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10월1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뉴스플러스] '서서 일하기' 열풍 vs "앉고 싶어요"' 리포트 화면 갈무리.

‘무한도전’ 협찬 제품이 MBC 뉴스에도, 우연일까

뉴스와 연계 협찬 의혹, 고지 대상 아니라 처벌 조항 미비… 공정성·시청권 훼손 우려

강성원·차현아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예능과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해마다 방송광고 매출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정부는 유료방송을 비롯해 지상파 방송에까지 간접·가상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능이나 드라마에 등장한 협찬 상품이 뉴스 프로그램에 다시 등장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규정 미비를 틈타 간접광고가 확산되고 있는데 처벌 조항이 없어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출연자들이 퀴즈풀이를 대비해 방에서 공부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높낮이가 조절되는 특정 상표의 책상이 반복 노출됐다.

특히 해당 장면에선 ‘하하도 형탁 따라 책상 높이 조절’이라는 자막과 함께 출연자들이 제품의 기능을 직접 시연하고 “너 너무 높은 거 아니냐?”, “나도 이 정도는 돼요” 등 대화를 주고받으며 협찬받은 제품을 PPL 형태로 부각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말미에 자막을 통해 해당 제품업체에서 촬영협조를 받았음을 고지했다.

공교롭게도 무한도전에서 노출된 동일한 제품은 이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도 등장했다. MBC는 ‘서서 일하기 열풍 vs 앉고 싶어요’ 리포트에서 “민간 기업에서 시작된 서서 일하는 문화는 어느덧 정부 부처에까지 확산됐다”고 보도하면서 서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지난 17일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선 높낮이가 조절되는 협찬 제품의 책상이 반복 노출됐다.

▲지난 17일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선 높낮이가 조절되는 협찬 제품의 책상이 반복 노출됐다.

 

이 리포트는 이어 “행정자치부는 서서 일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을 지급했다”며 “이런 변화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 판매량은 최근 두 달 사이 4배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뉴스 화면에는 책상 사용자가 높이 조절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과 제품 상표명이 그대로 노출됐다.

같은 영상은 지난 19일 ‘뉴스투데이’ 보도에서도 반복됐다. 17일 보도와 다른 기자가 작성한 19일자 리포트 “서서 일하기 효과와 부작용은?”에서는 “서서 일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용 책상의 판매량도 최근 두 달 사이 4배 넘게 늘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 리포트에서도 마찬가지로 같은 책상의 상표가 가려지지 않은 채 방송됐다.

‘무한도전’ 등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능에 노출된 특정 제품이 뉴스 보도에도 연달아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이며, 예능국 협찬과 보도국 뉴스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협찬 고지가 금지된 뉴스에서 광고 효과를 주는 제품을 내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의 한 관계자는 “다른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하거나,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모자이크하는 방식으로 상표의 노출을 가렸어야 했다”며 “그대로 브랜드명을 노출함으로써 해당 보도를 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간접광고로 인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현행 방송법에는 협찬고지의 허용 범위와 세부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정작 협찬의 허용 범위와 기준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 협찬고지를 위반하면 제재를 받지만 협찬고지 의무가 없는 방송·보도 프로그램에서 협찬을 받았을 경우 밝혀내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무한도전은 협찬을 받을 수 있지만 협찬고지를 해야 하고, 뉴스데스크는 협찬을 받을 수 없지만 협찬을 받더라도 처벌할 조항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MBN 등에선 보도와 연계한 협찬 유치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지상파가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무한도전’에서 노출된 동일한 상표의 책상은 같은 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도 등장했다.

▲‘무한도전’에서 노출된 동일한 상표의 책상은 같은 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도 등장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보도·시사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협찬을 유치한 사례가 있느냐”는 고삼석 상임위원의 질문에 이헌 방송광고정책과장은 “대부분 사업자와 지상파는 거의 하지 않고 있고, 가급적이면 협찬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재영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협찬을 받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협찬고지 규칙에서 협찬고지의 횟수·시간·방법 등 형식 규제사항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광고효과를 줬는지, 안 줬는지 내용심의와 관련한 사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뉴스 보도에서 광고효과를 드러내면 방통심의위와 협의해서 관련 법 위반인지 검토해 볼 수 있다”면서도 “(시사·보도 등) 협찬고지를 할 수 없는 프로는 협찬을 받아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협찬 자료는 방송사가 거부하면 확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간접광고가 처음 도입된 후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은 해마다 급증세를 보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8월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6개월 동안 지상파 간접광고 매출액은 1446억 원에 달했다.

도입 첫해인 2010년에는 30억 원 수준이었던 지상파 3사 간접광고 매출액은 2011년 174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2014년 415억 원으로 늘었다. 방송사별로도 KBS가 61배, MBC 8배, SBS 14배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5년 6개월 동안 각 방송사가 올린 매출액은 SBS가 57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MBC(500억 원), KBS(371억 원)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원식 의원은 “간접광고가 지나치면 방송 내용과 광고가 뒤섞여 구별하기 어렵게 되고 방송이 상업화할 우려가 있다”며 “이른바 ‘제목 광고’까지 허용될 경우 공익성과 시청권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통위에서 방송이 상업화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방통위는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무한도전’과 같은 제목에 협찬주명 고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상정하진 않았지만, 이미 개정된 방송법시행령에 따라 간접·가상광고 규제는 크게 완화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