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 노조에 ‘단협해지’ 폭탄

14일 전격통보 “사장 권한 찾을 것”···노조 “전례없는 폭거,결사항쟁할 것”로채울것”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새해 벽두부터 KBS에 이어 이번엔 MBC마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MBC가 방송의 독립성 조항과 편파방송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담긴 단체협약을 88년 MBC 노동조합 출범이후 22년 여 만에 처음으로 일방 해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MBC 구성원들의 대표로 조합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도발이자 다른 언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폭거라며 결사항전의 뜻을 밝혔다.

MBC는 14일 낮 12시께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에게 공문을 통해 단협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MBC는 이례적으로 노조에 통보한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단협해지의 이유를 해명했다.

MBC는 “‘성실협상’의 원칙에 따라 노조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 측이 경영진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을 고수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단협해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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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30일 MBC <연기대상> 대상 시상대에 선 김재철(왼쪽) MBC 사장.

노사협상의 쟁점은 방송에 대한 최종 책임을 누가 지느냐 하는 조항으로 MBC 사측은 사장과 경영진이 책임자여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하자(본부장 책임제)는 입장이었고, 노조는 현재 단협상의 ‘국장 책임제’를 고수해왔다.

MBC는 “‘국장책임제’를 고수해오던 노조가 최근 실무회의에서 ‘본부장 책임제’ 명문화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이 급진전됐다”며 “본부장 취임 1년 후 중간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의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단협을 파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MBC는 “종편 방송과 보도 전문 채널이 등장하면서 ‘무한경쟁’의 시대는 이미 막을 열었고, 경쟁력이 없는 프로그램과 방송은 시청자들의 냉정한 선택 기준에 따라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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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MBC 사장. 이치열 기자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는 전례없는 도발이자 폭거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MBC본부는 단협해지와 함께 임금협상 결렬 문제를 묶어 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낼 방침이다.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회사 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며 조합을 협박하던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은 14일 오후 끝내 피를 보자며 칼을 휘둘렀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본부장책임제를 둘러싼 경영진의 주장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조합이 실효성 있는 본부장 중간평가를 전제로 협의할 수 있다는 고심에 찬 결단을 내리자, 이번엔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상의 ‘보직변경’ 조항까지 전면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파국을 유도했다”며 “단협 해지 통보서까지 미리 써 놓고 조합의 굴욕적인 항복을 강요하는 경영진의 태도는, 저들이 원한 건 타협이 아니라 파국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이날 단협해지 이전부터 이를 강행할 조짐이 있었다며 김재철 사장이 지난 연말 MBC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횡설수설했던 모습 등 가벼운 태도 때문에 오는 2월 임기말을 앞두고 방문진 여당이사들 사이에서조차 김 사장 대신 다른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MBC본부는 “결국 위기에 빠진 김 사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단체협약 일방 해지라는 정권과 방문진을 향한 충성맹세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단체협약의 의미에 대해 MBC본부는 “1988년 공정방송을 기치로 창립된 이래 MBC 구성원들이 피땀으로 가꾼 투쟁의 산물이자, 틈만 나면 정권의 품에 안기려는 MBC 경영진들을 조금이나마 잡아끌 수(견제할 수) 있는 한 가닥 끈”이라며 “마침내 칼을 뽑아 이 한 가닥 끈마저 무자비하게 끊어버리고 노골적으로 정권을 향한 구애의 춤사위를 벌이”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MBC본부는 “이번기회에 공정방송의 씨를 말리고, MBC를 권력의 나팔수로, 정권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도발을 시작한 것”이라며 “저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구걸을 할 것인가, 투쟁을 할 것인가”라고 묻고 이렇게 재촉했다.

“더 이상 MBC 노동조합에는 우리가 퍼 쓸 선배들의 피가 남아 있지 않다. 우리들의 새로운 피로 이 빈 그릇을 채우자.”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14일 오후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연임에 목 맨 김재철, 단협해지 도발!!! 공정방송 사수위해 결사항전에 나서자!!! 

MBC 창사 50주년, 김재철 사장이 쏘아올린 ‘축포’는 단체협약 일방 해지였다. 지난 7일 단체협약 개정을 둘러싼 본교섭이 끝난 뒤, 회사 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며 조합을 협박하던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은 14일 오후 끝내 피를 보자며 칼을 휘둘렀다. 단체협약 일방 해지는 MBC 구성원들의 대표로 조합의 실체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상상력을 넘어선 도발이자, MBC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폭거다.

어떻게든 MBC는 지키고 살려야겠기에, 조합은 전향적 자세로 협상에 임했지만, 연임을 위해서라면 회사야 망하든 말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폭주 기관차를 막을 순 없었다.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은 정권과 방문진의 지시대로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견제장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본부장 책임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 이에 조합이 실효성 있는 본부장 중간평가를 전제로 협의할 수 있다는 고심에 찬 결단을 내리자, 이번엔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상의 ‘보직변경’ 조항까지 전면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파국을 유도했다. 단협 해지 통보서까지 미리 써 놓고 조합의 굴욕적인 항복을 강요하는 경영진의 태도는, 저들이 원한 건 타협이 아니라 파국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연임(連任) 위한 충성 맹세

김재철 사장이 단협 해지라는 도발을 감행할 조짐은 이미 여러 채널로 감지되고 있었다. 오는 2월 MBC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김재철 사장은 무거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즉흥 통치’로 회사의 경쟁력을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에 시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들을 때 마다 혀를 차게 만드는 수준 이하의 언행이었다. 지난 연말 MBC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았는가. 한 여자 탤런트 옆에 선 김재철 사장의 횡설수설은 전국의 모든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저토록 수준 낮은 인사가 MBC의 사장일 수 있냐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방문진 여당이사들 사이에서조차 김재철을 대체할 만한 다른 후보감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연임을 자신하며 안하무인식 행보를 보이던 김재철 사장으로서는 살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위기에 빠진 김 사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단체협약 일방 해지라는 정권과 방문진을 향한 충성맹세 뿐이었다.

공정방송 말살(抹殺) 음모

우리의 단체협약은 지난 1988년 공정방송을 기치로 노동조합이 창립된 이래 MBC 구성원들이 피로 일구고 땀으로 가꾼 투쟁의 산물이자, 틈만 나면 정권의 품에 안기려는 MBC 경영진들을 조금이나마 잡아끌 수 있는 한 가닥 끈이었다. 그러나 저들은 마침내 칼을 뽑아 이 한 가닥 끈마저 무자비하게 끊어버리고 노골적으로 정권을 향한 구애의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기회에 공정방송의 씨를 말리고, MBC를 권력의 나팔수로, 정권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도발을 시작한 것이다.

구걸을 할 것인가, 투쟁을 할 것인가!

단체협약 개정 협상 내내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무기는 협박과 조롱이었다. 논리에 밀리면 단협해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칼을 들이댔고, 단협이 해지된들 힘 빠진 조합이 무슨 싸움을 할 수 있게냐며, 조합원들이 따라 줄 것 같냐며 우리를 조롱했다. 조합이 두 다리를 끊어낸다면 휠체어에는 태워 줄 수 있다는 태도로 우리를 희롱했다. 그리고 마침내 단협 일방해지까지 감행한 저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구걸을 할 것인가, 투쟁을 할 것인가.

더 이상 MBC 노동조합에는 우리가 퍼 쓸 선배들의 피가 남아 있지 않다.

우리들의 새로운 피로 이 빈 그릇을 채우자.

2011년 1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