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내부 사찰’ 논란 일파만파

PD·작가들 “책상 뒤짐 당해” 잇따라 증언…당사자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 반박

고동우 기자  kdwoo@mediatoday.co.kr

MBC 시사교양국의 ‘내부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PD협회는 노보·성명 등을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사찰 논란은 <PD수첩> 김철진 부장이 PD·작가들의 책상과 노트북, 서류 등을 수시로 뒤지고 다닌다는 시사교양국 구성원들의 증언으로부터 시작됐다.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김 부장은 <PD수첩>을 맡은 직후인 지난 3월경부터 PD들이 아이템을 정할 때마다 비슷한 행태를 반복했고 무려 7명의 PD가 이 같은 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작가와 리서처도 같은 피해를 겪었다. 이들은 이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울 때도 메신저를 로그아웃하거나, 노트북을 잠그는 것이 생활화되었다고 한다. PD들 역시 퇴근할 때 자신의 짐을 작가들에게 맡기곤 했다.

한 PD는 “한번은 책상 뒤진 것을 항의했더니 김철진 부장은 ‘안 뒤졌다’고 발뺌하다, 결국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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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김 부장의 이러한 행위가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명백한 사찰”이라며 “사실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김 부장 치하의 <PD수첩>팀 내에선 내부검열이 만연해왔다. 이젠 그것도 모자라서 PD들의 머릿속 생각까지 들여다보려고 하는가”라고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비단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특정 아이템 취재 중단 지시, 강제 인사발령과 징계 시도, 과도한 보고 시스템 등 그간 민감한 주제는 취재 시도조차 못할 정도로 ‘통제’돼왔다는 지적이다. 노조와 시사교양국 PD들은 “시사교양국 내 설치된 CCTV 내용을 공개리에 검증해 진상을 밝히자”고 윤길용 국장에게 공식 요구까지 했다.

하지만 노조와 PD들의 바람대로 진상이 확실히 밝혀질지는 미지수이다. 당사자인 김철진 부장이 사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윤길용 국장과 회사 측은 CCTV 공개에 신중 또는 소극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윤 국장은 PD들에게 “회사와 협의해봐야 한다”며 “한 사람을 상대로 CCTV를 확인하는 것은 인권침해”일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그러나 “한 사람의 인권은 중요하고 그 한 사람 때문에 인격과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수많은 사람의 인권은 중요치 않다는 말인가”라고 반박하면서 “뭉개고 시간을 질질 끌려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사교양국의 CCTV는 10일치 가량의 분량이 자동으로 백업된다.

MBC PD협회도 27일 성명을 통해 “강제 인사조치와 아이템 검열 논란에 이어 사찰 의혹까지 일어나고 있는 이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면서, 지금 회사가 이 의혹을 처리하는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협회는 “이번 문제는 공영방송 MBC의 제작현장에서 발생한 공적인 사건”이라며 “그렇다면 회사는 중립적인 조사기구를 통해 담당 CP와 PD들, 그리고 목격자들인 PD수첩의 스텝들을 불편부당하게 조사를 하면 그만인데, 놀랍게도 회사는 김철진 부장의 직속상관으로 명백한 이해당사자인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에게 이 사건의 처리를 일임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어 “이런 상황에선 제대로 된 진상이 밝혀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회사는 김철진 부장의 행동에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김 부장과 윤길용 국장에 대해 징계를 포함한 인사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만약 회사가 이런 합리적 조치들을 외면하다면 이 부끄러운 사태를 은폐한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혹의 당사자인 김철진 부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좁은 공간에서 ‘사찰’이라니 상식적으로 현실적으로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반박하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을 일을, 노조와 PD들이 악의적으로 과장해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나는 <PD수첩> 팀장이자 총괄책임자로서 그날그날 PD·작가들의 촬영과 인터뷰 일정, 취재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촬영 큐시트를 요구했음에도 대다수가 전혀 이에 응하지 않았고, 필요시 불가피하게 직접 책상 위에 놓인 큐시트, 서류 등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하면서 “노조가 주장하는 노트북 부분은 이런 문제와도 전혀 상관없으며, 오고가며 바탕화면 사진 등을 잠깐씩 본 경우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또 “피해자가 많다고 하는데, 직접 실명을 걸고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밝혀줬으면 좋겠다”며 “CCTV 공개 등 공식 조사는 이런 정상적인 절차 거친 뒤 진행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