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 다룬 다큐 외압? “이슈되지 않을까 걱정”

[인터뷰] 다큐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공개 앞둔 김진혁 교수… “해직언론인 역사 엮었을 뿐”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해직언론인 뒤편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렇게 쌓인 해직언론인 기록이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내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다.

지난 24일 서울 한예종 석관동캠퍼스 영상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언론인에 대한 시민의 기대와 관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해직언론인 다큐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후 ‘기레기’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 등 언론과 대중의 괴리를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했다는 것이다.

김진혁 한예종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열린 해직 7년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에게 다큐 제작을 권유했던 이들 역시 언론인이었다. 이경호 전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5일 “2014년 초 해직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그들이 잊히지 않기 위한 방안을 언론노조 등에서 모색하던 중 영화 제작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다큐멘터리 전문가 김진혁 PD가 적임자였다”고 밝혔다.이번 작품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 방송사노조협의회(방노협) 등 언론계의 지원과 관심, 김 교수의 연출이 고루 버무려진 결과물이다. 고영제 인디플러그 대표가 프로듀서 작업을 맡고 있다. 영화는 마무리 단계다. 내달 전국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공개된다.

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MBC, YTN 해직 언론인이다. 권석재·노종면·우장균·조승호·정유신·현덕수 기자는 2008년 MB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다. 이 가운데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만 2014년 대법원 판결로 복직했다.

정영하, 강지웅, 최승호,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등 MBC 언론인들은 2012년 170일 파업 과정에서 해고됐다. 이들의 투쟁은 2심까지 정당성을 인정받아 대법원 판결만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어떤 태도로 작품에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 많이 했다”며 “해직 언론인의 생각과 느낌을 가감하지 않고 전달하려고 했다. 감정을 마구 증폭시키거나 애써 건조하게 만들기보다 관객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실 ‘김진혁의 영화’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나는 그분들의 역사를 엮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상암동 YTN 해직 7년 행사에서 상영된 김진혁 교수의 해직 언론인 다큐 한 장면. 노종면 YTN 해직기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작품을 연출하면서 애착이 갔던 인물은 없었을까. 김 교수는 조승호 기자를 꼽았다. “영화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분이 하는 말씀들이 개인적으로 가슴에 크게 와 닿았다. 관객들도 조승호 선배에 감정이입 많이 하실 것 같다.”

YTN에서 해직자가 쏟아지던 2008년, 그때보다도 2016년 언론 상황은 악화했다. 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은 고착화했다. 언론인 스스로 권력에 순치됐다. KBS‧MBC는 ‘땡박뉴스’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판 언론인들의 자기 검열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김 교수는 “조승호 기자가 다큐를 찍으면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정권 코드를 맞춘다는 것만 다를 뿐, 아이템을 정하고 짜여진 프레임대로 보도하는 것은 보도 지침이 일상이던 독재시절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지난해 10월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노종면 해직기자 등 YTN 해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일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정유신 기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누구보다 YTN을 사랑하는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선배 인생에서 YTN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데, 다 바친 사람들, 이 보석을 밖에 두고 왜 쓰지 않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정유신 YTN 기자(해고 뒤 복직, 맨 오른쪽)가 지난해 10월 서울 상암동 YTN 해직 7년 행사에서 김진혁 교수가 제작한 해직 언론인 다큐 영상을 보고 눈물을 쏟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교수는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YTN에서 상영했을 때 울음바다가 됐는데, 슬퍼서 운다기보다 억압에 대한 분노와 한편으로 절망감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며 “다큐 제작은 마무리 단계지만 MBC에서 권성민 PD가 해고되는 등 절망적인 언론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다큐에 해직자로 출연하는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전 MBC PD수첩 PD)와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다.

정권이 민감해하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과 해직 언론인 사태.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외압이 작용하진 않을까.

김 교수는 “다이빙벨보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소프트하지 않을까”라며 “다이빙벨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도마 위에 올린 작품이잖나. 도리어 우리 영화가 이슈되지 않을까 걱정이다.(웃음) 어떻게든 주목받고 화제가 돼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영화가 개봉되면 누구를 가장 먼저 초대하고 싶은지 물었다. “국민일보 황일송 기자, 조상운 기자 등 영화에 등장하진 않지만 해직으로 고통을 겪었던 분들을 모시고 싶다. 그래도 꼽는다면 최승호‧조승호, 양(兩)승호와 권성민 PD는 와주셨으면 한다.”

▲ 김진혁 한예종 교수가 지난 24일 서울 한예종 석관동캠퍼스 영상원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인터뷰 말미에 김 교수는 “원래 제목은 ‘해직돼도 언론인’이었다”며 “해고가 돼도 언론인 정체성은 유지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직돼도 언론인’이기 때문에 그들은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을 욕하시되, 해직 언론인 19명을 잊으시면 안 된다. 19명은 다시 돌아가 제몫을 분명 해줄 겁니다. 언론의 정상화, 그들이 버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론이 밉다고 그분들까지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김 교수가 관객들에게 전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