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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 스폰서 출장,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

“윤리강령 위반” 노조 질의에 안광한 사장, “회사가 인정하면 예외, 모든 방송이 그렇게 하지 않나”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최근 MBC 보도국 해외출장 상당수가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스폰서 출장’을 가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지적에 대해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방문진 업무보고에서도 “지금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걸린 적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공영방송 보도 책임자로서 기본적인 ‘보도 윤리’마저 무시한 채 스폰서 해외 출장을 종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민실위보고서 ‘김장겸 보도본부장에게 묻습니다’를 통해 지난 7월 21일에 열렸던 제2회 정기 노사협의회 녹취록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는 노사협의회에서 안광한 사장에게 “보도국 해외 출장의 경우 제작 경비를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안 사장은 “그것은 본부장, 국장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회사가 인정하는 경우 예외로 진행되는 건 모든 방송이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에 노조는 “예외가 아니라 보도국 해외 출장의 대부분이 외부에서 제공하는 경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김장겸 본부장은 “대부분의 출장은 아니”라면서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 되는 것 아니냐. 무리한 출장인 것 같으면 안 가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12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MBC 윤리강령 전문에 따르면 프로그램 취재와 제작과 연수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원칙적으로 회사 경비로 충당해야 한다. 다만 회사가 인정하는 경우엔 예외로 하고 있지만, 윤리강령 시행기준 14조(외부단체 및 기관의 금품지원 수수 금지)엔 △공적인 방송 유관단체로부터 공익성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제공되는 지원 비용 △시민단체 등 공익 목적을 위한 단체나 기관이 공익적인 행사를 위해 지원하는 비용 △방송위원회가 정한 방송협찬고지 규정을 준수하는 제작비 협찬 △해당 프로그램의 소속 본부장이 인정하는 기타 기관의 제작비 지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실위는 “윤리 강령의 취지대로라면 소속 본부장이 인정하는 ‘기타 기관의 제작비 지원’은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옳다”며 “예외 조항의 핵심 취지는 ‘공적인 단체로부터의 공적인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위한 지원, 또는 협찬고지 규정에 따른 제작비 협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민실위는 “지금 보도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해외 출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어 해외 출장의 상당수를 기업이나 외부 단체의 지원을 받아서 가고 있는 현실”이라며 “지난해부터 이 같은 스폰서 출장의 빈도가 훨씬 높아졌고, 항공료뿐 아니라 숙박료 등도 외부에서 지원받으면서 회사가 출장비에서 ‘숙박료’나 ‘식비’를 제외하고 지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이어 “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공영방송의 보도 책임자가 갖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직원들에게는 윤리강령 취지에 어긋나는 스폰서 출장을 사실상 종용하며 제작비 절감을 요구하면서, 한편에선 간부들의 연봉을 올리겠다는 발상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민실위의 이 같은 공식 질의에 입장 표명을 하지 않다가 지난 11일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비로소 해명했다.

이날 유기철 방문진 이사는 김 본부장에게 “해외 출장의 경우 윤리강령을 보면 되도록 자비로 가게 돼 있다”며 “제작비를 절감하다 보니 스폰서를 받아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의 답변은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그는 “해외 출장은 기자가 윤리적으로 판단해서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며 “기사가 안 되는데 놀러 가는 건 안 되지만, 지금까지 외부에서 지원받아서 방통심의위에 걸린 적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