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미화 방송’ 사찰, 5대 의문점은?

윗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주목…경찰 자성·MBC 자구책 ‘시급’

최훈길 기자  chamnamu@mediatoday.co.kr

경찰이 최근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의 방송대본을 요구하며 생방송 직전 스튜디오까지 들어온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수사 기관의 언론사 사찰과 방송의 사전 검열 문제로 언론 독립성·자율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번 초유의 사태와 관련한 진상규명, 재발 방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사찰을 부정하고 있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또 일부 언론사의 경우 이번 사태에 단신 보도조차 안 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도 넘은 ‘사찰’과 관련해 짚고 넘어갈 문제를 집중 점검해 봤다.

1. 전화→스튜디오 난입→방송 대본 요구, 경찰 ‘무리수’ 왜?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정보과 형사의 집요하고도 무리한 행보다. MBC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제작진은 당시 경찰 수뇌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을 전화 인터뷰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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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미화씨. ⓒMBC

당시 제작진은 생방송 시작 10분 전(오후 5시55분께) 서울 경찰청 정보2분실 소속 박아무개 경위(MBC 담당)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 경위는 “채수창 서장이 출연하느냐”, “언제 나오느냐”고 물었고, 제작진이 답변을 거부하자 생방송이 진행될 5 스튜디오 부조정실까지 찾아갔으며, 제작진에게 “채 서장 인터뷰 대본을 보러왔다”며 인터뷰 질문지 제출까지 사실상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은 바 있는 한 라디오 PD는 “그동안 경찰이 부조정실에 들어오거나 일선 PD들을 접촉하는 일은 없었다”며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MBC의 경우 출입증이 없으면 본사 출입이 제한되며 외부인 난입은 1층 안전요원이 통제해 왔다.

오동운 MBC PD협회 사무국장은 “미 쇠고기 광우병 방송할 때 청와대 비서관이 작가에게 전화해 취재와 관련해 물어본 적은 있다”면서도 “정부 기관에서 담당 부장·국장·본부장에게 선을 대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대놓고 접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2. 개인 충성심인가 윗선 지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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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성과주의가 지나친 범인 검거 실적 경쟁으로 흐른다며 ‘항명 파동’을 일으킨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지난 1일 오전 감찰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 정복차림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경위가 이번에 무리수를 둔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6월28일 방송이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판한 채수창 전 강북 경찰서장의 인터뷰라는 점에서 경찰 개인의 충성심이 발휘됐고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수 년간 MBC를 담당해 온 박 경위가 일시적인 실수를 했다기보다는 윗선의 압박과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에 비중이 쏠리고 있다.

오동운 국장은 “박 경위는 MBC를 담당한지 4~5년 됐고, 지금까지 그렇게 무례하거나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고 들었다”며 “개인의 돌출행동이라 하더라도 경찰 지휘 체계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권력을 향한 줄서기와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법 질서와 헌법적 가치조차 무시하는 독재적 사고로부터 나타난 필연적 행동”이라는 언론노조의 성명처럼, 현 정권의 퇴행적 ‘언론관’이 투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 SBS·조중동, 사찰 침묵 왜?
서경주 MBC 라디오본부장은 지난 9일 서울 경찰청 정보 관리부장과 박 경위 등과의 면담에서 “언론기관에 들어와 생방송 질문지를 보자고 한 것은 중대하고 엄중한 사건”이라며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에 비견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전국단위 아침신문 중 조선·중앙·동아·한국일보는 단신조차 싣지 않았다. 또 SBS도 9일 10일 밤 메인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권 이후 우리 방송의 자율성이 얼마나 탄압받고, 억압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미디어행동의 성명처럼, 관련 후속 보도 부재도 이같은 상황을 방증하는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4. 진상규명 ‘흐지부지’·말단 ‘꼬리 자르기’ 되나
향후 주목되는 점은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고, 관련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진행될지 여부다. 그러나 현재 경찰쪽은 한 형사의 돌발적인 사건으로 사태를 일단락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MBN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경위가)MBC 청경대장 안내로 스튜디오까지 올라가 인터뷰 여부를 질문한 것은 사실이나 질문지 요구 등은 없었다”며 “사찰이나 사전 검열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9일 경찰 관계자들은 서경주 MBC 라디오 본부장과의 면담에서도 “스튜디오까지 간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과한다”면서도 “사찰이나 사전 검열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MBC 라디오 PD들은 △서울청장이 국민 앞에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공개 사과하며 △일개 경찰 기관원의 독자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닌 만큼 지시한 자를 찾아내 문책해야 하고 △방송사 사찰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5. 뒤늦게 알린 MBC, 방송 자율성·독립성 보호책 마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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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MBC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향후 MBC 자체적인 시스템 정비도 주목할 점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내부의 ‘온도차’가 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현장 제작진이 겪은 압박감은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언론사 ‘출입 기관원'(정보과 형사와 국정원 관계자)과 관련한 대책을 MBC가 자체적으로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방송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우선 자체 보고 시스템의 정비다. 사태가 벌어진 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담당 부장은 국장 등 MBC 윗선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 당시 담당 부장은 스튜디오 현장에서 형사에게 엄중하게 항의를 했고, 이후 프로그램과 관련된 논란의 발생을 우려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뒤늦게 공론화 됐다.

또 1층에서 외부인의 난입을 통제하는 MBC 안전요원(청경 대장)이 정보과 형사를 안내했다는 점에서 형사 출입 관리도 점검 대상 중 하나다.

안준식 MBC 노조 편집제작부문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너무 편하게 MBC를 들락날락 하고 있는 점을 사측에 문제 제기했다”며 향후 ‘출입 기관원’의 출입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