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세계 은어 ‘당꼬’를 아시나요?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현장 기자들에게 익숙한 단어 가운데 ‘당꼬’가 있다. 일본인이 담합(談合)을 ´당고(Dang Go, 상의하다는 뜻의 일본말)´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한 이 말은 한국 기자의 생존 논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매체가 다변화하고 과거보다 정부 및 기업 등 주요 출입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담합이라는 유령은 여전히 기자 사회를 배회한다.

기자 담합에는 종류가 있다. 출입처에서 쏟아지는 자료는 무궁무진하다. 법원만 해도 하루 동안 쌓이는 공소장만 한 자가 넘는다. 이때 기자단 기자들은 자료를 나눠 취재한 후 기사를 쓰곤 했다. 또 기자단에 찍힌 특정 언론사 기자를 낙종시키기 위해 나머지 기자들이 일제히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홍보처를 노리고 모두가 맹폭을 가하거나 되레 봐주기 위해 취재거리를 외면하기도 한다.

김준형 머니투데이 기자는 자신의 책 <경제적 세상읽기>에서 앞서 열거한 사례를 차례대로 △분업형 담합 △왕따성 담합 △조폭형 담합 △배임형 담합 등으로 분류했다.

예전만큼 담합이 일상적인 시대는 아니다. 한 중앙일간지 ㄱ기자는 조중동 등 메이저 언론끼리 똘똘 뭉쳤던 과거와 비교하면서 “기자단에서도 특정 이슈에 대해 여러 기자들이 관점을 공유하고 비판 혹은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경제지 ㄴ기자는 “종합지가 7개 밖에 되지 않던 과거에는 고위 공무원과 식사를 하면서 기사 출고를 두고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현재는 기자단 규모가 커졌고 신생 매체들이 진입하고 있지 않나. 단독 욕심들이 워낙 많아서 어떻게든 기사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부나 기업 출입처 관계자들과 기자단 사이에서 암묵적 합의가 이뤄져도 기자들 스스로 엠바고가 걸리기 전에 취재해 쓴다든지 아니면 기사 주제를 약간 비틀어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자단 분위기가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전히 기자 세계 담합은 존재한다. ㄱ기자는 “자동차 담당이나 유통 쪽과 같이 경제 관련 출입처에서는 담합 문화가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ㄱ기자는 또 “한 기업체 홍보처가 뻣뻣하게 나오는 경우 ‘맛 좀 봐라’하는 식으로 기자들이 함께, 일명 조지는 기사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로 때리면 상대적으로 얻을 것이 많이 나오는 출입처에서 담합 폐해가 드러난다는 것.

세종시 경제 관련 부처를 출입했던 ㄷ기자 증언은 이보다 구체적이다. “세월호 당시 기자단 간사가 공무원으로부터 어떤 사안에 대해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기자단 간사가 기자들에게 이걸 설명하는데 ‘다 같은 가족이고 하니까’ 이런 표현을 썼다. 왜 기자와 공무원이 가족인가? 가족은 현행 출입처 체제에서 기자단-공무원 관계를 표현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분류법에 따르면 배임형 담합인 셈이다.

기자 담합을 상대하는 부처 공무원들도 난색을 나타냈다. 정부 한 고위공무원은 “정책을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기자가 필요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기자실에 상주하는 이들 가운데 ‘갑질’로 무장한 기자들이 많고, 자기 기분에 따라 기사 논조가 바뀌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 부처 모 국장이 사적인 일로 기자들을 불쾌하게 한 일이 있었다”며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비판을 빙자한 기획기사로 조지더라. 공무원과 기자가 물고 물리는 관계인 걸 부정할 순 없지만 어떨 땐 진짜 막가는구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담합 피해는 알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뉴스 수용자가 뒤집어쓰게 된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지난해 세월호 국면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프 더 레코드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했고, 이를 오마이뉴스,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출입정지 63일’ 징계를 통보했다. 알권리 차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대신 기자단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셌다.

90년대 말 중앙일간지에 입사한 ㄹ기자는 “출입처와의 관계가 멀어질까에 대한 두려움이 기자들 사이에서 내면화했다는 점에서 담합 병폐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ㄹ기자는 “누구나 특종을 쓰고 싶어 하나 기자들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관성적으로 굳이 서로를 자극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공동취재하자’는 묵언의 타협을 하게 되는데 그런 규정이 나와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출입처에서 특종에 대한 목마름보다 낙종에 대한 두려움에 기자들이 길들여지다 보니 소심해지고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ㄴ기자는 담합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기자단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단 규모가 커질수록 서로를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고 특종에 대한 갈증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ㄴ기자는 “종편의 등장과 인터넷 매체 성장으로 새로 기자단에 가입하는 기자들이 늘었지만 소수 매체 기자로 구성된 출입처에서는 여전히 담합이 성행한다”며 “보다 많이, 보다 널리 문이 열리면 해결될 거라 본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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