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 방문진 이사장, 박정희 탄신제 참석 논란

“14일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함께 참석”… 언론계 “공영방송 MBC 감독기관, 정치 중립성 잃어”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문환 이사장이 지난 14일 경상북도 구미시 상모동 생가 추모관과 박정희대통령 기념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97회 탄신제’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영방송 MBC를 관리·감독할 공적 책임이 있는 방문진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탄신제를 방문한 것이 온당하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는 구미시가 주최하고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이사장 전병억) 주관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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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신문 17일자 보도

김 이사장이 탄신제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17일자 영남권 지역 신문이 먼저 보도했다. 대구신문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령 평화통일연구원 명예이사장을 포함해 남유진 구미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태환·심학봉 국회의원,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도·시의원, 각계 기관·단체장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생가 추모관에서 숭모제례를 올리고, 현재 만들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공원 현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대북공연, 추모민요 등을 관람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일대기와 그가 집권했던 18년 역사를 담은 기념영상 상영, 유족 인사 등이 진행됐다고 전해졌다. 대구신문 이외에도 경북신문, 신아일보 등도 17일 이 행사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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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신문 17일자 보도.

박정희 생가 관리자인 장성길 구미시 박대통령기념사업계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탄신제 행사에 앞서 서울에 3000부 가량의 초청장을 보냈고 매년 이 취지에 공감하시는 많은 유명인사들이 방문한다”며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시상하러 오셨고, 김문환 이사장도 함께 오셨다”고 전했다. 17일 오전 방문진 사무처 직원들도 김 이사장의 박 전 대통령 탄신제 방문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문진 여권 추천 한 이사는 “이사회 전체가 결정해야 할 주요 업무는 각 이사에게 통보되고 전달된다. (탄신제 참석은) 이사장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김문환 이사장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문진의 공식 행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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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해도 김 이사장은 대내외적으로 방문진을 대표하는 수장인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에 참석한 것이 이사장으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신문 역시 그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17일 “개인 자격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가치 판단을 하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방문진 이사장은 개인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이 맡고 있는 직책의 무거운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에 참석한 것은 MBC를 관리감독해야 할 기관의 이사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방문진은 MBC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구인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에 이사장이 아무런 논의 없이 참석했다는 사실은 부적절하다”며 “MBC 보도가 현 정권에 편향된 보도로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장 행보는 오해를 사기 충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나 추모의 의미로, 개인 자격으로 참석할 수는 있겠으나 (탄신제는) 한 개인을 지나치게 추앙하고 우상화하는 행사일 텐데,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김 이사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