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여의도 사모님들’ 불방 정면충돌

윤길용 시사교양국장 ‘정치적 중립성’ 근거 취소, PD들 강력 반발

고동우 기자  kdwoo@mediatoday.co.kr

<PD수첩> 제작진 강제 인사발령과 특정 아이템 취재 중단 지시 등으로 내홍을 겪어왔던 MBC 시사교양국이 이번엔 <MBC 스페셜> 불방 논란에 휩싸였다.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PD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윤 국장은 24일 방영 예정이던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편에 대해 불방을 결정하고 이를 담당 PD들에게 통보했다. 정성후 CP가 기획하고 김보슬 PD가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유력 정치인 부인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작품으로, 정몽준, 홍준표, 박주선, 강기갑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의 부인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윤길용 국장이 밝힌 불방 사유는 “MBC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7일 시사회까지는 방송에 그대로 내보낼 계획이었으나, 며칠 사이에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며 “제작진이 열심히 노력했고 수천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왜 나라고 방송하고 싶지 않겠나. 총선 등 선거 국면이 다가오는 만큼 많은 걸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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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영 예정이던 MBC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의 주요 장면들.

시사교양국 PD들은 윤 국장의 이런 결정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수용론과 “일부러 뭔가 의도를 갖고 출연자를 정한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따지면 정치인은 아예 다룰 수가 없게 된다”는 불가론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인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편 제작진은 윤 국장의 지적을 일부 수용해, 한나라당 전당대회(7월 4일) 이후 등 시점을 미루거나 문제 부분을 편집해 방송에 내보내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교양국 PD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렇게 제작진이 몇발 뒤로 물러섰는데도, 여전히 윤 국장은 불방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PD는 이와 관련 “시의성을 타는 주제도 아니고,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조정해 내보내자는데도 결정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PD들 사이에서는 김재철 사장 출마설이 돌고 있는 경남 사천의 국회의원(강기갑) 부인이 출연한 것과 관련 있지 않나란 의구심까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길용 국장은 그러나 PD들이 제안한 ‘방송 연기’나 ‘일부 편집’ 모두 중립성·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윤 국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8월말에 있는데, 그 뒤로 넘어가면 이젠 총선이 코앞이다. 상대 정치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홍준표·오세훈 두 정치인 부인이 나온 분량만 편집한다면 본인들도 반발할 뿐만 아니라, 야당쪽 인사 비중이 너무 많아져 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이어 “이번 결정은 온전히 내 스스로 한 것”이라면서 “김재철 사장은 여러 차례 간부들 앞에서 사장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MBC 사장이 국회의원 부인 한 분에 신경 써야 할 만큼 위상이 낮다고 생각지도 않는다”며 김 사장과의 연관설 역시 일축했다.

시사교양국 PD들은 21일 오후 긴급총회를 갖고 제작 자율성의 일상적 침해와 윤길용 국장의 독선·독단에 대해 강력히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PD는 “정치인 홍보성 프로그램도 아닌데 윤 국장이 저렇게 민감하게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윤 국장 논리대로라면 다큐든 뉴스든 정치인에 대한 논평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문제가 예상되면 애초 기획단계에서 막았어야 옳았다”고 비판했다.

이 PD는 또 “더 큰 문제는 경영진 마음대로, 자의적 잣대에 따라 아이템 취재 중단, 방송 취소 등이 일상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회사 측의 단체협약 파기 등 소통 구조도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제작 자율성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도 22일 특보를 통해 “우리는 시사교양국장으로서 윤길용 국장의 무능함과 무소신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자신이 제작을 승인한 아이템조차 방송치 못하는 윤 국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