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승호·박성제 해고…“부역자들의 정신나간 분풀이”

일반 조합원까지 표적 징계… 노조 “대가 치를 것” 강력 반발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MBC가 20일 인사위에 회부된 대기발령자 13명 중 최승호 전 PD수첩 PD와 전임 노조위원장이던 박성제 MBC 기자 등 2명을 또 해고했다. 노조간부가 아닌 일반 조합원 해고는 이번 파업 들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영하 위원장과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박성호 기자회장에 이어 해고자가 이번 파업중에만 6명으로 늘어나 지난 2010년 해고된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까지 포함하면 MBC는 현 정부에서만 사상 최대 해고자를 낳았다.

MBC는 지난 1일 대기 발령자 명단에 올렸던 35명 중 13명을 18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서 소명 절차를 듣는 등 심의에 착수해 이날 오후 징계 대상자를 확정지었다.

해고 대상자는 <PD수첩>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로 일반 조합원 자격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전 <내조의 여왕> 연출자 김민식 PD와 이중각 PD, 전흥배 촬영감독은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재영 PD와 이춘근 PD, 강재형 아나운서는 정직 3개월, 송요훈 기자는 정직 2개월, <나는가수다>의 신정수 PD와 임명현 기자, 홍우석 카메라 기자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특히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둘 모두 전직 노조 위원장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노조 집행부의 어떤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일반 조합원들도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표적 징계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에 대한 징계 사유도 특별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무리한 징계를 통한 노조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최승호 PD는 <파워업 PD수첩>의 인터뷰에 응해 김재철 사장과 사측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방송을 불방시킨 사례를 언급한 것이 징계 사유가 됐다. 파업에 참가 중인 일반 조합원이 공정방송 훼손 문제를 지적한 상식적인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해고까지 당해야 하는 사유가 납득되지 않고 있다.
MBC는 최 PD의 징계 사유에 “불법파업에 참가해 무단 결근을 하고 여의도 사옥 안에서 피케팅을 한 것”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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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박성제 MBC 기자의 경우는 지난 3월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나오는 김재철 사장과 마주친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MBC는 박 기자의 해고 사유에 대해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시용기자 채용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MBC 기자회 소속 후배 기자들과 권 본부장의 퇴근을 방해했다”는 들었다. 그러나 MBC가 제시한 당시 CCTV 화면 채증 사진에도 박 기자와의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다는 증거가 나타나있지 않았다.

박 기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비리 의혹과 MBC를 망친 장본인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떠날 위기에 처해있는 김재철 사장이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권에 노조를 때려잡겠다는 충성심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공작의 하나”라며 “이 같은 징계를 훈장으로 받아들이겠지만 그 대가는 반드시 김재철 사장이 치를 것”이라고 성토했다.

MBC 노조도 성명을 내어 ‘살인마 김재철은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MBC 노조는 “MBC 보도의 상징인 두 기둥을 뽑아버렸다”며 “파업 143일, 이로써 김재철이 MBC에 온 뒤 지금까지 무려 8명이 살인 해고를 당했다. 그런데도 김재철은 살인 해고에 중독이라도 됐는지 이성을 상실한 칼부림을 멈출 기미가 없다. 역사에 김재철은 희대의 언론 살인마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MBC 노조는 최승호 PD에 대해 <PD수첩>의 간판 PD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개척해왔다며 “오직 탐사 고발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온 것이 해고를 당할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성제 기자에 대해서도 노조는 “MBC 선거방송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라며 “해고를 당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장례식장에 있던 기자(임명현 기자)를 권재홍 본부장 퇴근 저지 시위에 있었다며 허위 혐의까지 덮어씌워 인사위에 불러들이더니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며 이번 징계가 얼마나 부실하고 무원칙적으로 이뤄졌는지를 꼬집었다.

MBC 노조는 이번 징계 조치의 배경에 대해 “뚜렷한 사유도 없이 징계위에 회부하고 중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궁지에 몰린 김재철과 부역자들의 정신 나간 ‘분풀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사측이 경력 공채 중 10여명의 시사교양 PD를 대거 뽑고 대기발령자 69명 중 17명이 시사교양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권 비판적인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싹을 자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MBC 노조는 “영혼 없는 ‘시용 PD’들이 대신 꿰찰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윗선’의 눈높이에 맞춰 ‘알아서 기는’ 프로그램에 두려움을 느낄 그 어떤 권력도, 박수를 보낼 그 어떤 시청자도 없다”고 비난했다.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두고도 MBC 노조는 “김재철은 쫓겨나면 그만이지만, 그가 남기게 될 시용 직원 등 ‘분열의 상징’은 두고두고 MBC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특유의 자발적 조직 문화를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