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까지 MBC 100분토론을 진행하던 정연국 신임 청와대 대변인. 사진=MBC 100분토론 화면 갈무리.

“대통령의 입노릇, MBC 기자들은 부끄럽다”

MBC 노조·기자협회 “정연국 청와대행 공영방송 이미지에 먹칠… 시청자에 사과해야”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이 지난 25일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된 후 MBC 사측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MBC 내부구성원들이 “공영방송 MBC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회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 전 국장은 올해 초부터 MBC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을 담당하는 시사제작국장 자리에 있으면서 ‘100분토론’ 진행도 맡아 왔다. 아울러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에는 선거기획단장으로 선거방송을 진두지휘했고, 이후 보도국 취재센터장을 맡아 MBC 뉴스 취재를 총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 청와대 대변인 직행)

이처럼 공영방송의 현직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하는 언론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는 MBC 사측에 대해 MBC 노동조합과 기자협회는 “MBC가 정치지망생들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은 요구했다.

▲지난 20일까지 MBC 100분토론을 진행하던 정연국 신임 청와대 대변인. 사진=MBC 100분토론 화면 갈무리.

▲지난 20일까지 MBC 100분토론을 진행하던 정연국 신임 청와대 대변인. 사진=MBC 100분토론 화면 갈무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6일 성명을 내어 “사측은 당장 정연국 전 국장의 정치적 행보를 규탄하고,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언론사로서 존재해야 할 MBC의 이미지를 치명적으로 훼손한 데 대해 책임을 물으라”며 “MBC가 정치색을 띤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은 그간 노조에 대해 ‘노조가 정치행위를 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면서 툭하면 정치색을 덧씌워 비방을 일삼곤 했다”며 “청와대야말로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집단인데 공영방송 MBC 앵커로서 쌓은 이미지와 경력을 이용해 정치권력의 정점으로 치달은 인사에 대해 사측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경영진은 조합에 대해 ‘정치활동’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정 전 국장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신뢰도, 선호도 모두 처참하게 망가져 버린 MBC 보도·시사 프로그램들을 무책임하게 뒤에 남겨둔 채 청와대로 직행해 대통령의 ‘입’이 됐다”며 “권력을 성역 없이 비판해야 할 언론사의 고위 책임자가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가 권력과 아예 한몸이 돼버린 이런 상황을 시청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노조는 민경욱 전 대변인에 이은 정 전 국장의 청와대행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가 대체 언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이런 인사를 거리낌 없이 반복하느냐”며 “정권에 대해 어떤 태도로 뉴스 보도를 내보내고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지 현직 언론인들에게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하려는 것이냐”고 대통령의 언론관을 질타했다.

MBC 기자협회도 이날 ‘MBC 기자들은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언론인이 소명의식과 책임감, 자존심을 모두 버린 채 핵심 권력자인 대통령의 입 노릇을 하기 위해 정권의 정점을 향해 뛰어든 정 국장에 대해 선배·후배·동료인 MBC 기자들은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정권의 얼굴을 새 단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선배·후배·동료 기자들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먹칠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기자들의 정치권 진출은 윤리의 문제이며, 공정성이 생명인 공영방송의 명예에 관한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공영방송 MBC의 이미지를 팔아 개인의 이익과 출세에 악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