가든지, 데스크나 에디터까지 느리게 올라가며 현장에 오래 머무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 기자는 “아직은 시스템이 없어서 선임기자나 전문기자가 현장에 나가면 부서 협의나 취재원과의 관계도 어렵고, 단독보도를 하기도 여러모로 애매하다. 나이어린 부장을 모시고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조직과도 따로 놀아야 한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이 같은 부조화는 결과적으로 언론 전반의 문제로 귀결되곤 한다. 민 기자는 “우리나라는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너무 젊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도 3~4년차 이하 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데스크의 지시대로 다녔다. 만약 연륜 있는 기자들이 참사 현장에 많았다면 보도가 달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 기자는 이어 “젊은 기자들이 일찍 고루화되는 면이 있다. 3~5년차에 노땅 기자처럼 돼버리는 식이다. 연령층이 높아지는 건 나쁜 현상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언론사 내부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신입기자의 지난한 훈련 과정, 언론사의 경영 위기, 현장 기자의 감소, 점점 강조되는 뉴스콘텐츠 생산성 등을 고려해 볼 때 현 상황에서 경영진의 선택지는 한정돼 있다”고 전한 뒤 “전문기자, 선임기자 등의 제도가 현재의 데스크 중심 편집국 문화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발생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해법은 경영진과 기자들 스스로 함께 문제의식을 갖는데서 출발한다. 젊은 기자들이 전망을 갖고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야 명예롭게 ‘전역’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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