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국언론노조

김태호 PD도 영업직으로? MBC, 직종 구분 없앤다

기자·PD·아나운서 등 직종 폐지 후 ‘사원’으로 통칭… 노조 “부당전보 남발 위한 꼼수, 근로기준법 위반”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기자·PD 등에 대한 부당전보 소송에서 수차례 패소했던 MBC 사측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직종을 폐지하는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 보고 가처분 소송 제기와 함께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측을 형사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8일 MBC 기획국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MBC 사측은 지난 6일 오후 노조 측에 조직개편과 사규개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직종 폐지 방침에 따라 인사규정 가운데 직종의 정의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MBC의 현행 인사규정 직종분류표에는 직원을 직무 특성에 따라 △기자 △카메라 기자 △편성 PD △TV PD △라디오 PD △아나운서 △미술 △제작카메라 △방송기술 △방송경영 △시설 △IT·콘텐츠관리 △기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에 사측이 노조에 통보한 취업규칙 개정안은 이 같은 직종분류를 모두 삭제하고 국장과 부국장, 부장 외에 나머지는 전문 직종 구분 없이 △일반직 사원 △촉탁직 사원 △연봉직 사원 △업무직 사원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국언론노조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국언론노조

 

이에 대해 노조는 “이번 인사규정 개정을 통해 MBC에는 기자도, PD도, 아나운서도 공식적으로는 다 사라진 셈”이라며 “그 자리에는 오로지 회사의 서열 체계만을 나타내는 분류만 남아, 전문 방송 인력으로서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오로지 상사와 부사의 관계로만 모든 직원이 스스로를 규정하길 바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사측의 직종 폐지 방침의 배경에 대해 “현 경영진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에 대한 ‘유배’ 인사를 수시로 자행하는 데 있어서 직종 구분이 걸림돌이 된다고 느껴, 이를 없애면 위법한 부당 전보조치가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라며 “MBC 이사회 의결을 채 이틀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기습적으로 통보해 온 ‘직종 폐지 사규 개정’에 조합은 향후 부당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조치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웹툰 해고’ 권성민 MBC PD에 대해 해고무효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사측의 부당전보에 대해서도 “예능 PD로 입사한 권 PD가 예능국 또는 유사한 직종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리라는 점에 대한 상당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므로 경인지사 발령으로 인한 불이익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MBC는 파업 참가자 등 70여 명이 낸 부당전보 소송에서도 회사의 임의적 전보 발령은 위법하다며 패소한 바 있다.

노조는 이어 “기존의 직종분류 규정은 MBC 구성원들의 매우 중요한 근로조건이며, 회사가 조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직종을 강제 폐지해 구성원들의 근로조건을 침해하려 시도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며 “우리는 취업규칙 변경무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함과 더불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측을 형사고발 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정책기획부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인사규정 개정은 직종 구분을 폐지한 것일 뿐 전보 발령과는 관련이 없다”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측의 인사규정 개정안은 이날 오후 열리는 MBC 이사회에서 의결 여부가 결정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