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월호 특집다큐 PD를 “투쟁성 강하다”며 교체

‘유가족 분노, 정부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 유의하라’ 지침…세월호 관련 아이템 연이어 무산

조수경 기자  jsk@mediatoday.co.kr

MBC 교양제작국장이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PD를 “투쟁성이 강하다”는 이유를 들어 교체했다. 교양제작국장 역시 PD의 성향이 문제가 돼 교체했다고 인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가 26일 낸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MBC 다큐스페셜>에 소속된 이우환 PD는 ‘비극적인 사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는 내용의 기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김현종 교양제작국장은 이우환 PD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제작 불가’ 입장을 밝혔다.

MBC본부는 민실위 보고서에서 “김 국장은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아이템’으로 규정하고, 이 PD가 제작을 맡는 조건으로는 아이템을 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라며 “왜 이 PD가 제작을 맡아서는 안 되느냐와 이유를 알려달라는 요청에 김 국장은 이 PD가 과거 전국언론노조에 파견된 적이 있고 그래서 ‘투쟁성이 강하다’는 이유를 밝혔다”고 전했다.

MBC본부는 “이 같은 김 국장의 태도는 전후 관계를 따져보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지난 4월 오히려 이 PD에게 세월호 관련 긴급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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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옥

긴급 다큐 역시 임원회의에 보고된 뒤 해외 코디네이터까지 섭외해 제작에 들어갔으나, 김 국장 스스로 3일 만에 ‘다른 방송과 차별성이 없을 것’이라고 갑자기 태도를 바꿔 결국 중단됐다. 이 PD가 다시 타 방송사에서 방송되지 않은 내용의 기획안을 제시하자 이번에는 “세월호 사건의 ‘정치성’과 담당 PD의 ‘성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민실위 보고서)이다. 결국 이 PD는 교체됐고, 다른 PD가 세월호 특집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간부들, PD들에게 황당 지침 전달

세월호 참사를 다룬 MBC 시사·다큐 아이템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KBS가 <추적 60분>, <KBS 파노라마>, <취재파일 K>를 통해 총 13차례 다뤘고, SBS가 <그것이 알고 싶다>, <현장21>, <SBS스페셜>에서 총 8차례 다뤘지만 MBC는 3차례에 그쳤다.

MBC는 정부 비판적 내용은 한 차례도 다루지 못했다. 정부·해경의 책임을 묻거나 안전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아이템을 KBS가 각 3번씩 6차례, SBS가 각 2번씩 4차례 다룬 것과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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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보고서
MBC본부는 이와 관련해 “참사 초기인 4월 18일까지 앞 다퉈 세월호 아이템을 다루라던 시사제작국장, 교양제작국장은 갑작스럽게 태도를 180도 바꿨다”고 전했다.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세월호 아이템 발제가 무산됐고 <생방송 오늘아침>의 경우 세월호 아이템을 일주일 동안 특집으로 다루려고 했으나 지시가 번복됐다.

MBC본부는 또한 “4월 20일 전후한 시기에 담당 국부장들이 윗선의 지시라며 PD들에게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가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특별히 유의’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국·부장들이 이런 취지의 지침을 각 PD들에게 구두나 문자로 내렸다는 것이다.

김현종 국장은 민실위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에 “민실위 보고서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답변을 듣기 위해 몇 차례 노력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김 국장은 사내 게시판에 ‘이 PD는 평소 자신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고, 제작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해 투쟁성이 강하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글을 올리며 민실위 보고서를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