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비판 뉴스 빠지고… MBC도 위축되나

신재민 의혹 메인뉴스서 빠져…민간인사찰 의혹도 ‘오랜’ 침묵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MBC 뉴스 전반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후플러스> <김혜수의 W> 폐지,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 추진 등 사측에 의한 시사·보도 기능의 약화 시도와 함께 MBC 보도국 내부도 권력 감시 및 비판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MBC는 지난달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는 리포트가 누락되는가 하면 뉴스의 제목(이른바 ‘어깨걸이 제목’)이 보도 취지와 정반대로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MBC 취재진은 지난달 2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이 2007년 설계감리 회사 이외에도 2004년에도 전자부품 회사에 위장 취업했다는 의혹을 제보받고 현장 취재까지 했지만, 당일 뉴스데스크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민실위에 따르면 보도국장이 “지금껏 불거진 다른 의혹들보다 사안이 약하고, 그 전날에도 신재민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다뤘는데, 이틀 연속 나가면 신재민만 공격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좀 두고 보자”고 했다는 것. 하지만 22일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동일한 내용의 의혹을 제기했으며, 23일자 신문들은 이를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이 의혹은 청문회장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 결과적으로 MBC는 단독 기사를 놓친 셈이다.

그 사흘 뒤인 지난달 24일 뉴스데스크에서는 신재민 문화부 장관의 승용차 스폰서 의혹을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이 엉뚱하게 신 후보자의 ‘해명’ 중심으로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기사 내용은 신재민 후보자가 2007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던 당시 모 기업으로부터 승용차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이른바 ‘승용차 스폰서 의혹’을 다룬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화면의 기사 제목은 ‘투기 의혹 부인’으로 나갔다.
MBC노조 민실위에 따르면 애초 출고된 리포트의 제목은 ‘차량 무상 제공’이었지만, 편집 과정에서 ‘투기 의혹 부인’으로 바뀌었다. 민실위는 제목이 뒤바뀐 이유에 대해 “당일 오후 8시 50분쯤 보도국장이 갑자기 편집담당 부국장에게 ‘아는 사람으로부터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보다 부동산 투기가 더 큰 사안인데, 그런 점에서 부동산 투기를 부인했다는 것이 더 큰 쟁점인 것 아닌가’라며 제목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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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일 MBC노동조합이 청와대의 낙하산이라며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자 김 사장이 돌아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를 두고 민실위는 “부동산 투기 의혹은 이미 다뤄졌던 사안인데다 기사에 한줄 처리했을 뿐인 신재민 후보자의 변명을 제목으로 올린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청문회 기사의 핵심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지 설득력 없는 변명을 실어주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월엔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뒤늦게 보도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경향신문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MBC에서도 <PD수첩>팀이 6월 29일 김종익씨를 인터뷰하면서 전모를 방송했지만 MBC <뉴스데스크>가 이를 첫 보도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 만인 7월 2일이었다. ‘총리실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 제1보였다. 뒤늦은 보도 탓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원인’ 없이 ‘결과’만 보도한 꼴이 됐다. MBC의 한 기자는 “나가야 할 뉴스가 뒤늦게 나가 민망했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주말 뉴스는 이렇다 할 심층 탐사 보도 없이 사건 사고성 기사로 채워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불법 민간인사찰, 4대강사업, 인사청문회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터졌을 때도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거나 가동한 적이 없다. 최근 큰 관심을 끌었던 △조현오 경찰청장 ‘노무현 전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파문 △국새 비리의혹 △유명환 장관 딸 특혜 의혹 등이 모두 다른 방송의 특종이었다는 점에서 MBC 기자들의 자괴감도 크다.

민실위는 “현재 우리(MBC) 뉴스의 상황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이 단편들이 한 두 번의 실수가 아닌 좀 더 깊숙한 곳에 자리한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자성했다.

이에 대해 이장석 MBC 보도국장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보도국장이 그런 판단을 했다면 존중해야 하고, 그릇된 판단이 중복된다면 경영진이 책임을 묻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비판의 날이 무뎌졌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 현 경영진과 간부진은 사실과 진실을 근거로 (치우치지 않게) 보도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