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환영 “무너진 MBC 재건” 목이 메이기도

MBC노조 조합원들 모여 판결 환영…MBC는 “법원 판결 유감, 즉각 항소”

조수경 기자  jsk@mediatoday.co.kr

오랜만에 터진 웃음이었다. 해고 무효와 지난 170일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오자 MBC 조합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또 감격스러워했다.

17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정영하·최승호·이용마·박성호·강지웅 등 5명의 ‘복직자’와 조합원 100여 명은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앞에 모여 이날 판결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함께 복직판결을 받은 박성제 기자는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파업을 이끌었던 정영하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너무 떨리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아까 판결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우리 조합원들이 좋아하겠다’였다”는 솔직한 말로 이날 판결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정 전 본부장은 “어떤 선배가 오늘 판결에 대해 ‘도망가지 않는 판결’이라고 말했다”면서 “공정방송이 제1의 근로조건이라 부역은 하지 못하겠고,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밖에 할 수 없었는데 사법부가 (파업의 정당성을)정확하게 지적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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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하 전 MBC본부장 ⓒ조수경 기자
정 전 본부장이 “다음부터 선배가 술자리에서 ‘너희 불법이야’라고 말하면, 당당하게 ‘네가 불법이야’라고 말하라”고 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너털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시 MBC본부 홍보국장이었던 이용마 기자는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에 법원에 가지 않아 처음엔 결과를 몰랐다. 이후 축하 전화가 와서 ‘44대 0’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참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나이가 들면서 감상적으로 변하는데…”라고 말하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사무처장이었던 강지웅 PD 역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깥에 있는 우리는 걱정하지만 안의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팠다”면서 “뜻밖의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편파방송에 항의하며 MBC 기자회의 제작거부를 이끌었던 박성호 기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측의 색깔 입히기가 시작됐고, ‘공정성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특정 정당을 위해 파업하지 않았나’란 말이 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파업은 보여주는 것보다 감추기에 급급한 뉴스가 아닌 제대로 된 뉴스를 보여줄 수 있는 해답이었다”고 지난 파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 기자는 “판결문 마지막에 ‘MBC 정상화, 구성원 내부 갈등 해결’이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는 어느 한쪽 승리자의 손을 들어준 것 이상으로 MBC의 재건과 공영방송이 되는 작은 출발점을 의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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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소 판결을 받은 MBC 해직언론인들 ⓒ조수경 기자
최승호 PD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 위해 방송 객관성과 공정성 유지가 중요하고 이런 내용으로 경영진에 항의할 수 있는 수단은 파업밖에 없는데, 이를 위한 정당한 파업이라는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언론자유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우리가 좀 더 힘써서 한국 언론의 질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면 대한민국 역사에 남는 하나의 기록이 될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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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치는 조합원들 ⓒ조수경 기자
이날 판결을 이끈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도 소회를 밝혔다. 신 변호사는 “방송공정성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인지 알았는데 정말 중요한 근로조건임을 배웠고, 재판부에서도 결단한 것 같다”면서 “맨 마지막 변론날, 제가 한 PPT에 최승호 PD가 등장했는데 이 분이 MBC를 만들었고 만들어나갈 분이라고 소개하며 MBC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새롭게 하라’는 뜻 아닌가 한다. 사랑받는 MBC로 부활할 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성주 본부장은 사측에 판결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이 본부장은 “입법부에서 여야가 해직자 복직에 합의했고, 사법부에서도 복직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회사가 복직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항소할 경우 김종국 체제가 이어지든, 누가 오든 새로운 죄를 짓는 것이고 새로운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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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하 전 본부장에게 악수를 건네는 조합원 ⓒ조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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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둥켜안는 조합원들 ⓒ조수경 기자
행사가 끝난 뒤 조합원들은 “보고싶었다”다시 MBC로 돌아온 해직언론인들을 부둥켜안으며 그 동안에 마음에 진 빚들은 내려놓았다.
하지만 MBC 측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MBC는 “‘방송사의 공정성 여부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파업의 목적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당시 파업의 실질적인 목적은 ‘대표이사 퇴진’이었으며, 특정 대표이사의 퇴진이 반드시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될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