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완기 칼럼]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media@mediatoday.co.kr

흔히 MBC를 ‘주인 없는 회사’라고들 한다.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이 발효된 지 30년이 가까워오고 있지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일부 이사들조차도 자주 그렇게 말한다. 이는 권리를 행사할 주체도 없고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는 자조와 한탄의 의미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은 주로 정권의 하수인이 된 MBC경영진이나 간부, 또는 평소 유난히 ‘주식회사 MBC’를 강조하며 특정 이념에 갇혀 있는 방문진의 일부 이사들이 공적기구인 방문진과 MBC의 위상이나 설립목적을 잘못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권리를 엉뚱한 방향에서 과도하게 행사하려 하기 때문이다.

주인타령을 하기 전에 그들이 맡고 있는 권한과 책임은 과연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MBC 내부 구성원들은 방송의 의제설정부터 출연자 캐스팅, 송출권 확보 등 방송현장의 다양한 업무에 대해 실무적 권한을 행사한다. MBC 사장은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방송현장의 구성원들에 대한 인사의 권한을 가지며,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책무와 함께 큰 틀에서 방송의 지향을 제시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예산을 편성․집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 법적으로 MBC 대주주의 지위에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이에 걸맞은 자격을 갖춘 사장을 선임하고 MBC의 ‘공적 책임’을 구현하며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MBC의 ‘공적 책임’이라 함은 MBC가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의 성격을 넘어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방문진 이사는 방송에 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며 현실적으로는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9명의 이사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결국 이들 9명의 이사로 구성된 방문진이라는 법인이 MBC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들의 선임과정은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의 추천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MBC의 주인은 국민이다. 방문진의 이사, MBC의 사장 및 구성원들은 국민이 주인인 MBC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나름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 없는 회사’라는 자조와 한탄이 등장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거나 반면에 책임에 대해서는 매우 미약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MBC가 상법상 주식회사이면서도 방문진이라는 추상적 기구를 대주주로 하는 복잡한 구조와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오랜 군사독재체제 속에서 권부의 스피커로 기능했던 방송의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한 한국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시에 독재의 비호 속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자본권력으로부터도 방송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성찰과 자각의 결과이기도 하다. 즉, 방문진의 설립 목적은 궁극적으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방송이 독립하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식회사 MBC’는 그 목적 구현을 위한 형식적 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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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방문진이 설립된 1988년 이후, MBC는 이러한 방송의 목적과 그에 맞는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방송의 공영성, 공익성, 공정성을 담보로 한 진통을 숱하게 겪었다. 그 과정에서 제작거부, 파업 등으로 빚어진 경영진과 노동조합 간의 마찰과 갈등은 상호견제와 호혜의 길항관계로 발전했다.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그러한 진통은 쓸모없이 반복되는 ‘구태’가 아니라 정반합이라는 생산적 방향으로 작용해 왔고, 노사의 상호이해가 정착되면서 군사독재 시절의 정파성은 차츰 사라지고 건강한 조직문화로 진일보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군사독재의 망령인 정파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욱 심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권에 경도된 사장과 극우적 이념이 결합해 본래의 방문진법이 추구했던 정신과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MBC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은 다시 독재시절로 회귀했으며 구성원들의 창의력과 자율성은 현격하게 떨어졌다. 이는 결국 극단적인 이념에 갇힌 일부 방문진 이사들과 자리를 탐하는 경영진이 MBC를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시킨 결과다.

최근 MBC는 ‘위법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회사와 내부 구성원들 간에 수십 건의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일뿐더러 그 상황에서 회사의 부당한 전보 또는 해고 조치마다 “위법하므로 무효다”라는 문구가 법원의 판결문에 연달아 적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권 남용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방송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회사의 ‘위법경영’ 행태가 법원의 판결문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경영의 관리․감독을 책임진 방문진이 구차한 논리로 경영진의 과오를 변호하고 있는 현실은 방문진 이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부끄럽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매체환경에서 도약할 시기에 도약하지 못하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조직의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내부 구성원들의 화합과 단결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MBC경영진은 ‘기본과 원칙’이라는 구호 아래, 화합과 단결은커녕 끝을 모르는 갈등만을 조장해 왔다. 경영오류에 대한 비판을 통 크게 소화하지 못한 채 징계로 답하고, 징계무효 소송에서 지면 다른 징계로 보복했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기본과 원칙’은 어느새 구성원들을 탄압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MBC경영의 부끄러운 민낯이 지난 25일 언론에 공개됐다.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무고한 후배들을 아무런 증거도 없이 해고했고, 이 상황을 지속시키기 위해 승산이 없는 줄 알면서도 막대한 소송비용을 마구잡이로 사용했으며 앞으로도 사용할 것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실이 경영진 스스로의 입에서 나왔다. 극우매체와의 음습한 거래를 통해 방송의 편성과 프로그램에 무시로 개입해 왔던 사실도 드러났다. 더욱 가관인 것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이런 상황에서도 이는 ‘사적인 대화’일 뿐이라고 얼버무리는 뻔뻔함이다.

MBC는 ‘주인 없는 회사’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회사이다. 방문진의 이사들, MBC경영진, 그리고 MBC 내부의 구성원들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현재 그 첫 번째 작업은 국민의 뜻에 반하여 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도 일말의 부끄러움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기본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