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여사 생가 둘러보는 박근령

박근령 친일 발언, KBS와 MBC의 수상쩍은 침묵

민언련 논평, “비판을 금기시 하는 공영방송의 행태”… 노무현 때는 20촌 친척까지 캐더니, 달라진 태도

금준경 기자 | teenkjk@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의 ‘친일발언’이 논란이다. 중앙일보와 지상파 공영방송은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친인척 관련 보도와는 분명히 다른 태도다.

박근령씨는 지난 4일 방영된 일본의 포털사이트 ‘니코니코’와 인터뷰에서 친일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만 타박하는 뉴스가 나가서 죄송하다”고 말했으며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근령씨는 과거사 사죄 요구를 “바람 피운 남편의 나쁜 소문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령씨는 귀국한 직후 공항에서도 기자들 앞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대통령 동생 친일발언에 일부 보수언론과 지상파 공영방송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이 사실을 비판했다. 민언련은 “신문에서는 경향신문이 4건으로 그나마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고 동아일보가 2건으로 뒤를 이었다”면서 “1건에 그친 조선일보와 한겨레도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지난 5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5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화면 갈무리.

 

 

방송에서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관련 사안을 전혀보도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그나마 JTBC가 2건, SBS가 1건을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면서 “정권과 대통령의 치부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 하는 공영방송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낙하산 사장과 여당 추천인사 위주의 이사회가 주도하는 공영방송의 구조적 문제와 이번 사안에 대한 비보도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민언련 모니터링은 방송의 경우 7월31일~8월6일 보도내용을, 방송의 경우 7월29일~8월5일 보도내용을 대상으로 했다.

이 사안을 적게 보도하거나 보도하지 않은 까닭을 ‘기사 가치’가 없어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령씨는 전직 대통령의 딸이자 현직 대통령의 동생으로 사실상 ‘공인’이다. 그의 발언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니코니코’가 박근령씨를 인터뷰한 이유 역시 이 때문으로 보이며 그의 발언은 이미 악용되고 있다. JTBC는 지난 5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인터넷판에 ‘한국 대통령의 여동생이 일본을 옹호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상세히 보도했다”고 밝혔다.

 

 

▲ 2006년 8월 조선일보 보도. 당시 조선일보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 국세청 직원이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루되자 그가 권양숙 여사의 20촌이라고 보도했다.

▲ 2006년 8월 조선일보 보도. 당시 조선일보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 국세청 직원이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루되자 그가 권양숙 여사의 20촌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겸영하는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 뉴스쇼판은 지난 5일 ‘대통령 자매 생각은 정반대’ 리포트에서 “박근령씨의 말과 생각은 대통령인 언니와는 거의 180도 다르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박근령씨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박근령씨의 잘못된 발언이 마치 박 대통령의 입장으로 오해될까봐 우려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을 전했다.

데스크가 대통령 동생의 문제를 대통령과 연관시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와 비교해보면 이중적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를 대통령과 연결짓곤 했다. 2006년 조선일보는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행정관 출신 국세청 직원이 ‘영부인의 20촌’이라고 보도해 비판받았다. 사실상 친척이라고 보기 힘든 20촌을 무리하게 엮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의 형제가 일본 미디어에 출연해 친일발언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들 언론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거나, 대통령과 친인척의 선을 그으며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 발언을 내보냈을까. 아니면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했을까. 20촌 보도를 떠올려보면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편집자 주>

TV조선은 이 기사가 나간 뒤 “TV조선은 박근령씨가 니코니코와 대담을 한 사실을 전 언론 통틀어 가장 먼저 보도했으며 이후 메인뉴스와 주요 토크프로그램에서도 관련 문제를 상세하게 다뤘다”고 알려왔습니다. TV조선은 “이후 근령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이 문제를 보는 청와대의 입장도 반영했다”면서 “선긋기에 나섰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5일 TV조선의 리포트는 분명히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나 TV조선이 관련 사실을 여러차례 충분히 보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기사 내용 일부와 제목을 수정합니다. <8월18일 0시54분 기사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