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이브닝 비즈뉴스’ 갈무리

“MBC 뉴스, 기업 민원 해결 창구로 전락했나”

‘이브닝 비즈뉴스’ 이틀에 한 번꼴 기업 홍보행사 보도, 방송법 위반 논란

강성원·차현아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MBC 예능과 드라마에 간접광고가 있다면 방송 뉴스에는 보다 노골적인 기업 홍보성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MBC ‘이브닝 뉴스’는 지난해 5월부터 기업들의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한다는 명목으로 ‘이브닝 비즈뉴스’라는 코너를 만들어 거의 매일 뉴스 1~3꼭지를 기업 동정 관련 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방송사가 경제계 소식과 기업 동정을 전하는 뉴스를 할 수는 있지만, 이처럼 고정 코너까지 만들어 특정 기업과 브랜드를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브닝 비즈뉴스’에서는 기업 관련 소식을 단신으로 묶어 전달할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 미담성 사례는 리포트 뉴스로 따로 제작해 홍보성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리포트에는 기업 로고와 상품이 가림 처리 없이 노출되는가 하면, 기업 관계자가 직접 인터뷰이로 등장해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소속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식의 구성이 대부분이다.

▲지난 5일자 ‘이브닝 비즈뉴스’ 갈무리

▲지난 5일자 ‘이브닝 비즈뉴스’ 갈무리

 

지난 7월25일부터 3개월간 MBC ‘이브닝 뉴스’에 보도된 ‘이브닝 비즈뉴스’만 해도 총 127건에 달했으며, 이중 기업의 동정과 행사를 리포트로 구성한 보도는 36건이었다. 주말 뉴스를 제외하면 이틀에 한 번꼴로 기업의 홍보성 행사를 리포트로 만들어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리포트에 등장한 기업은 모두 24곳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기업은 삼성 계열사였다. 삼성전자(2회)와 삼성카드(2회)·삼성화재(2회)·삼성물산(1회) 등 삼성 계열사가 7회 등장했고, 이어 CJ제일제당과 CJ CGV 등 CJ그룹이 3회로 많았다. SK·현대·농협·팔도 관련 리포트도 2회씩 보도됐다.

이에 대해 MBC 내부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브닝 비즈뉴스는 뉴스 선정 기준 자체도 상당히 모호해 결국 뉴스 가치보다 기업 민원 해결 창구가 지상파 뉴스의 한 코너로 자리 잡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낮이든 저녁이든 기업 일방의 홍보 자료들로 뉴스가 채워지는 것은 기존 MBC에선 거의 없던 사례여서 내부에서도 문제제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뉴스가 바로 광고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홍보해야 할 사안이 지상파를 통해 나가길 원할 거고, 그런 욕구 충족해 줌으로써 경제부 기자가 기업체의 면(面)을 세워주게 될 것”이라며 “결국 방송사 입장에선 취재 편의나 다른 프로그램의 협찬, 더 길게 봐서는 광고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MBC 내부에 방송의 간접광고 효과에 대한 윤리 준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MBC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는 “내용 구성상 또는 연출상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송 내용에 특정한 개인·단체·상호·상품 등의 명칭이 포함돼 간접적으로 선전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유의한다”고 나와 있다.

▲지난달 10일 ‘이브닝 비즈뉴스’ 갈무리

▲지난달 10일 ‘이브닝 비즈뉴스’ 갈무리

 

또한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은 시사·보도, 논평 또는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 협찬고지는 금지돼 있고, 드라마나 예능의 간접광고처럼 방송뉴스에서도 방송해선 안 되는 상품이 노출되거나 광고효과를 주게 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에는 보도·생활정보 또는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에서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상품 등을 소개할 때도 과도하게 광고효과를 줘선 안 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방송뉴스일지라도 △합리적 기준 또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상품 등을 선정해 해당 상품 등에 광고효과를 주는 내용 △특정업체 또는 특정상품 등을 과도하게 부각해 경쟁업체나 경쟁상품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내용 △창업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면서 예상수익, 사업전망, 관련 상품 등의 효능·효과 등을 보장 또는 과장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은폐·축소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으면 제재할 수 있다.

장낙인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방송뉴스에서도 광고효과 제한 규정 위반으로 일부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고 명백히 광고효과를 줬다면 행정지도부터 법정제재까지도 가능하다”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소개 차원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광고효과가 너무 심하다면 심의 대상이 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진희 이브닝 뉴스 주간뉴스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즈 코너를 만들려고 한 것은 MBC 뉴스에서 기업에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기업의 사회공헌 등 긍정적 역할을 충분히 다뤄주지 못한 것을 소화하기 위한 취지”라며 “재계의 정보가 될 만한 뉴스를 모아서 알려주는 코너이고,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배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