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공중분해 막을 것…져본 적 없는 싸움”

[현장] 전국 조합원 2000명 집결한 MBC인들 “국민 눈과귀 닫으려는 시도 외면할 수 없다”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앞엔 3000여 명의 언론노동자들과 수많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본부들의 깃발이 나부꼈다. 이 가운데 MBC본부의 깃발이 가장 많았다. 언론노조의 가장 많은 구성원이었던 KBS가 지난해 언론노조를 탈퇴한 이후 현재 최다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일 뿐 아니라 ‘방송악법’을 통한 정권의 방송장악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공영방송 MBC(지역MBC 포함)가 공중분해될 수 있는 절박감 때문이기도 하다.

MBC, 언론노조 3000명 조합원 중 2000명 가까이 동참…결사항전 의지 과시

이날 서울MBC본부를 비롯, 19개 지역MBC와 계열사를 포함해 전국에서 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인원은 전체 조합원 2200명 가운데 80%에 가까운 1700∼1800명에 이르렀다. 지역MBC의 경우 여수·울산 등 먼 지역에 있는 조합원들은 새벽부터 상경해 이날 오후 1시께 서울MBC와 합류했다. 이들은 전체 조합원(지역) 1200명 중 80%가 넘는 900∼1000명 가까이 상경한 것으로 추산됐다(주최쪽 누계).

집회에 참석한 박찬정 MBC <시사매거진 2580> 기자는 “이명박 정부 1년 간 제대로 국정운영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막고, 국민의 눈과 귀를 닫는 방식으로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을 보고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외면하고 있을 수 없어 참가하게 됐다”며 “기자들을 포함해 많은 MBC 종사자들은 MB정부가 하는대로 따라하면 편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최소한의 민주주의조차 지킬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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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에서 MBC SBS EBS CBS YTN 등 방송사 조합원들이 한나라당의 7대 언론악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PD수첩>에서 광우병 의혹 보도 제작에 참여했던 이춘근 <W> PD는 “MBC노조가 이전까지 6차례나 파업했지만 월급 올려달라는 이유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한나라당이 언론자유를 20∼30년 전으로 돌리려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PD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지 언론만 재벌·조중동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힘있는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변질돼 국민의 삶이 힘들어질 것이 자명하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정 기자 “국민 눈·귀 닫는 방송장악 외면할 수 없다” 이춘근 PD “비판 인정 않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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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에서 MBC SBS EBS CBS YTN 등 방송사 조합원들이 한나라당의 7대 언론악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신구 광주MBC 부지부장은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대로라면 MBC의 위상변화가 불가피하다. 공정방송을 못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예 MBC 자체가 공중분해될 수 있다”며 “지역MBC는 생존불능 상태를 넘어 지역토호에 장악돼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부지부장은 “광주MBC 인력 60명 중 43명이 총파업에 동참, 결의대회에 참석했으며 이날 귀경한 뒤 현지 한나라당 도당 앞에서 싸움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표 대전MBC 지부장은 “지역은 공익성이 전부이고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민방을 포함해 지역MBC 모두 살아남기 힘들다. 그 이후의 상황은 철저히 공영성이 붕괴되고, 지극히 제한되고 가공된 정보만이 지역민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지부장도 “대전MBC의 인원 69명 중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46명이 상경했으며, 오는 30∼31일엔 재상경해 여의도·일산 드림센터에 숙박하며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MBC 1000명 상경투쟁 “공익성이 전부인 지역MBC 붕괴…공영방송 MBC 공중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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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에서 MBC SBS EBS CBS YTN 등 방송사 조합원들이 한나라당의 7대 언론악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 MBC의 보도국에서는 팀장급 이상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당분간 뉴스제작과 편집을 담당하고 나머지 인력은 파업에 참가했다. 경찰청·대검찰청·청와대 등 정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날 여의도 국회 앞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박찬정 기자는 보도국의 분위기에 대해 “YTN 사태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을 지켜보며 MBC가 파업에 나설 경우 큰 희생을 치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으니 신중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게 전반적 기류였다”며 “이번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파업에 대해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조합원이 단결이 잘돼있고, 방송법 개정안이 좌절될 때까지 뭉치자는 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근 PD는 MBC PD 분위기에 대해 “올 한 해 너무 많은 일을 겪었으나 그동안의 사건이 일회성이었다면, 이번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구조적으로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것이어서 너무나 분노하고 있다”며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한 노릇이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정책입안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되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싸움의 전망에 대해 MBC 조합원들은 어려울 것이지만 그동안 한 번도 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PD는 “국민을 무시하는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촛불을 일으켰듯 국민이 더욱 거센 비판을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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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에서 초대 언론노련 위원장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등과 한나라당의 7대 언론악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파업투쟁…반드시 승리할 것”

정부의 신속한 불법파업 규정에 대해서도 “불법을 각오했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파업출정식과 동시에 ‘불법·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박찬정 기자는 “정당한 문제제기를 불법파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면서도 “파업하는 순간 불법을 각오했기 때문에 그런 엄포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