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7월20일자.

“지난 주말, MBC는 어떻게 SBS에 졌는가”

복직 뒤 심의국으로 발령난 이상호 기자의 뉴스 모니터 글 화제… “의문부호 없이 국정원 보도자료처럼”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해고무효 판결을 받아 2년6개월여만에 복직한 이상호 MBC 기자가 20일자로 심의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MBC 경영진은 해고는 무효지만 징계 사유는 된다는 입장이라 추가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상호 기자는 지난 14일 첫 출근을 해 지상파 3사 뉴스를 모니터하는 업무를 맡아 왔는데 최근 사내 게시판에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두 차례 올려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기자는 20일 오후에 올린 두 번째 글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살 사건과 관련, “MBC 뉴스데스크 기사에는 사건 기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 부호’가 없다”면서 “국정원 입장을 앞세워 쓰는 바람에 마치 의혹의 대상인 국정원을 비호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긴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MBC 뉴스데스크는 유서를 마치 국정원의 공식 보도자료 처럼 다뤘다”면서 “기존 국정원이 밝혔던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을 중심개념으로 세워 나머지 내용들을 논리적으로 재배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임씨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밝혔다’는 술어를 부여해 과도한 권위를 주관적으로 부여했는데 이는 과거 성완종 리스트를 다룰 때 ‘주장했다’고 보도했던 것과 비교된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뉴스 보도에 있어 일관성의 붕괴는 신뢰 상실로 이어지며, 신뢰를 잃은 보도는 언론시장에서 경쟁력 저하로 드러난다”면서 “동일 보도에 MBC 뉴스데스크가 상대사에 비해 왜 현저히 낮은 시청률을 보였는지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기자가 20일 오후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 단순히 시청률로 뉴스의 질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MBC 뉴스가 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가에 대한 내부 반성이라는 점에서 특히 오랜 시간 MBC의 외부에서 MBC를 관찰하고 비평해온 이상호 기자의 글이라는 점에서 MBC가 왜 SBS에 뒤쳐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의미를 갖는다.

 

 

MBC 뉴스데스크 7월20일자.

MBC 뉴스데스크 7월20일자.

 

 

>> 들어가기에 앞서

보도국 이상호 기자입니다. 졸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우분들께서 ‘뉴스데스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에 관심과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이나 메일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 환영합니다.

>> 2015. 7.18~ 7.19 뉴스데스크

“국정원 해킹 보도가 나눈 주말전 승패”

>7/18

“스트레이트 기사야 말로 시청률에 갑”

토요일(7.18) 상대사와의 시청률 경쟁은 내내 상대사의 압도적 우세 속에 패색이 짙었습니다. 하지만 MBC는 16번째 꼭지인 뉴스플러스를 시발로 하여 반등 모멘텀을 잡았으며, 이후 17,18,19,20번째 꼭지에 이르기까지 숨막히는 추격전을 펼쳤습니다. 뉴스 말미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몰입도에 쐐기를 박는 기사가 21번째 꼭지에 ‘전격’ 배치됐습니다. 국민적 의혹의 대상으로 자라난 ‘국정원 해킹사건의 관계자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였습니다.

경찰 발생사건을 MBC 보도국이 발빠르게 캐치해 움직였고, 편집부가 마지막 21번째 뉴스로 해당 스트레이트 기사를 끼워넣는데 성공한 결과였습니다. 하마터면 질 뻔했던 이날 시청률 레이스는 8.2%로 양사가 동률을 이룬 채 마감됐습니다. 선전을 펼친 당일 보도국 후배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성역없는 스트레이트, 속보성 기사야 말로 시청률에 ‘갑’이라는 진실을 확인해준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7/19

“오랜만의 진검승부.. ‘질문 없는’ 뉴스, 경쟁력 상실 확인”

이날 양사는 오랜만에 진검승부를 벌였습니다. ‘국정원 직원 자살사건’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놓고 양사가 톱블럭에서 맞붙었는데요. 꼭지수도 3꼭지로 동일했습니다. 양사는 8시 시보와 함께 동일한 시청률로 출발했습니다. 모두 동일한 조건.. 상대사와의 뉴스 경쟁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진귀한 기회였습니다.

결과가 궁금하시죠? 먼저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7.9% 대 9% 패배였습니다. 무승부로 끝났던 전날에 비해 무려 1.1% point 뒤지는 대패를 기록하고 만 것입니다. 문제는 톱블럭 세꼭지가 나가는 동안 눈에 띄는 격차로 시청률 차이가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동일 사안에서 또 다시 완패를 피하기 위해 이번 사태는 절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패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럼 졸견입니다만, 양사의 리포트 분석을 통해 패인을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아이템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아이템들을 보시죠. “유서 내용 -> 국정원 발표 -> 여야 공방” 순입니다. 반면 상대사는 “유서 내용 -> 석연치 않은 의혹들 -> 국정원 발표”의 순을 따랐습니다.

남편이 출근하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가정에 통보해준 국정원, 그 전화를 받고 즉시 경찰에 신고한 아내, 떳떳하다며 죽음을 택한 남편, 수사기관이 금세 복원할 사안을 구태여 삭제한 이유.. 등 SNS에는 그야말로 상식적인 ‘의문과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BC 뉴스데스크 기사에는 사건 기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 부호’가 없습니다.

심지어 국정원 입장을 앞세워 쓰는 바람에 마치 의혹의 대상인 국정원을 비호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깁니다. 3번째 꼭지로 내세운 ‘정쟁 프레임’에 의한 정가 중계 보도 역시 이미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특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보도 접근법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리포트 내용을 분석해보죠.

먼저 톱 꼭지입니다. MBC는 이미 전날 뉴스데스크를 통해 변사 발생 스트레이트 보도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톱은 마치 발생사건 1보를 다루듯 작성됐습니다. 이미 구문입니다. 반면 상대사는 단도직입적으로 국민적 관심의 대상인 ‘유서 내용’으로 치고 들어갔습니다.

유서를 바라보는 데스크의 관점 또한 큰 차이가 납니다. 상대사는 ‘유서’라는 텍스트를 놓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서 내용도 작성된 순서대로 보여줍니다. 특별히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이 없었다”는 주장을 강조하는 기색도 없습니다. 있는대로 전달하되 상식적인 의혹을 함께 제기합니다. 이를테면 “자료 삭제는 자신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면서도 어떤 자료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삭제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임 씨’의 진술에 대해 ‘주장했습니다’는 술어를 견지합니다. 유서내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노력의 소산일 것입니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유서를 마치 국정원의 공식 보도자료 처럼 다룹니다. 기존 국정원이 밝혔던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을 중심개념으로 세워 나머지 내용들을 논리적으로 재배치합니다. 심지어 임 씨의 일방적 주장에 ‘밝혔다’는 술어를 부여합니다. ‘임 씨’ 진술에 과도한 권위를 ‘주관적으로’ 부여해준 것이죠. 그 결과 “임 씨는 유서에서 ‘내국인과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라는 기사가 나갔습니다. 이 기사는 제목으로 뽑혔으며, 아침 뉴스는 물론 다음날 라디오 리포트에 그대로 전파를 탔습니다.

일방적 개인의 주장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는 언제부터 ‘밝혔습니다’라는 술어를 사용한 것일까요?

궁금해서 지난 4월 10일자 뉴스데스크 ‘성완종 리스트 메모지 발견’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성완종 회장은 ‘일개’ 국정원 직원에 비해 훨씬 ‘공인격’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당시 뉴스데스크는 성완종 회장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말했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7억원을 현금으로 직접 줬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더군요. 이게 맞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뉴스데스크는 왜 3개월만에 자살 직전 당사자 진술에 대한 보도방식을 달리한 것일까요?

현재로서 분석가능한 차이는 다름아닌 유서의 ‘내용’에 있는 듯 합니다. 즉, 국정원 유서는 ‘친정부적’ 사안인데 반해 성완종 메모지는 ‘반정부적’ 내용이라는 차이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뉴스 보도에 있어 일관성의 붕괴는 신뢰 상실로 이어지며, 신뢰를 잃은 보도는 언론시장에서 경쟁력 저하로 드러납니다. 동일 보도에 MBC 뉴스데스크가 상대사에 비해 왜 현저히 낮은 시청률을 보였는지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양사의 두 번째 꼭지와 세 번째 꼭지도 분석해봤습니다. 뉴스데스크 보도의 경우 모두 앞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에 갇혀있었습니다. 의혹제기의 부재, 구태의연한 정쟁 프레임의 유지. 더 이상 길게 분석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언론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경쟁사들과 일제히 특종 경쟁을 벌일 때 주로 형성됩니다. 뉴스 경쟁력이 시장에서 판가름나는 순간이지요. 다른 언론이 보도한 결과를 가지고 여야 정치권의 공방을 벌일 때, 뒤늦게 참가해 면피성으로 정쟁만을 중계 보도하는 언론사에게 대중이 표를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식에 입각한 정당한 의혹을 국민과 함께 ‘현재진행형’으로 제기하고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전달하며 소통하는 뉴스야 말로 원칙과 기본에 입각한 뉴스제작이 아닐런지요. 잡설이 길어졌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