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김재철 사장 해임안 철회…”무기력”

[해설] 해임안 부결 가능성 높아 철회 쪽으로 가닥…노조 ‘가시적 행동’ 예고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야당 추천 이사들이 25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 안건을 철회시켰다.

이날 방문진은 정기 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 해임안 표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지난 19일 야당 추천 이사 선동규 이사는 제출돼 있는 해임안을 25일 정기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하라고 사무처에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 대 야당이 6대3인 구조 안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아직까지 김재철 사장 해임을 가결시키기 위한 표 확보가 되지 않아 표결 절차에 돌입할 경우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아예 안건을 철회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안건으로 올라온 해임안을 밀어붙일 경우 어쩔 수 없이 표결 절차에 들어가 부결이 되면 결국 김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실제 여당 추천 한 이사는 ‘왜 서랍 속에 놔두고 테이블에 올리지 않느냐’며 해임안을 오히려 볼모로 잡고 야당 추천 이사들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결국 야당 추천 이사들이 택한 것은 해임안 안건 철회였다.

해임안을 철회하게 되면 안건 자체가 폐기되기 때문에 표결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 안건을 철회하게 되더라도 방문진 규정상 향후 해임안을 재상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이날 해임안을 철회하면서 당장 김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피했지만 해임안을 제출하고 스스로 철회시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돼 버렸다. 무기력한 ‘소수파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해임안을 철회하게 된 배경에 대해 “최근에 있던 정수장학회 사태와 MBC 민영화 문제를 포함해서 해임 사유로 보강할 필요가 있어서 수정 보완된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추천 선동규 이사는 “김 사장 해임안을 제출한 것은 해임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었고, (가결을) 기대했었다. 그것이 바로 목표였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이사들의 의견을 접해본 결과 (해임안을 가결시킬)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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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MBC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여당 추천 이사들도 “김 사장의 해임안이 제출된 상황에서 계속 시간이 지연되고 있고 회사와 조직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해임안 철회에 찬성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 입장에서도 상정된 해임안을 표결해 부결을 시키면 반발 여론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특히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부산일보와 MBC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킨 결과가 나올 경우 비난 여론의 타깃은 여당 추천 이사들로 향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여권 추천 이사들도 안건 철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MBC 노동조합의 대응이다. MBC 노조는 이날 방문진 이사회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해임안 표결에 들어가지 않거나 부결될 경우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MBC 노조는 이날 오후 3시 방문진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같은 시각 지역 MBC 지도부와 본사 MBC 노조 집행부가 모여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MBC 노조는 방문진 이사회 결과에 대해 “방문진의 해임안 유보 상황에 대해서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향후 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행동을 예고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물 건너가게 될 경우 파업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해임 사유를 수정 보완해 해임안을 재상정한다는 계획에 대해 “해임 사유를 적시하지 않더라도 (김재철 사장의 해임 사유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결과적으로 (해임 찬성에) 동의하지 않아서 해임안 처리가 유보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여당 추천 이사들이 조직 안정을 이유로 들어 안건을 철회한 것에 대해 “경영상, (조직)안정상 MBC 경영은 이미 파탄나 있다”면서 “100여 명이 이미 현업에서 배제돼 있고 시청률과 경쟁율은 역대 최하위로 떨어져 있다. 망하자고 지키보는 게 아니라면 경영을 논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다. 여당 측이 해임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MBC 노조는 25일 방문진 이사회 전까지 해임안에 대한 처리 방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줬는데도 이번 해임안이 철회된 것은 사실상 노조를 무시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빠른 시일내 ‘가시적인 행동’이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이용마 국장은 “해임안이 부결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상황이 끝났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해임의 여지는 남아있다. 그에 맞춰서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