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마 MBC 해직기자

어느 봄날, 해직기자들의 산행

[미디어 현장] 이용마 MBC 해직기자… 폭력이 일상화된 야만의 시대

이용마 MBC 해직기자 | media@mediatoday.co.kr

지난 주말 MBC 해직자 4명이 다른 동료들과 함께 북한산을 찾았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와 박성제 쿠르베 스피커 대표, 권성민 프리랜서 PD, 그리고 대학에서 정치학 강사를 하는 필자 등이다. 한때 언론인이었던 이들의 직업이 다양하다. 이 날 오지 못한 다른 해직자들을 포함하면, 고고학 전공의 대학원생부터 제빵사까지 참으로 다양한 직업군이다.

이들 대부분이 평소 관심은 가졌으나 MBC를 다니며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직장인으로서 누리지 못했던 가족의 재발견이다. 자녀들과 어울릴 시간이 크게 늘면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게 된 것이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지금 MBC에 남은 사람들로 모아졌다. 그런데 이들의 삶도 비슷하다. 한 때 고발전문 기자였던 한 선배를 비롯해 종교에 귀의해 독실한 신자가 된 선배들이 꽤 되는 것 같다. 권성민 PD처럼 새로 연애를 시작한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육아휴직을 내는 젊은 층이 부쩍 늘었다. 낚시를 다니거나 밴드를 만들어 음악에 몰두하는 등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MBC 해직기자·PD들 왼쪽부터 박성제, 이용마, 권성민, 최승호. 사진=이용마 제공.

MBC 해직기자·PD들 왼쪽부터 박성제, 이용마, 권성민, 최승호. 사진=이용마 제공.

 

 

해직자들이나 회사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본업보다는 취미생활을 살리거나 가족과의 삶을 찾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나중에 김재철 전 사장과 천국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이 모든 생활을 가능하게 한 것이 결국은 김재철 전 사장과 그 후예들의 전횡과 폭력에 의한 경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웃고 넘겼지만 그 이면을 보면 씁쓸하다. 한창 일에 몰두해야 할 사람들이 말 그대로 소일거리에 정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일터는 망가졌다. 2012년 파업 이전 10% 남짓 되던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5~6%대로 떨어졌고, 조만간 종편에도 따라잡힐 것이란 암울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때 시대의 나침반 역할을 하던 시사 프로그램 역시 존재감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그저 시사를 한다는 시늉만 내는 정도이다. 예능이나 드라마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제작 자율성이 상실되면서 의욕이 떨어진 PD와 아나운서들은 너도나도 MBC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MBC 경영진은 현실에 눈을 감고, 아직도 파업 참가자들을 내쫓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뉴스데스크>를 만드는 기자의 60% 가량이 파업 전후 새로 투입된 경력기자들로 대체되었다. 파업에 참가했던 아나운서들은 방송에서 쫓겨났다. 대신 기존 인력들은 모두 신사업개발부, 경인지사, 광고국 등 취재와 전혀 무관한 곳으로 떨려났다. 지난 겨울 상암동 본사 사옥 앞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운영한 것처럼,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에게 광고와 협찬을 수주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돈을 벌어오라는 것이다. 이들이 일하는 장소도 서울 광화문과 구로동, 잠실, 수원, 일산, 성남 등 다양하다.

해직자들을 대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법원에서 복직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청경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출근을 막은 것은 물론이고, 마지못해 출근을 허용한 뒤에도 별도의 인사발령을 내지 않고 일산 드림센터의 201호에 ‘유배’를 보냈다. 또 2심 재판에서 해직자들이 승소했지만, 당사자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201호 사무실을 폐쇄하고 일방적인 해고조치를 또 다시 단행했다. 법원이 인정한 복직 유효기간은 2심 판결 전까지라는 자의적인 해석의 결과이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

 

 

이처럼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이 MBC에서는 백주대낮에 버젓이, 그것도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법원이 부당 징계라고 판결하면, 형량을 깎아 다시 징계를 내리고, 법원이 부당 전보라고 판결하면, 일시적으로 복귀시켰다가 다시 쫓아낸다. 억울하면 또 소송을 내라는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경영진의 편이기 때문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뜻할 것이다. 한마디로 MBC 내에서 경영권 혹은 인사권이란 이름하에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폭력은 소위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다. 정권과 소수 경영진이 하나가 되어 언론인들과 국민들을 상대로 일상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야만이 판치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이 야만이 지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