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획] (06) 제한된 취재원, 출입처 중심 받아쓰기 취재 관행의 한계… 선정적 이슈 찾아 ‘하이에나 저널리즘’ 행태도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하루 14시간 일 시키고 2주 만에 수습 11명 전원 해고(MBN), [사설] 청년 구직자 희망을 착취하는 못된 인턴제도(중앙일보), 위메프 과거에도 갑질해고 계속했다(조선일보), ‘위메프’ 수습 부려먹고 해고… 논란 뒤 ‘모두 합격’(YTN).

지난달 7일 국내 3대 소셜커머스 업체 가운데 한 곳인 위메프가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정직원과 같은 업무를 시킨 후 전원을 해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12일 고용노동부가 현장조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쏟아져 나왔던 언론보도 기사 제목들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와 위메프의 공식 해명을 종합하면 애초에 인턴 직원이 아니라 실무 테스트 과정에서 단기 고용계약을 맺고 영업 업무를 수행했는데 최종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탈락자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 채용공고를 내고 1·2차 면접 합격자에 한해 3차 실무테스트 기회를 줬다. 12월부터 11명의 지원자가 2주를 계약 기간으로 하는 일급계약서를 작성하고 실무 평가를 받았지만 위메프의 내부 합격 기준에 못 미쳐 전원 불합격한 것이다.

‘갑질’ 기업 기자회견서 ‘금품’ 돌려도 비판 언론 없어

익명을 요구한 한 인터넷 신문의 기자는 “노동부 조사 결과 나온 것처럼 인턴 채용은 없었고 이를 언론이 마치 위메프가 인턴 채용 후 전원 해고한 것으로 신중하지 못한 보도를 한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요즘 갑질 논란이 뜨거운 이슈인데 그 부분에서 위메프가 말려들었고 언론의 보도행태도 과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지난 5일 위메프의 사과 기자회견 이후에는 대부분 언론이 박 대표의 사과와 위메프의 해명을 중심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위메프 ‘갑질’을 둘러싼 논란은 뚝 끊겼고, 기자회견 당일 위메프가 기자들에게 문화상품권 3만 원권과 초콜릿이 든 쇼핑백을 돌린 것을 지적한 언론 역시 단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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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오전 11시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이 위메프가 제공한 문화상품권 3만 원권과 초콜릿이 든 쇼핑백을 받아가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위메프의 언론 대응은 일반적인 기업들의 기사 막는 방법에서 더 이상 새로운 건 없지만 위메프가 나쁜 것만 지금 다 배워서 그대로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위메프를 집중 취재해 남은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겠지만 아마 많은 매체에서 (기사 클릭 수 등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고 더는 관심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언론이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먹잇감을 찾아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면 계속해서 물어뜯는 ‘하이에나 저널리즘’ 행태를 보인 것은 이번만은 아니다. 이런 보도행태를 보고 흔히 우리 언론이 비판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언론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언론학자들의 지적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해외의 좋은 저널리즘 사례를 보면 적어도 4~5명 이상의 취재원이나 이해집단을 포함해야 좋은 기사라고 인정한다”며 “우리 저널리즘은 한 기사에 취재원이 평균 1~2명에 그치는 등 취재원의 숫자가 상당히 부족하고 충분한 사실 확인과 다각적 취재가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단순 감정적 해소가 저널리즘의 기능이 아니라 사회적 분노가 발생했을 때 그로부터 사회적 대안을 찾는 게 저널리즘의 역할”이라며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검증된 정보를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검증을 안 한다는 면에서 어쩌면 저널리즘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을 저널리즘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에나 저널리즘’에 빠진 한국 언론” 

우리 언론이 차별성 없는 ‘붕어빵’ 기사를 찍어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특정 사안에 심한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많고, 정부 출입처나 기업 홍보실에 안주해 취재 없이 보도자료 받아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부부처를 출입하는 한 경제신문 기자는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워낙 방대하고 기자들도 통달한 전문가 아니다 보니 정보를 제대로 소화하기보다 하나의 기사 틀에 맞춰 기사를 만들어내기 바쁘다”며 “정부 발표 자료를 검증하려면 툴(tool)과 전문가가 필요한데 정부가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비대칭성도 심해 전문가의 검증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말정산 사태 관련 기재부 발표를 예로 들면 많은 출입기자들은 5500만 원 이하 직장인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 거라는 정부 홍보에 맞춰 기사를 썼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다자녀  혜택을 줄였다거나 독신자들은 외려 체감하는 세 부담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간과한 기사였다.

이 기자는 “정부는 자료를 수시로 쏟아내고 중간중간 수정 보도자료도 갑자기 내는데 그중 중요한 자료는 지면에 담지 않으면 물을 먹는 거니까 검증할 시간도 없이 바로바로 기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며 “죄책감이 들면서도 각각 사안에 통달한 전문가가 기사를 쓰지 않는 이상 현재 시스템상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관련 부처를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도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이 활성화돼야 전체 부동산 시장이 움직인다는 식의 기사가 쏟아진다”며 “출입처에 있으면 정부 관계자나 부동산 전문가라는 교수들도 강남 재건축이 가장 중요하다거나 취득세 인하 필요성 등 정부 정책에 유리한 말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예전에 4대강 사업 관련해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고 얘기했다가 잘리는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낙인찍히기 십상”이라며 “정부 용역 연구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책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고 심지어 정부가 용역을 주고도 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직접 압박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취재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정부 발표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고 맹목적으로 받아쓰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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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7일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의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검에 출석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취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받아쓰기’ 언론이 세월호·오룡호 유족 두 번 죽여

조금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지난해 우리 언론의 최악의 오보로 꼽혔던 세월호 ‘전원 구조’ 보도 참사는 정부의 잘못된 발표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내보낸 ‘기레기’ 언론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같은 최악의 오보가 나온 배경에는 과도한 속보 경쟁 속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 오던 ‘받아쓰기’ 보도가 원인이 됐다는 게 기자들의 공통된 반성이었다.

정부가 투입했다는 구조 인원에 대비해 실제 수색 활동에 참여하는 전문 구조 인력이 얼마나 되고, 수중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언론의 부실한 검증에 사고 현장에 직접 다녀온 유가족들과 국민은 분노했다.

단순히 숫자로 비교할 순 없지만 지난해 12월 1일 러시아 서배링해에서 조업하던 사조산업의 ‘501 오룡호’가 침몰해 승선원 60명 가운데 27명이 사망하고 26명은 실종됐는데 유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고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이유를 주목하는 언론은 극히 일부다.

고장운 오룡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38일이 지난 지난달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조산업이 보도자료를 통해 보상금을 3억 넘게 제시했다고 하는데 회사에서 제시하는 금액은 3000만 원 남짓이고 나머지는 선원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했던 보험회사에서 나오는 돈”이라며 “우리는 아직 보도자료도 작성할 줄 모르고 시민단체나 변호사들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사조산업은 유가족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려 한 명씩 협상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사조산업이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던 사무실의 전기를 끊고 밖으로 내쫓을 때도 이를 보도한 언론은 몇몇 인터넷 매체뿐이었다.

“단순 자료 가공 ‘로봇 저널리즘’, 기자 존립 기반 흔들 것”

언론이 출입처 자료에만 의존해 충분한 사실 검증이나 이슈 발굴 없이 비슷한 기사를 찍어내는 취재보도 관행에 대해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출입처가 잘 가공해 놓은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기사는 확인과 검증이 없다. 있어야 할 비판이 빠진,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베끼기 기사는 독자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인간 대신 로봇이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생길 만큼 베껴 쓰는 기사는 노동력으로서 기자의 존립 기반도 잃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 교수는 “회사 차원에서도 지금처럼 소수 기자에게 너무 많은 출입처 부담을 맡기기보다 사람들이 꼭 알아야할 중요 의제를 발굴하는 데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운용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자도 출입처 매너리즘에 빠져 베껴 쓰는 기사가 아닌 무엇이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가치 있는 이슈인지 발굴하고 비판적 시각으로 확인·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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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미래 (06)
우리만 조용하면 없던 일로…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연재 순서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19) 에버그린 콘텐츠를 찾아라
(20) 저널리즘의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