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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동물뉴스로 전락?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현장] 파업 손배소 항소심서 사측 “한국 사회는 정치과잉”… 노조 측 “재판부에 조작된 증거 제출”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고래보다 큰 대왕 오징어 뉴스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 본부장 조능희)의 170일 파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MBC 측 대리인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가 꺼낸 말이다. 박 변호사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손배소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너무 정치 과잉”이라며 “피고(MBC본부 조합원)들은 MBC뉴스를 ‘동물의 왕국’식으로 보고 있지만 과학적 지식을 보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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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5일자 뉴스데스크.

이날 열린 변론기일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MBC가 MBC본부를 상대로 195억 원 손배소를 제기한 것에 따른 재판이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노조 파업은 공정방송 실현하자는 구체적 조치를 협의하기 위한 요구로서 목적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MBC본부 손을 들어줬다. MBC 측에서 변론 재개를 요청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변론기일이다. 선고기일은 6월 12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박 변호사는 MBC 파업이 목적과 방법, 절차에 있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노조는 강한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줬다”며 언론노조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과 언론사 사장 퇴진과 미디어법 국회 재논의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 협약을 맺은 것을 지적했다. “만약 MBC가 선거에 직면해 정부‧여당과 정책 협약을 체결했더라도 노조가 똑같이 침묵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제작진의 개인적) 의견이 보도에까지 무비판적으로 적용돼 사실 보도의 공정성을 위반했다”며 “‘MBC는 왜 이렇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 시절 한‧미 FTA, 4대강 문제, MB 내곡동 사저 등 민감한 정치 이슈를 다루지 않았던 MBC를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어, 박 변호사는 “공정성이라는 것은 불확정 개념”이라며 공정방송의 신념은 방송제작 중단과 파업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MBC본부의 파업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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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왼쪽)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나오는 김재철 사장에게 거취를 묻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반면, 피고 대리인 신인수 변호사는 한 달여 전 MBC가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가 ‘날조’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MBC는 자사 보도가 타 방송사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취지의 비교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신 변호사는 “MBC 실무진들이 2011년 한‧미 FTA 보도와 관련해 KBS와 MBC, SBS를 비교하면서 MBC보도가 여타 언론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자료를 만들어 증거로 제출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니 의도적인 누락이 있었다”고 밝혔다. KBS 보도를 리포트 집계에서 누락시키는 등 FTA 관련 지상파 3사 보도 횟수를 엇비슷하게 조작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신 변호사는 “MBC가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에 원고 대리인들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며 “이러한 방식으로 MBC는 2012년 구성원들을 속였고 국민들을 속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잘못된 집계에 있어서는 따로 (서면을 통해)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그동안 파업 관련 재판을 해오면서 판사 11명과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가운데 1명만 제외하고 MBC 파업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며 “MBC 경영진인 극소수 20여 명만 파업이 ‘정치 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청자가 극소수 경영진이 만드는 대왕 오징어 뉴스를 보게 될지 아니면 구성원 1000명이 만드는 공정 보도를 보게 될지 재판부에 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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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수 변호사 ⓒ언론노조 이기범

신인수 변호사 최후변론

“저는 판사이기도 했고 로펌에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 법률원에 가서 처음 맡은 건은 전교조와 MBC노동조합 관련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피폐해진 곳이 이 두 곳입니다. 사건을 맡으면서 저 역시도 힘들고 피폐해졌습니다. 그동안 MBC 사건 40 건을 하면서 37건을 이겼습니다. 이겨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법원의 명령과 판결에도 MBC 경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사용자가 이기면 대법원은 즉각 결론을 내리겠지만 노동자가 이기면 판단을 미루겠지요. 그럼에도 피고나 변호인이 이렇게 외치는 것은 너무나 억울해서입니다.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싸움에 동참했던 구성원들이 힘을 얻고 다시 공정방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3, 4년 동안 MBC 구성원들의 눈과 귀였습니다. 그래서 경영진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 압니다. 여전히 MBC 재판을 앞두고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변호인이 이러는 데 여기에 있는 구성원들은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