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카메라 기자는 왜 탄압 대상이 됐나

[해설] 보도영상 부문 전 조직 폐지 배경은?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MBC 경영진이 보도영상 부문 조직을 전격적으로 폐지한 것을 두고 카메라 기자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악감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서는 MBC 노조 파업 기간 내내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이 있었고, 끝내 업무 복귀 후 조직을 해체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메라 기자들은 170일 진행된 노조 파업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불공정 보도를 할 수 없다며 MBC 기자회와 영상 기자회가 주축이 돼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카메라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파업에 동참하게 된 것은 현장에서 직접 MBC를 비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MBC 영상 기자회 양동암 회장은 지난 1월 30일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집회 당시 후배기자가 ‘MBC 로고가 박힌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며 “16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맞을 정도로 버림받은 건 처음이다. 김재철 사장의 아집이 조직원에게 수치심을 줬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카메라 기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수치심은 MBC 노조 조합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김재철 사장 체제 하에서는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영향을 줬다. 지난 12월 카메라 기자들은 현장에서 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부 게시판에 올리면서 뉴스 불공정성 문제에 대한 성토가 전 부문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파업 원인에 대해 ‘FTA를 취재하던 한 카메라 기자의 편향된 감정 발언이 발단이 된 것 같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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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영상 기자회 소속 카메라 기자들이 여의도 MBC 사옥 로비에서 조직개편안에 대해 항의하는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MBC영상기자회

파업의 ‘원흉’으로 찍혔던 카메라 기자들은 파업 기간 탄압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양동암 영상 기자회장과 이창순 부위원장(보도부문) 등을 포함해 3명이 정직 1개월에서 3개월의 징계 조치를 받았고, 한명의 카메라 기자가 대기 발령자 명단에 올랐다. 7월 18일 업무 복귀 이후 카메라 기자 3명은 현업에서 배제되고 강제 부서 이동을 당했다.

워싱턴과 파리 주재 카메라 기자 특파원이 강제 소환당한 일도 카메라 기자들은 모욕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임기 3년을 보장받고 특파원으로 외국에 나간 두 명의 카메라 기자들은 지난 2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MBC 경영진이 글로벌 경영상 콘텐츠를 강화한다며 1인 지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카메라 기자 인력을 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카메라 기자가 빠진 자리는 현지 프리랜서 카메라 기자들이 자리를 메우면서 워싱턴과 파리발 리포팅 화면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현재 워싱턴과 파리발 뉴스는 현지 뉴스 화면을 차용하는 일이 많아졌고, 기획성 보도 화면을 촬영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됐다.

서울에서도 파업 기간 ‘취재PD’라는 이름으로 보도국장 직속의 카메라 기자 대체인력을 무려 13명을 뽑기도 했다. MBC 앞으로 5~10명 사이의 ‘취재PD’ 계약직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카메라 기자들은 4. 11 총선을 거치고 MBC 뉴스 데스크의 뉴스 화면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끝내 지난 4월 MBC는 영상편집부를 편집3부로 바꾸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영상편집 권한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넘어가기도 했다.

카메라 기자들은 징계조치→대체인력 투입→영상편집권한 박탈에 이어 이번 조직 개편으로 카메라 조직 폐지라는 ‘철퇴’를 맞은 셈이다.

취재 기자 출신인 김재철 사장이 카메라 기자들을 무시한 결과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사장은 경영진 회의에서 공공연하게 ‘카메라 기자들이 왜 공정방송을 외치냐’는 불멘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기간 보도영상 부문 한 간부는 부원 전체에 카메라 기자 조합원들의 노조 활동 때문에 부서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한 카메라 기자는 “카메라 기자에 대한 사장의 공공연한 불만부터 시작해 공적 계통의 압력이 없었다면 부원들에게 메일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파업 기간 중 노골적으로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탄압이 가해졌다”고 전했다.

카메라 기자들은 파업을 촉발시켰다며 악감정을 드러내고, 협업 대상인 카메라 기자들을 깔보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김재철 사장의 사적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메라 기자들에 따르면 과거 김재철 사장이 남극특별취재팀 소속으로 취재한 이후 급성장하고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이라크 전쟁에서 종군 기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카메라 기자와의 협업 때문이라며 이번 조직 개편안은 이를 무시하고 카메라 기자들의 목을 친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MBC 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이번 파업기간 강한 결속력을 과시하며 성실하게 파업 활동에 참여했던 카메라 기자들을 겨냥한 악랄한 분풀이이자, 공정방송의 최종 감시자격인 카메라 기자들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음흉한 속셈”이라고 비난하면서 “전 조합원의 중지를 모아 이번 폭거를 백지화하고 보도영상 부문을 원상회복, 정상화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안으로 인해 MBC 특유의 화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카메라 출동, 몰래 카메라를 활용한 고발 장면, 수중 촬영 등 MBC 카메라 기술 성과들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KBS와 비교해 절반도 되지 않은 인력으로 뉴스 화면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MBC 카메라 기자들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인데, 카메라 기자 조직을 폐지하면서 더 이상 이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