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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흑역사… MB에 맞선 대가는 참혹했다

[해설] 무너진 공영방송의 무기력한 기자·PD들… 새 선장 조능희가 풀어야 할 과제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이 창간 20주년 기획으로 18일 미디어오늘 온라인에 ‘미디어오늘 스페셜’을 띄웁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이명박근혜 정권’의 지난 7년, 공영방송 투쟁의 역사를 정리한 ‘MBC의 흑역사’ 섹션을 마련했습니다. 이 글은 이 특별 섹션의 머릿글입니다. 이 밖에도 미디어오늘 스페셜에서는 미디어오늘에 연재됐던 ‘지배계급의 맨 얼굴’과 ‘천안함의 비밀’, ‘한국의 전문기자들’, ‘저널리즘의 미래’등 미디어오늘의 특화된 전문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어느덧 MBC 없는 세상이 익숙해졌다. 뉴스데스크를 안 보는 건 물론이고 PD수첩이나 백분토론에 대한 갈증도 사라졌다. 이명박근혜 정권 7년을 지나오면서 생긴 변화다. ‘MBC가 어떻게 망가졌나’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단어 몇 개로 역사가 요약된다. MB와 PD수첩, 그리고 김재철.

광우병, MB의 트라우마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광우병 편)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중략) 그 프로그램만 본다면 3억 미국인들과 우리 국민들은 식품이 아니라 독극물에 가까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셈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의 한 부분이다. 그가 MBC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08년 PD수첩은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비판하는 광우병 편을 방송했고, 이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사정기관을 쥐고 MBC를 흔들었다.

검찰은 1년여 수사 끝에 2009년 6월 조능희·송일준·김보슬·이춘근 등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런 허위조작 방송 프로그램을 언론 스스로 퇴출시키고 정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자유 언론의 힘”라고 비난했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MBC를 몰아세웠다.

2011년 대법원은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왜곡 보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조능희 PD 같은 경우 아직까지 광우병 편과 관련한 징계로 회사와 송사를 치르고 있다. ‘PD수첩은 MB의 트라우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PD수첩 제작진들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MBC와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법 국면에서도 충돌했다. 이명박 정부는 신문의 방송 겸영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에 맞서 2008년 말 총파업을 강행했다. 실세였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이를 “명백히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하며 노조 때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MB정권과 MBC는 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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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청와대, 이치열 기자)

청와대 불러 조인트 까고 좌파 척결

2009년 7월 방문진 이사들이 교체됐다.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 이들은 줄곧 엄기영 사장을 압박했다. 엄 사장은 2010년 2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문진이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고 임원 인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 뒤를 이은 인물은 김재철 사장.

김우룡 이사장은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엄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부 능선은 넘어섰다”며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고 밝혔다. 정권의 이해가 공영방송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는 뜻인데, “큰집에서 김재철 MBC 사장을 불러 조인트를 깠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 인터뷰가 알려진 뒤 MBC본부는 2010년 4월 ‘김재철 퇴진’과 ‘MBC장악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다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 사장 취임 후 MBC의 독립성은 크게 흔들렸다. 2010년 8월 김 사장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사전 시사는 ‘본격 탄압사(史)’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그는 2011년 연임에 성공했고 PD수첩 최승호, 한학수, 이우환 PD 등을 제작 일선에서 배제했다.

PD수첩의 ‘소망교회’ ‘무릎기도 논란’ 편 등 MB 비판 아이템은 방송을 타지 못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지적하는 방영분은 가위질을 피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MBC는 개그우먼 김미화씨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를 라디오에서 하차시켜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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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총파업을 결행했다. 파업 과정에서 MBC는 박성호 기자회장을 비롯해 정영하 MBC본부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 등을 해고했다. 정권의 방송 장악 ‘상흔’은 여태 아물지 못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사상 초유 ‘170일 파업’과 그 이후

2012년 MBC기자회는 △4.27 재보궐 선거 편파 △PD수첩 대법원 판결 왜곡 △내곡동 사저 편파 △10.26 재보선 불공정 등 지난 1년간의 편파 보도를 이유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MBC는 이들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을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내리고 인사위에 회부했다. 기자들은 제작 거부로 대응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1월 말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총파업을 결행했다.

파업 과정에서 MBC는 박성호 기자회장을 비롯해 정영하 MBC본부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 등을 해고했다. 최일구 앵커 등 보직간부도 파업에 동참하고 시민들의 ‘100만인 서명’ 운동도 들끓었지만 결과적으로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을 지켰다.

MBC본부는 7월 파업을 접고 넉 달 뒤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이 박근혜 대선 후보의 메신저로 나서 ‘선 파업 철회, 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하고 추진했으나 끝내 새누리당이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가결을 무산시켰다”고 폭로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파업으로 빚어진 인력 공백은 대체인력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10월 기준, 파업 기간과 이후 채용된 시용 및 경력 기자는 60명(기자협회보 2014. 10. 22일자)을 상회한다.

반면, 파업 복귀 후에도 노조원 다수는 교육발령을 받거나 비제작부서로 좌천됐다. 법원은 지난해 1월 해고자를 포함한 조합원 44명에 대한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다. 내달 초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정권의 방송 장악 ‘상흔’이 여태 아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MBC가 보수 정권 이래 가장 퇴보한 언론사라는 지탄을 받는 까닭은 앞서 살펴봤듯 ‘권력비판’이라는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 한 방송사였다는 데 있다.

시청자와 국민의 실망이 큰 이유 역시 영광의 시대가 빛났기 때문일 터. 김재철 사장은 떠났지만 여전히 그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 조능희호(號)가 출범한 2015년, MBC의 역사는 어떻게 쓰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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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6일 오후 6시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이취임식을 열고 11기 집행부의 출범을 공식 선포했다. 신임 조능희 본부장이 전임 이성주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MBC본부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