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2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손석희 경찰 소환’은 KBS·MBC 작품?

[해설] 뜬금없이 등장한 ‘피의자 손석희’ 프레임, 목표는 ‘손석희 망신주기’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지난 12일 ‘손석희 경찰 소환’ 뉴스가 쏟아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두 차례 소환 통보에도 손 사장이 불가 입장을 밝혔다가 1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기로 일정이 조율됐다고 언론에 흘렸다. JTBC측은 출석하기로 결정된 적도 없고, 출석할 일도 없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미 서울시경의 의도대로 프레임은 형성됐다. ‘피의자 손석희’다. <관련기사=“손석희 JTBC 사장 경찰출석 요구, 다른 의도 있나”>

손석희 사장은 6‧4지방선거 개표방송과 관련해 지상파3사와 걸린 민‧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당사자는 JTBC다. 만일 지방선거 개표 상황의 최고책임자 해명이 꼭 필요했다면, 서면으로 받을 수도 있다. 정 소환이 필요하다면 오병상 JTBC보도총괄 소환으로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굳이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에게 여러 차례 출석 요청을 하고, 출석하기로 했다고까지 흘린 것이다.

뜬금없이 등장한 ‘피의자 손석희’ 프레임의 목표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망신주기다. 손석희 사장이 소환에 응한다면 경찰청 포토라인에 손 사장을 세울 수 있고, 그럼 피의자 이미지를 입혀 신뢰의 이미지를 흔들 수 있다.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면 소환에 응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갖가지 추측보도와 함께 ‘공권력 무시한 손석희’ 따위의 프레임이 나올 것이다.

이와 관련 JT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지상파 시경캡이 손석희 사장에게 제대로 망신을 한 번 줘야 한다며 경찰청장을 불러 소환하라고 압박을 줬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손 사장을 포토라인에 세워서 망신을 주자는 게 이 사태의 본질”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지상파가 손 사장에게 망신을 주려고 한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 6월 12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 6월 12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 6월 12일자 KBS '뉴스9' 보도 화면.

▲ 6월 12일자 KBS ‘뉴스9′ 보도 화면.

 

 

개표방송 논란은 망신을 주기 위한 표면적 사안일 뿐이다. 손석희 사장이 JTBC보도를 총괄하면서부터 지상파, 특히 KBS와 MBC는 방송보도의 주도권을 JTBC에 빼앗기기 시작했다. KBS는 늘 압도적이었던 신뢰도1위를 JTBC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세월호참사 당시 진도체육관에 있던 실종자가족들은 국가재난주관방송 KBS가 아닌 JTBC를 시청했다. MBC는 지난 세월호 참사당시 JTBC와 지속적으로 비교 당하며 불공정방송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2일, KBS ‘뉴스9’는 <JTBC 손석희 사장, 출구조사 도용 의혹 소환키로>, MBC ‘뉴스데스크’는 <손석희 사장 소환 출구조사 무단 사용 혐의>란 제목의 단신을 보도했다. 같은 날 SBS나 TV조선의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양대 공영방송사가 단신으로라도 ‘피의자 손석희’를 내보낸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손석희 사장 이후 JTBC 보도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KBS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유가족‧실종자 가족의 항의방문 이후 KBS양대 노조 파업과 길환영 KBS사장 퇴진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겪었다. 당시 세월호 가족들의 목소리, 파업에 나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목소리를 정확하고 비중 있게 전달했던 방송사는 JTBC가 유일했다.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는 사람”이라며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주장 도 JTBC를 통해 전국에 전파를 탔다. 친정부적인 KBS간부들 입장에선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의 주장을 담은 JTBC 보도화면.

▲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의 주장을 담은 JTBC 보도화면.

 

▲ 6월 12일자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 6월 12일자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MBC는 어떨까. 지난 12일자 JTBC <뉴스룸>의 한 대목이다. “서울고등법원은 MBC가 2012년 노조의 파업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16명을 상대로 제기한 19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같은 날 지상파 3사에선 볼 수 없었던 보도다. 손 사장 취임 후 JTBC는 지금껏 MBC노조의 승소 소식을 꾸준히 전해오고 있다. 손 사장은 이날 “MBC는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 해고무효 등에 대해 재판을 벌였지만 모두 패소한 바 있다”고 말했다. 현 MBC경영진 입장에서 손 사장은 달가울 리 없다.

언론인 손석희의 존재감은 지상파3사와 타사종편3사 모두에게 부담스럽다. 손석희와 JTBC의 존재는 지상파 메인뉴스가 어떤 이슈를 왜곡‧축소‧과장 보도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비교대상으로서, 결과적으로 자사 뉴스의 ‘허물’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JTBC 메인뉴스 시청률은 주요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급상승하고 있다. 뉴스가 필요할 때면 시청자가 JTBC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네이버‧다음 등 포털 실시간 뉴스중계도 꾸준히 시청자 증가세다.

서울시경찰청의 손석희 사장 소환 논란은 손석희 사장을 흔들 수 있을 만큼 흔들어서 보도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타 언론사의 욕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6‧4 지방선거 개표방송의 경우 민‧형사 대응은 자유지만 JTBC사장의 경찰 소환까지 메인뉴스에서 단신으로 언급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 정부는 대형선거가 없는 올 해 손석희 사장을 흔들어놔야 2016년 총선 국면에서 JTBC 보도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하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