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국장 전격 교체

시사교양국 PD·노조 “정권 눈치보기, 공영방송 역사에 오점”

최문주 기자  sanya@mediatoday.co.kr

MBC(사장 엄기영)가 5일 시사교양국 국장을 전격 교체하기로 해, <PD수첩> 제작진 보직해임에 이은 ‘문책성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MBC는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통해 정호식 현 시사교양국장을 보직해임하고 후임에 최우철 PD를 발령냈다. 이와 함께 보도국장에 박광온 선임기자를 발령냈다. 이는 통상적인 정기 인사도 아닌 데다 시사교양국장의 경우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 것으로 MBC 내에서는 “<PD수첩>문제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실상 경질성 인사”라는 지적과 함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전 임원회의 결과가 열려지면서 시사교양국 PD들은 긴급 총회를 열고 “경질성 인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시사교양국 소속 한 PD는 “PD수첩 제작진(조능희 송일준 PD)의 보직해임에 이은 연장이라고 본다”며 “(정 국장이) PD수첩 관련 대응을 지휘하고 실질적 책임 역할을 맡아왔고,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직해임을 결정한 것은 정권을 의식한 문책성 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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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노조가 26일부터 ‘공영방송 사수대’를 가동하고, 검찰의 제작진 강제구인이나 압수수색 등에 24시간 대비하기로 했다. ⓒ 사진제공 MBC노조

 

지난달 MBC 경영진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를 수용해 ‘시청자 사과 방송’을 강행하고, <PD수첩> 제작 책임자인 조능희 CP와 송일준 부국장을 보직해임한 데 이어 또 다시 경영진이 ‘정부 눈치보기’를 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MBC 한 관계자는 “방송사 전체의 자존심과 공영방송의 위축된 모습이 다시 한 번 검증된 것이며, 사실상 전격적인 정권 눈치보기의 또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인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송 아이템과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정권 눈치보기가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사교양국 PD들은 이날 대책회의에 이어 오후 성명을 내고 “이번 인사는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부당한 인사”라며 “이 인사를 자행한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의 역사에 오점을 남긴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MBC 전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PD수첩>에 대한 굴욕적 사과방송을 자행했던 경영진이 또 다시 정권에 굴복하고 말았다”며 “또 다른 문책성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문화방송의 자존심과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KBS와 YTN에 이어 MBC를 공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 정권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굴욕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한 사과방송으로도 모자라 정권과 수구세력의 공격을 뻔히 보면서 회사 내부로부터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노조 또한 이번 인사에 대해 <PD수첩>과 관련한 ‘경질성 인사’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전성관 MBC 노조 편성제작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민영화 요구 등 외부의 압박으로부터 노사가 공동대응해 나가자고 천명해 놓고서 이런 식으로 노조의 의사를 무시하고 간다면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경영진 퇴진 투쟁까지 포함해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사에 대해 MBC 간부진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루어진 인사”라며 “문책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사교양국 PD들의 성명 전문이다.

- 시사교양국장 경질은 잘못된 인사다 -

MBC 전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PD수첩>에 대한 굴욕적 사과방송을 자행했던 경영진이 또 다시 정권에 굴복하고 말았다. 경영진은 오늘 취임 6개월도 안 된 시사교양국장의 교체를 결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정권의 공세에 줄곧 나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경영진은 <PD수첩>에 대한 방통위의 부당한 사과명령을 수용하고, 이를 자회사의 송출장비를 통해 편법적으로 방송했다. 또한 당시 <PD수첩>의 진행자와 담당 부장을 인사발령 함으로써 정권이 원하던 바대로 <PD수첩>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다. 

회사의 전 구성원은 이 굴욕적 사과방송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 있는 사과와 실행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러한 요구들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문책성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문화방송의 자존심과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라. 방송 장악의 특명을 띈 정권의 낙하산들이 KBS와 YTN으로 속속 내려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정권에 남은 마지막 걸림돌은 바로 MBC다. MBC를 공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정권은 <PD수첩>을 표적삼아 끊임없이 공격해오고 있다. 

검찰은 언제라도 <PD수첩> 제작진을 강제 연행할 것이라며 회사를 겁박하고 있고, 정정·반론보도를 둘러싼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또한 수구세력들은 수십억의 소송들을 잇달아 제기하며 제작진과 회사를 흔들고 있다. 바야흐로 공영방송의 위기요, 언론의 자유가 유린당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경영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MBC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저들의 검은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경영진은 방송 독립을 천명하기는커녕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 정권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굴욕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한 사과방송으로도 모자라는가? 이번 인사는 정권과 수구세력의 공격을 뻔히 보면서 회사 내부로부터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우리는 경영진이 자행한 굴욕적 사과방송과 제작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 깊은 자괴감과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광폭한 공세에 회사의 단합된 모습을 지켜내고자 그 아픔을 감내했었다. 그것은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더 좋은 방송을 만들어 MBC를 지켜내겠다는 우리의 또 다른 의지였다. 하지만 경영진은 또다시 시사교양국장을 교체하는 무원칙한 인사로 우리의 자긍심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외부의 흔들기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경영진의  무소신, 무원칙한 행태를 보며, 우리는 이들이 공영방송의 경영진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번 시사교양국장에 대한 인사가 시기적으로도, 또한 내용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부당한 인사임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오늘의 굴욕적 인사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이 인사를 자행한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의 역사에 오점을 남긴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2008년 9월 5일

시사교양국 PD 조합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