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복직하면 소외·빈곤 다루고 싶다”

“문제의 웹툰은 회사 비판 아닌 자학개그”… 해고무효 판결 받았지만 MBC는 “기형으로 난 떡잎” 운운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기형으로 난 떡잎은 잘라내야 잡초로 자라지 않고, 피를 뽑아줘야 벼가 잘 자라듯 자성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회사와 동료를 조롱하고 비웃은 권성민에 대해 MBC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처는 해고였습니다.”

MBC 사측이 단단히 골이 났다.

“MBC는 권성민 예능PD에 대한 해고와 징계, 전보발령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 후, 이를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권 PD를 ‘기형으로 난 떡잎’에 비유하며 가해자인 사측과 피해를 입은 권 PD의 입장을 뒤바꾸는 주객전도와 억지 정당성을 주장했다.

시청자에 대한 봉사 정신과 불편부당한 공정성을 지켜야할 방송사가 오히려 사측의 주장만이 옳고 정당하다는 미성숙함과 오만에 빠져 상대가 누구든 닥치는 대로 비난하고 모욕을 줬다.”

위 인용문은 지난 24일 권 PD에 대한 1심 판결 직후 MBC 사측이 낸 공식입장에서 주어와 목적어를 바꿔 다소 각색한 것이다. (원문 : 회사 비방과 시청자를 모욕한 미성숙한 행위, 끝까지 책임져야)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 게시판에 ‘엠병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써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던 MBC가 자사에서 해고된 PD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아무 거리낌 없이 공표하고 있다.

 

 

▲ 권성민 MBC 예능PD.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 권성민 MBC 예능PD.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MBC는 지난 1월 권 PD를 해고한 후에도 그가 2년 전에 블로그에 썼던 “언론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마약일 뿐”이라는 글에 대해 “MBC가 마약제조판매회사라는 것이냐”고 반발하는 등 ‘치기 어린’ 입장을 온라인상에 전파하기까지 했다. (원문 : 반복적인 해사행위에 대해 회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조능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이 같은 사측의 입장문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고, 권 PD는 “안 봐도 알 것 같다”며 안 봤다고 했다. 권 PD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사 지망생 친구들에게 현재 MBC 간부들의 작문 사례라며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MBC는 당분간 신입 공채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경력으로 MBC에 입사코자 하는 이들은 필사(筆寫)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날 권 PD는 자신을 해고로 이끌었던 ‘예능국이야기’ 웹툰에 대해서도 회사에 대한 적개심의 표출이라기보다 “내 상황에 대한 자조”라고 말했다.

“‘유배’라는 말이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유배란 표현을 쓴 거나 빡센 예능국 생활을 하다 이제 정시 출퇴근으로 시간이 널널하다는 희화화는 있었지만 내가 현재 이런 상황이라는 자학개그 같은 것이었어요. 그런 것도 회사는 워낙 예민하게 자기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사실 권 PD가 페이스북에 웹툰을 그렸던 이유는 회사가 아닌 본인을 위해서였다. 그는 “정직 6개월 동안 일 못 하고 예능국 소식을 전해 듣기만 해서 수원에 가 있으면서도 ‘나 여기 잘 살아 있어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의미도 있었다”며 “웹툰을 그리면서 방송 예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좀 더 같이 보며 고민할 수 있는 계기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권 PD가 지난해 ‘오유’에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 관련 개인적 사과를 담은 글을 올렸을 때도 자신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던 프로그램이 폐지 수순에 들어갔을 때였다. 본인이 글을 쓰고 사고를 치더라도 프로그램이나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회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 권성민 MBC 예능PD.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 권성민 MBC 예능PD.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오유 글을 쓰게 된 것도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제일 컸어요. 파업 때 우리가 왜 싸웠는지 공공연히 알려졌음에도 밖에 사람들은 ‘결국 먹고 살아야 해서 변했구나’ 하고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죠. 그래서 안에서 고민하고 있는 회사 동료와 선배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왜 그런 방송과 뉴스가 나가야 하는지 책임을 확실히 알리고 싶었어요. 글에서도 설득이 아닌 ‘설명을 드리고 싶다’고 했고, 내부가 이런 상황이라며 이해 구하고 싶다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현재 그는 뉴스타파에서 ‘타파스’라는 프로그램의 객원PD로 참여하면서 뉴스타파에 소개된 뉴스 가운데 청소년과 젊은층도 꼭 알 필요가 있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이슈를 직접 선택해 재밌게 재구성해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에서 영상제작실습 강의도 맡아서 하는 중이다.

그에게 복직 이후 만들고 싶은 예능이 있느냐고 물었다.

“학생 때부터 관심 갖고 있던 주제들은 기본적으로 소외와 빈곤의 문제였어요. 학생 때는 프로젝트와 거리공연 모금도 하면서 현장에 많이 가보고 어떻게 콘텐츠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직 예능적으로 어떻게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지 감은 안 와요. 계속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은 밖에서 만들 수 있는 것들 몇 가지 있어 촬영과 기획을 하고 있는데, 현장으로 돌아가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서 틈나는 대로 생각하려고 해요.”

학창시절 영상을 만들고 만화도 그리며 친구들과 연극 공연도 하면서 뭔가 만드는 일을 좋아해서 PD에 지원하게 됐다는 그에겐 결국 예능 PD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위로가 되기 위한 일이다. PD란 나 혼자 만족하는 콘텐츠가 아닌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

‘송곳’ 웹툰보다 ‘디즈니’ 만화를 보는 게 즐겁고 그런 걸 만들면서 살고 싶은 세상을 꿈꾸지만, 그렇게 살기에 ‘빡치는’ 일들이 많아 외면할 수 없다는 권 PD. 진지한 얘기하는 거 딱 질색이고 후배가 나서 발언하는 걸 유난스러워하는 예능국에서 그의 깊은 빡침을 이해해주고, 회사의 징계에 성명과 피케팅까지 해줬던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이제 1심이 끝나 앞으로 많이 남았지만 밖에서 놀고 왔다고 너무 갈구지 말고 ‘예고(방송)’ 연차 지났는데 예고 시키지 말고 따듯하게 맞아줬으면 좋겠습니다(웃음). 타 부서 선배들도 모르는 번호로 ‘미안하다, 응원한다’고 문자를 많이 주시는데 그런 연락 받을 때마다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합니다.”

 

 

권성민 MBC 예능PD가 직접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의 한 장면. ⓒ권성민 PD 페이스북

권성민 MBC 예능PD가 직접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의 한 장면. ⓒ권성민 PD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