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JTBC '뉴스룸' 보도.

경찰의 불법행위, KBS-MBC는 침묵했다

14일 지상파3사 보도, ‘차벽설치 위헌’ 언급 없고 ‘격렬 시위’ 강조하며 야만의 현장 외면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지상파3사 메인뉴스가 14일 민중총궐기를 보도하며 위헌판결을 받았던 차벽설치에 대한 비판이나 살인적인 물대포 등 공권력의 과잉대응에 대한 비판 없이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KBS ‘뉴스9’는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격렬 시위에 부상자 속출’ 리포트를 14번째 꼭지에 배치했다. 리포트 제목에서 시위가 격렬해 부상자가 나왔다는 프레임이 보인다. KBS는 “일부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경찰 버스를 부쉈다”, “밧줄을 연결해 버스를 끌어당기기도 한다”며 과격한 장면을 먼저 보여준 뒤 “경찰도 살수차와 최루액을 동원해 저지에 나선다”고 진압장면을 보도했다. 격렬한 시위에 공권력이 저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뉘앙스다.

KBS는 15번째 리포트에선 “앞서 보신 대규모 집회로 시내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까지 생기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KBS는 “서울 시내로 모여든 수험생 12만여 명과 학부모들은 주말에 비가 내리는 데다 대규모 집회까지 겹치면서 가중된 교통 정체로 가슴을 졸였다”며 “애꿎은 수험생들이 맘고생을 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MBC와 SBS는 같은 날 메인뉴스에서 “대입논술과 면접시험은 집회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 14일 KBS '뉴스9' 보도.

▲ 14일 KBS ‘뉴스9′ 보도.

▲ 14일 KBS '뉴스9' 보도.

▲ 14일 KBS ‘뉴스9′ 보도.

 

14일자 MBC ‘뉴스데스크’는 “보수단체 회원 7천5백 명도 광화문 부근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며 민중총궐기와 국정화지지 집회를 함께 보도했다. 이 리포트는 ‘기계식 주차장치에 몸 끼어, 관리인 사망外’ 사건사고 리포트에 이어 14번째에 배치됐다. SBS ‘뉴스8’은 8번째 리포트에서 “보성군 농민회 소속 70살 백 모 씨가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경찰과 시위대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지상파3사는 공권력이 캡사이신 용액까지 넣은 물대포를 시위대 상체에 조준해서 쐈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상체에 조준해 쏘는 것은 위법행위다. 교통 혼잡 사유는 경찰의 과도한 차벽설치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았다. 차벽설치가 위헌이라는 2011년 판결에 대한 언급 또한 없었다. 차벽이 위헌이라고 지적한 곳은 JTBC가 유일했다. JTBC는 14일 ‘뉴스룸’에서 “위헌이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다시 등장한 차벽이 더 견고해졌다”고 보도했다.

JTBC는 ‘위헌 결정 내려졌음에도…다시 등장한 경찰 차벽’ 리포트에서 취재기자는 “2011년 헌법재판소는 차벽이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반면 최근 법원에선 시민 통행로가 마련된다면 차벽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놓았다”고 전한 뒤 “하지만 제 뒤에 보시는 것처럼 경찰차들이 이 길을 막고 있다”며 “오늘 차벽은 광화문에서 경복궁까지 3중으로 설치돼 이 일대는 하나의 섬이 됐다”고 보도했다.

▲ 14일 JTBC '뉴스룸' 보도.

▲ 14일 JTBC ‘뉴스룸’ 보도.

 

JTBC는 “일부 시위대가 서울광장을 벗어나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을 시도하려 하자 경찰 측이 차벽으로 이를 원천 봉쇄하며 충돌이 격화됐다”고 전했으며 “지난 5월 노동절 집회 이후 6개월 만에 물대포가 등장했다”, “차벽을 만드는 데는 경찰 버스 뿐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도 동원됐다”고 덧붙였다. JTBC는 이어 “비가 오고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노동계는 물론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나온 일반 시민들도 집회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지상파3사 메인뉴스가 합계 4꼭지로 민중총궐기 소식을 전한 반면, TV조선은 ‘시위대 운집에 광화문은 아수라장…불법 폭력 난무’란 제목의 첫 리포트를 시작으로 민중총궐기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시위대 8만 명 광화문 일대로 총집결…경찰과 극렬 충돌’, ‘불법 폭력으로 변질된 집회…불법 도로 점거로 시작’, ‘쇠파이프와 밧줄 등장한 폭력 집회…경찰은 물대포로 저지’, ‘쇠파이프로 맞은 경찰…무너진 공권력’, ‘반정부 시위 단골 단체들 포진…이적단체도 참여’, ‘민중 총궐기대회로 도심은 완전 마비’ 등 시위의 폭력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리포트가 대부분이었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또한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회…격렬 시위로 경찰과 밤새 충돌’ 기사에서 “광화문 세종로 일대는 이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공권력이 사실상 실종된 ‘아수라장’이 됐다”고 보도하며 “일부 참가자들은 ‘구속된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부상을 입은 시위대에 계속해서 물대포를 난사하던, 14일 밤 야만의 현장은 주류언론으로부터 외면당했다.