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우 연임 확정, “김재철 지키라는 청와대 특명”

[해설] 공정방송 요구 반발 여론 거셀 듯… 캐스팅보트 쥔 여권 추천 이사 행보 주목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김재우 8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9기 방문진 이사에 연임됐다.

27일 방문진 이사 선임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김재우 이사장을 포함해 김광동, 차기환 등 총 3명의 기존 8기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다. 이밖에 김충일 언론중재위원과 김용철 전 MBC 부사장,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미디어학부 교수가 여권 추천 이사로, 최강욱 변호사와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선동규 전 전주 MBC 사장이 야권 추천 이사로 선임됐다.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해 기대를 모았던 9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명단에 김재우 현 방문진 이사장이 이름을 올린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김재철 사장 체제를 유지시키라는 ‘오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새 방문진 이사 구성에 따라 사실상 김 사장을 퇴진시켜 MBC를 정상화 시키겠다는 여야 합의도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170일 동안 MBC 파업에서 보여준 공정방송 요구 국민여론도 이명박 정부의 ‘몽니’ 앞에 철저히 무시당한 모양새다. 업무에 복귀한 MBC 노동조합도 이번 이사 선임 결과는 사실상 김 사장 체제를 유지시키려는 수순으로 보고 김 사장 퇴진이 어렵게 되면 파업 재개 여부를 놓고 장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재우 이사장을 포함해 총 3명의 현 방문진 이사들이 선임된 것은 김재철 사장을 계속 임기 말까지 끌고 가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어서 낙하산 사장을 통한 언론 장악 문제가 MBC 파업 때처럼 사회적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재우 이사장은 MBC 파업 사태를 철저히 외면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MBC 파업은 정치 불법 파업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김 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MBC 노조의 주장일 뿐이며 ‘개인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8기 방문진은 청와대 3, 여당 3, 야당 3 등 6대3 구도를 활용해 MBC 파업 사태를 방관해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판을 넘어서 김재철 사장을 비호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8기 방문진은 야당 추천 3명의 위원들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발의했지만 부결시켰고, 김재철 사장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노조의 요청을 받고 지난 3월 감사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자체 조사도 하지 않고 넉달이 지나서야 큰 문제가 없다는 MBC 자체 감사 결과만을 보고받았다. 방문진은 MBC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도 사실상 MBC 공정방송 문제와 노조의 파업, 김 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것이다. 이 같은 행보로 봤을 때 김재우 이사장이 9기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김재철 사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 연임 확정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타협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MBC 파업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고 이후 이상돈 비대위원 등이 새 방문진을 통해 김 사장의 퇴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흘려왔다. 그리고 정치권 합의까지 이르고 MBC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며서 사태 해결 가능성을 높였다. 박 전 위원장이 MBC 파업 사태 해결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얘기도 나왔다.

박 전 위원장이 MBC 파업 문제를 언급한 것은 MBC 파업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선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MBC 파업 사태 해결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번 방문진 이사 구성이 김재철 사장 체제가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확정되면서 박 전 위원장 측이 이명박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

 

102921_97954_534

▲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이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김재철 사장을 대선까지 끌고 가면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반발 여론이 커질 수 있지만 MBC 방송정상화에 따른 보도가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데 무게를 두고 이번 방문진 이사 결정을 사실상 방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으로 김재철 사장 퇴진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MBC 노동조합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까지 한달만 버티면 김 사장이 물러나고 공정방송의 틀을 새롭게 짜겠다는 로드맵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복귀 후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인사 발령 등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하고, 징계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김 사장 퇴진 이후 복구시켜 놓겠다는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MBC 노조는 성명을 발표하고 3명의 현 방문진 이사가 선임된 것에 대해 “170일이라는 방송사상 최장기 파업을 초래해 MBC를 파국으로 몰고 온 현 사태에 대해 김재철 사장과 함께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라며 “그러한 자들이 또 다시 3년 동안 MBC를 관리감독하겠다며 방문진 이사 지원을 했고,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들에게 다시 그 책임을 맡겼다. 그야말로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MBC 노조는 “이미 부적격자로 판명된 방문진 이사 3명의 재임명을 강행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 측근인 김재철을 비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들 3인에게는 김재철을 지키라는 청와대의 특명이 내려진 것이다. 이것은 사리분별력을 잃어버린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노욕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MBC 노조가 파업을 재개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지난 17일 정영하 위원장은 업무 복귀를 결정하면서 “여러가지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 방문진처럼 해임안을 낼 수 없다고 버티는 국면이면 다시 파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MBC 이용마 홍보국장은 파업 재개 가능성에 대해 “김재철 사장 퇴진이 어려운 쪽으로 상황이 이르면 중단된 파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재우 이사장을 포함한 현 방문진 이사를 추천해 김재철 사장 체제를 유지하려는 뜻을 분명히 한 이상 새누리당 추천 이사로 선임된 김충일 언론중재위원과 김용철 전 MBC 부사장,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미디어학부 교수들이 김 사장 퇴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 해임안이 제출되면 이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여권 추천 이사들에 대해 “보수적 성향은 맞지만 뉴라이트 출신들은 없고 극보수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김 사장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같은 여론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김 사장 해임안이 제출되면 무조건 감싸기에 급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